이선신 법학박사
이선신 법학박사

지난 8일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는 농협중앙회장의 ‘1회 연임 허용’을 내용으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가까운 시일 내 남은 입법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 법안에 찬성하는 여론이 다수이지만 농협중앙회장의 권한 집중·남용 사례가 과거처럼 재발하지 않을까 우려해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지하다시피 농협법은 ‘농협 개혁’이라는 명분 하에 여러 차례 개정됐다. 1988년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이후 회장의 권한 집중·남용·비리 등이 발생해 국민들의 비판이 고조되자 2009년 정부 주도로 중앙회장 간선제·단임제를 도입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법안이 통과됐다는 비판과 함께 간선제·단임제를 종전 내용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반발 여론이 꾸준히 제기됐고, 2021년에는 법 개정을 통해 마침내 중앙회장 간선제가 직선제로 환원됐다. 그런데 단임제도 연임제로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 제기됐다. 단임제를 실시하다 보니 단기 성과 중심의 운영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사업의 연속성 단절 등의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단임제·연임제의 장단점에 대한 논의는 생략하고, 농협중앙회장 단임제에 수반되는 몇 가지 법적 문제점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법이란 가급적 ‘보편성’을 지녀야 하는데, 단임제를 규정하는 농협법은 다른 협동조합법들과 형평에 맞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는 9개 협동조합법이 있는데, 중앙회장에 대해서는 연임을 허용하는 법제가 일반적이고(수협법,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산림조합법, 신협법, 새마을금고법 등) 단임제를 규정한 사례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외국 사례도 마찬가지다.

둘째, 협동조합 임원의 단임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이다. 즉, 결사의 자유(조직 구성·임원 선출 등), 직업의 자유를 제약하며,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불합리한 차별을 하는 것이 돼 평등권을 제약한다. 그리고 이는 ‘수단의 적합성’과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결여해 위헌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셋째, ‘민주적 선거원리’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 민주적 선거원리는 무엇보다도 ‘개방성(Openess)’과 ‘공정성(Fairness)’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능력과 의욕을 가진 자라면 가급적 누구든 자유롭게 입후보할 수 있도록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고, 선거권자가 입후보자 중에서 자유롭게 최적임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인위적인 진입장벽(Entry Barrier)을 설정해 특정인이 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도록 제약하는 것은 ‘개방성’과 ‘공정성’에 위배되며, 선거권자의 자유로운 선거권 행사를 제약하게 된다.

넷째,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제약한다. 헌법 제123조 제5항은 협동조합의 자율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입법권자가 협동조합법을 제·개정할 때에는 협동조합 구성원들의 의사를 가급적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덴마크 등 많은 협동조합 선진국들이 ‘정관(定款) 자치’ 내지 ‘단체의 사적 자치(Private Autonomy)’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참작해야 한다(국가나 공권력 개입 최소화). 농협중앙회 구성원인 농·축협 조합장 88.7%가 중앙회장 연임제에 찬성하며 다수 농업인단체들도 찬성한다. 이러한 다수의 여론을 입법에 반영하는 것은 법의 타당성(妥當性)과 실효성(實效性)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관건이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현행 농협중앙회장 단임제를 ‘1회 연임 허용’으로 변경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그런데 연임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만일 현직 중앙회장이 입후보하게 되면 우월적 지위(프리미엄·어드밴티지 등)를 갖게 돼 비현직 입후보자들에 비해 매우 유리해진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연임제의 장점을 살리려면 현직·비현직 입후보자 간 공평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지 않도록 필요한 제도 정비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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