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수 동산중학교 교장
황규수 동산중학교 교장

새해가 되면 하는 일 중 하나가 나이를 세는 것이다. 해가 바뀌면 나이를 먹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2년 12월 6일 통계청에서 발간한 생명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인 남자의 기대수명은 80.6세, 여자는 86.6세로, 2020년 대비 남녀 모두 기대수명이 0.1세씩 증가했다. 특히 의료기술 발전은 기대수명 증가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5세로, 우리나라도 장수국가에 진입하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건강수명이다. 기대수명은 83.5세인 데 비해 건강수명은 73.1세로, 평균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10.4년을 각종 질병으로 고생하며 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얼마나 오래 사는 것이 좋은가?

최근 간행된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이라는 책에서는 이와 관련된 저자 나름의 답을 제시해 주고 있어 관심을 끈다. 물론 저자의 답이 정답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실제로 100세를 넘게 산 사람의 체험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라는 점에서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는 일이 끝나고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판단하면 고마운 마음으로 죽음을 맞아들여도 좋겠다고 함으로써, 오래 살고 싶다는 욕망보다는 많은 일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더 중요하며, 작은 도움이라도 주면서 살자는 정성과 노력이 더 귀한 것이라는 점을 역설한다. 더욱이 저자인 100세 철학자 김형석은 책의 서문에서 사랑이 있었기에 행복했다고 하여, 사랑이 없는 곳에는 행복이 머물지 못하며 사랑의 척도가 행복의 표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점도 밝혀 주목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그는 무엇을 소유하는가보다는 어떤 가치 있는 삶을 누리는가가 행복의 조건이 되며, 무엇을 얻는가도 귀하나 이웃과 사회에 무엇을 주는가가 더 큰 행복을 약속해 주기도 한다고 한다. 그리고 가난 속에서 무상의 행복을 누린 종교지도자들은 얼마든지 있었다고 하여, 그 예를 들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교회에서 많이 불리는 손경민 목사 작사·작곡의 ‘행복’이라는 노래 가사는 그와 맥을 같이하는 듯해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화려하지 않아도 정결하게 사는 삶/ 가진 것이 적어도 감사하며 사는 삶/ 내게 주신 작은 힘 나눠 주며 사는 삶/ 이것이 나의 삶에 행복이라오// 눈물 날 일 많지만 기도할 수 있는 것/ 억울한 일 많으나 주를 위해 참는 것/ 비록 짧은 작은 삶 주 뜻대로 사는 것/ 이것이 나의 삶에 행복이라오// 이것이 행복 행복이라오/ 세상은 알 수 없는 하나님 선물/ 이것이 행복 행복이라오/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것/ 이것이 행복이라오."

물론 사람마다, 종교마다 행복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과 종교는 거의 없다. 학교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는 ‘결대로자람학교’로 인천형 혁신학교 명칭이 변경됐지만, 지금까지 이를 ‘행복배움학교’로 지칭했다는 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이해된다. 그렇지만 학교 구성원들 중에서는 "교사가 행복해야 학교가 행복하지"라고 하며 파랑새처럼 그것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영자 시인의 시 ‘행복’을 보면 그것이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이 있지 않다는 점을 나타내 주고 있어 관심을 끈다.

"눈이랑 손이랑/ 깨끗이 씻고/ 자알 찾아보면 있을 거야.// 깜짝 놀랄 만큼/ 신바람 나는 일이/ 어딘가 어딘가에 꼭 있을 거야// 아이들이/ 보물찾기 놀일 할 때/ 보물을 감춰두는// 바위 틈새 같은 데에/ 나무 구멍 같은 데에/ 행복은 아기자기/ 숨겨져 있을 거야."

오래 산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것을 추구하며 산다. 물론 그에 대한 접근 방법 또는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사람들마다 체험, 지식, 종교 등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으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위해 노력한다. 특히 새해가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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