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흡연을 일삼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은 진부할 정도다.

편의점에서 주로 담배를 팔지만, 편의점 직원이 청소년에게 속지 않는 한 담배를 절대 팔지 않는다. 벌금은 물론 영업 정지까지 각오해야 할 만큼 남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호일보는 청소년들이 어떤 방식으로 적발되지 않고 담배를 사는지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듣고 체험하면서 이를 막을 방법을 간접으로나마 찾아봤다.

인천시 미추홀구 A고등학교 후문 골목길 담벼락에 붙은 ‘금연거리’ 안내판을 비웃듯 바닥에 담뱃갑이 널브러졌다.
인천시 미추홀구 A고등학교 후문 골목길 담벼락에 붙은 ‘금연거리’ 안내판을 비웃듯 바닥에 담뱃갑이 널브러졌다.

인천지역 일부 청소년들은 ‘학교 근처’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만큼 학교와 가까운, 학교라고 해도 무방한, 학교 뒤편 담장 주변에 모여 흡연을 즐기기도 한다.

교복을 입은 채 학교 담장 옆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운다. 이들은 ‘떼끽연’을 하는 탓에 한껏 용감해져 주변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2일 오후 3시께 찾은 미추홀구 A고등학교 후문 쪽 담장은 따라 걷는 내내 바닥에 담배꽁초가 가득하다. 담배꽁초와 학교 담장을 따라 걷자 얼마 지나지 않아 교복을 입은 채 연신 허공에 대고 하얀 연기를 뿜어대는 학생 무리를 만났다.

더구나 이들은 학교 담장에 붙어서 인천시가 2019년 담배와 전쟁을 선포하며 만든 ‘학교 통학길 금연거리’ 푯말을 비웃듯 바라보면서 담배를 피웠다. 자리에는 재떨이로 사용하는 페인트통도 놓였다.

B(17)군은 "늘 여기서 담배를 피는데, 저런 표지판 하나 설치했다고 무서워서 흡연을 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미성년자라 적발 당해도 상관없다"고 비꼰 뒤 피운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 자리를 떴다.

이곳은 주택가 이면도로를 사이에 두고 주택밀집지역과 맞붙은 곳으로, 인근 주민들은 학생 등·하교시간과 점심시간에 간접흡연 피해를 집중해서 겪는다.

흡연은 중학생 사이에서도 만연하다. 같은 날 오후 4시 30분께 찾은 남동구 C중학교 인근 골목길에는 담배꽁초가 세기 힘들 만큼 많이 널브러졌다.

학부모 최모(44·여)씨는 "하교시간에 맞춰 자녀를 데리러 갈 때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본다"며 "우리 애도 호기심에 담배를 배우게 될까 걱정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담배에 익숙한 청소년들이 흡연을 하지 못하게 하려면 그에 따른 피해 교육은 물론 유통 단계부터 철저하게 봉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추홀구보건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청소년 흡연을 적발해도 수거와 파기 또는 소속 학교 통보 말고는 특별히 가능한 조치가 없다"며 "경찰과 보건당국이 힘을 합쳐 청소년에게 술이나 담배를 비롯한 유해물질 피해를 교육하는 한편, 유통망을 찾아 뿌리뽑지 않는 한 청소년 흡연행위를 막기는 힘들다"고 했다.

유지웅 인턴기자 yj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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