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원 인천시 미추홀구선거관리위원회 선거담당관
권지원 인천시 미추홀구선거관리위원회 선거담당관

기후변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세계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먹거리에 대한 근심이 높아진 요즘이다. 식량안보라는 말까지 등장했듯이 생존에 필수적인 농업, 어업, 임업 등 1차 산업이 다시 주목받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어업 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근간은 농협, 수협 등 각종 조합들이라 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1천350여 개 조합이 설립됐으며, 이들 조합은 조합원들에게 배당을 주거나 생산활동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면서 1차 산업 기반인 지역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한다. 먹거리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 조합 역할 역시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연스럽게 내년 3월 8일 예정된 동시조합장선거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2005년 조합장선거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한 이래 각 조합별로 실시하던 조합장선거는, 2015년부터 한날한시에 치러지기 시작했다. 4년 주기의 선거로, 내년 선거는 세 번째 맞는 동시조합장선거다. 자체적으로 실시하던 조합장선거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실시하게 된 배경은 간단하다. 바로 돈 때문이다. 조합장에 선출될 경우 갖게 되는 권한 앞에서 돈의 유혹에 굴복하게 되고, 정책이나 비전을 내세운 선거운동이 아니라 손쉽게 돈으로 표를 사는 매표 행위가 관습적으로 반복돼 온 것이다. 

동시조합장선거의 경우 ‘공직선거법’에 준하는 ‘위탁선거법’ 적용을 받아 법적으로 돈선거를 근절하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위탁선거법’ 제35조에 따라 금품을 제공하는 기부행위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관련 법률이 존재하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를 위탁관리한다고 해서 돈선거가 완벽하게 척결되는 건 아니다. 이전에 비해서야 나아졌지만, 내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 특성상 외부 위탁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모든 정황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선거권을 가진 조합원이다. 조합은 조합원이 모여야 설립되고, 조합원은 강요나 의무가 아닌 자발적 선택에 의해 조합의 구성원이 된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다. 주인의식을 발휘해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으로 나와 우리 조합에 이득이 되는 정책이 무엇인지 면밀히 살펴보고, 해당 정책을 들고 나온 후보자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투표뿐만이 아니다. 조합 내부에서 금품 살포, 식사 접대 등 위법행위를 목격하는 경우 적극 신고하는 것이야말로 조합을 위하는 길임을 직시하고 행동하는 용기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이를 독려하기 위해 신고자는 사안에 따라 최대 3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관계 규정을 마련해 뒀다. 

개인의 정치적 행동이 정치 과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수 있다는 감정을 ‘정치적 효능감’이라고 한다. 내가 속한 집단의 크기가 작을수록 나의 정치적 행동이 미치는 영향은 크기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이번 동시조합장선거는 투표, 위법행위 신고 등 정치적 행위에 따른 선거 결과가 조합원 개개인의 이득이나 손해에 미치는 영향이 직접적이고 클 수밖에 없다. 그만큼 정치적 효능감이 높은 선거다. 

나의 정치적 효능감을 극대화시켜 줄 후보자가 누구인지 면밀히 따져 볼 시간은 아직 충분히 남았다. 후보자 등록일은 내년 2월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이다. 어떤 후보자들이 지역사회의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이번 조합장선거에 출마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이 축제의 주인공은 후보자가 아니라 개개의 조합원이라는 점이다. 모두가 주인공이 돼 신명나게 축제를 즐기고 불미스러운 사건 없이 성공적으로 선거가 마무리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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