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강석승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어느덧 우리는 2023년을 새롭게 맞이했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이 시사하는 것처럼 2022년은 여느 해와 달리 국내외적으로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 중에서도 집권 11년 차에 접어든 북한의 경우 괄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났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우선 우리가 주목할 점은 ‘핵(核)’과 관련해 김정은이 군 창건 90돌 열병식 연설(4월 25일)에서 밝혔듯이 종전의 방어적이고 수세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국가의 근본 이익이 침탈된다면 핵무력 사용을 결행하겠다"는 다분히 ‘공격적’인 행태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드러낸 것이 바로 최고인민회의(9월 8일)에서 ‘핵무력정책 법령’을 채택하면서 핵 사용의 구체 조건과 원칙을 법으로 명기(明記)한 가운데 핵무력 사용 대상에 "남조선도 핵무력의 목표판이 될 것"임을 강변한 점이다.

둘째,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활동은 공식 집계가 이뤄진 1984년 이후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급증했다는 점이다. 김일성 시기의 8회, 김정일 시기의 28회에 비해 훨씬 많은 총 65회로 기록됐다. 또한 단·중·장거리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순항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다.

북한이 이렇듯 미사일을 대량 발사한 이유는 극심한 생활고에 직면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군사강국을 표방하는 가운데 내부 결속과 주민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일 테다. 여기에 덧붙여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한미훈련에 대한 우려를 미사일 발사를 통해 스스로 표출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2년 3개월 동안 전면 부인해 왔던 코로나19 감염에 대해 뒤늦게 ‘사실’을 인정한 점이다. 북한은 5월 12일 김정은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당 중앙위 제8기 8차 회의를 열고 "그동안 굳건하게 지켜오던 비상방역전선에 파공이 생기는 국가 최중대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으며, 8월 10일에는 "강원도 금강군이 최초 발생 지역이며, 우리 민간단체가 날리는 대북전단을 통해 북한지역에 코로나19가 유입됐다"고 주장했다.

네 번째, 당 중앙위 부부장인 김여정의 대남 ‘막말’이 다른 어떤 해보다도 매우 거칠어지고 위험수위를 넘었다. 그 대표적 예가 12월 18일 우리 군 당국이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체’와 관련해 ‘준중거리미사일(MRBM)’이라 평가한 데 대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면 참새 한가지다. 개 짖는 소리"라고 한 것과 윤석열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밝힌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도 "검푸른 대양을 말리워 뽕밭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비난한 것이다.

다섯 번째, 북한은 우리의 거듭된 대화 제의에 아예 응답을 하지 않거나, 매우 크게 반발하는 행태를 나타냈다는 점이다. 

결국 2022년의 북한은 예년과 달리 핵무력의 법제화와 집중적인 미사일 도발을 자행한 가운데 군사강대국을 과시함으로써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 저의를 표출하면서 대내적으로는 극심한 생활고에 직면한 주민들에게 ‘김정은의 탁월한 영도력’을 칭송하는 주요 업적으로 활용하려 한, 그런 해였다고 총평할 수 있겠다.

이를 기반으로 김정은의 북한은 2023년에도 지속적으로 핵무력 고도화와 미사일 발사를 통해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켜 한미 간 및 우리 내부의 분열을 획책하는 가운데 이를 기화로 그들 주민들로 하여금 ‘군사강국’으로서의 자부심을 고취해 경제난에 대한 불평·불만을 희석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러시아와의 긴밀한 협력을 토대로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해제를 도모하면서 대통령 재선 출마를 공표(公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을 위한 모종의 조치(?)도 모색할 것이 조심스레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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