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매년 학년 말이 되면 반복되는 중·고등학교 교실의 모습에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고뇌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처연하기 짝이 없다. 고등학교에서 오랜 교직생활을 해 온 입장에서 교장이 돼 중학교로 자리를 옮긴 것은 또 다른 경험이 됐다.

하지만 고등학교나 중학교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상급 학교(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원서를 제출한 이후 교실의 모습은 상당히 닮아 있음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것은 학생 교육에의 책임 있는 모습이냐, 아니면 학생을 방치하는 모습이냐, 하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고등학교는 수능이 끝나면. 아니 정확히는 그 이전 2학기 시작부터 교실 수업의 모습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여름방학 때부터 수시전형을 준비할 것이냐, 정시전형을 준비할 것이냐에 따라 2학기를 맞는 학생들의 자세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3학년 1학기까지의 내신성적을 기반으로 하는 수시전형과 수능 점수가 당락을 좌우하는 정시전형의 차이가 이를 결정한다.

학급당 소수만이 수능을 준비하는 관계로 나머지 다수 학생들은 2학기 학교 수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는 각자 수시전형을 위한 각종 서류 작성과 면접 준비에 몰두한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차이가 있지만 크게 보아 그렇게 구별해도 큰 차이가 없다.

수능이 끝난 이후 고등학교 교실은 학생들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수시전형에 합격한 많은 학생들에게 더 이상 학교 출석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출석한 극소수 학생들은 교실에 방치된 채 온종일 동영상을 보거나 끼리끼리 모여 잡담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하교한다. 교실에는 아예 지도 교사가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를 지적하는 학교 관리자는 이른바 꼰대로 오명을 쓰거나 뭘 모르는 한심한 사람으로 차가운 눈총을 받게 된다.

이는 중학교도 마찬가지다. 후기 고등학교 지원 원서를 제출한 이후(11월 초·중순) 상당한 시간이 거의 무의미하게 운영되기 쉽다. 물론 학교에 따라 학생들의 꿈, 끼를 키우는 특별 수업이나 행사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예산 지원이나 사전에 많은 준비가 필요해 교사 처지에서는 특별한 사명감이나 헌신적인 교육관을 갖지 않고는 공회전이 반복되는 수업이나 방치에 가까운 모습으로 시간을 끌게 된다.

여기에 관리자의 감독이나 지도는 본연의 역할이라기보다 스스로 꼰대를 자처하거나 원망의 대상이 되기 쉽다.

학교장으로서 교실 수업을 둘러볼 때 다양한 모습이 펼쳐진다. 그래도 동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다행이다. 동영상을 통한 나름의 교육 목적과 교사의 전문성을 믿는다. 하지만 학생들이 아예 1교시부터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방치된 모습을 보면 실망감을 억누르기 쉽지 않다.

물론 꿋꿋하게 수업을 하면서 교사의 역할을 다하는 열정적인 교사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한 독서시간을 통해 삼매경을 유도하는 교사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을 그대로 방치하고 교탁 앞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모습을 보면 실망은 극에 달한다. 그것도 교육 경력 3~5년의 교사들이 그런 행위를 할 때는 과연 그들이 학생 시절에 배운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건 아닌지 그 근원을 거스르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고질적인 우리 교육의 오랜 병폐에서 연유한다고 판단된다.

이제는 학교가 달라져야 한다. 아직도 관행으로 이뤄지는 모든 교육활동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용인되고 교육이 존재하지 않는 방치된 교실은 없어야 한다. 이는 학교 관리자의 감독 역량과 교사의 사명감만을 탓할 문제가 결코 아니다.

결론해서 지금까지 우리가 받아 온 교육 방식으로 미래 세대를 교육하면 이는 국가가 망하는 지름길이다. 따라서 ‘디지털 시대, 교육개혁’과 ‘평준화→다양화→개별화’로 가는 교육정책의 대전환을 서둘러 구현해야 한다. 이것이 현재의 잠자는 교실, 방치하는 교육이 없는 교육개혁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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