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림 칼럼니스트/전 인천대 겸임교수
김호림 칼럼니스트/전 인천대 겸임교수

흔히 제국의 성립은 혼란과 혼돈에서부터 시작되고 제국의 멸망은 또 다른 혼돈과 혼란을 남긴다고 한다. 이러한 교훈은 인류 역사가 증명한다. 지난 소비에트제국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푸틴의 야망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사면초가에 갇혀 고립무원의 지경에 빠졌다. 한편 시진핑은 중국 중심의 새로운 질서를 전개하려는 담대한 시도인 ‘중국몽’을 통해 새로운 중화제국을 실현하려는 야심을 가졌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중국의 경제력에서 나왔다. 즉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으로 서구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경제적 부를 축적해 미국 다음의 경제 대국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전임자들과 달리, 지난 10월 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덩샤오핑의 정책을 폐기했다. 그 대신 마르크스 레닌주의 이데올로기를 우선하는 ‘중국식 현대화’의 비전을 ‘업무 보고’를 통해 선언했다. 그 중 핵심은 전체 인민의 공동 부유(共同富裕) 거론이다. 이는 서구의 정치·사회 규범과 문화로부터 경제적 현대화를 분리해, 중국 자체의 이익과 가치를 추구하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이의 기초를 다지듯, 시진핑의 1·2기 통치 기간은 이념적·정치적·경제적·전략적 안보를 구축하기 위해 사회 전반에 걸친 국가통제·검열·감시 시스템을 작동해 당과 군 그리고 자기 권력을 강화했다. 더욱이 지난 4월 시진핑의 3연임 시도 시 중국공산당은 포괄적인 국가안보개념을 해외로 확산시키려 글로벌 안보지침(Global Security Initiative)을 선언해 국내 안보와 외교 행위를 연결했다. 이로 인해 자국에 비판적인 국가나 기업에 무역으로 보복하는 전랑외교(戰狼外交)를 강화했다. 

 그러나 이러한 통제강화는 국가의 생산성만 감소시켰고, 그 결과 중국의 경제성장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강경 일변도의 제로 코로나19 봉쇄정책은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을 와해시키고 노동력 부족을 야기(惹起)시켜 산업생산은 더욱 위축됐다. 이러한 정책변화가 몰고 올 국내 경제의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은 중국공산당이 이 같은 담대한 비전을 실현할 능력과 담대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이 처한 국내외 사정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그 예로 중국 전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백지시위가 주요한 변수가 돼 중국 정부는 뚜렷한 설명 없이 3년간 지속이 된 강경정책을 아무런 대안 없이 내려놓았다. 그러자 국가 의료시스템의 붕괴가 일어났다. 대량으로 확산이 되는 감염인구에 대처할 예방백신과 치료 약 그리고 의료인과 병실 부족으로 손을 쓸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결국, 이런 문제는 지도자의 국가경영능력을 의심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그 예로 시진핑 1기에 야심 차게 내놓은 일대일로의 실패를 들 수 있다. 또한, 지난 20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실시된 ‘경제공작 회의’에서 바로 전에 발표한 ‘공동 부유’(共同富裕)의 언급은 없어지고, ‘민간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순된 정책변화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위험해지는 중국경제이다. 많은 전문가가 꼽는 그 위험 요인은 소득불균형, 정부의 재정적자확대, 지방정부의 재정감소와 부채증가, 국유기업의 부채증가, 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와 그로 인한 금융시스템 악화 예상과 인구감소에 의한 노동력 부족 등이다. 

 이로 인해 중국경제는 임계치에 근접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곧 시진핑이 주창하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 논리가 취약하다는 증거이다. 만일 중국경제가 성장을 멈춰 중산층이 무너지면 이번의 백지시위와 같은 형태의 시민 각성이 표출될 것이다. 이뿐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작한 미·중 전쟁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는 반도체규제를 비롯하여 전방위적으로 중국의 국방과 첨단산업을 압박한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반중 수출 동맹 협의체를 출범시키려 노력하며, 이러한 동맹의 중국 경제 제재는 또 다른 치명적 문제다.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중국의 안보와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가해지는 경우, 시진핑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 강화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까? 혹 현상타파를 위해 동시다발로 대만을 공격하거나 한반도에 불안을 조성하는 개연성이 전문가들이 염려하는 부분이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나토(NATO)와 러시아에 강력한 군사적 억제력을 보여주고 있듯이 유사시에 미국과 당사국 그리고 인도 태평양 동맹국들 모두 연합해 우월한 군사력으로 대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치밀한 사전협의와 모의 훈련으로 보여줘야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