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지난번 글에서 "ESG 다음은 무엇이냐?"고 던졌다. 

다음 단계의 위대한 도약은 반드시 ‘자기주도경영’이 될 것이라고 답하며 실효적보다 나은 길을 가자고 제안하고 싶다.

불확실성의 외적 영향은 이미 넘치도록 충분히 예견되고 대비하며 회복력까지 고려해 성을 쌓고 있는 중이다. 

연초가 되면 국내외 많은 석학들의 제안이 트렌드란 이름으로 성장·발전은 기본이고 혁신과 도약으로 가는 길을 제시해 준다. 그러나 내적 힘은 시종일관 내 스스로의 경험이나 소신, 철학에서 나오며 때와 장소, 상황에 따라 빛이 날 수도, 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후 두 선수가 작게 조명을 받았다. 왼쪽 수비수 김진수와 오른쪽 수비수 김문환이다. 두 선수 모두 16강까지 풀타임 출장하며 본인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두 선수 모두 피지컬은 그리 경쟁력 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악착 같은 압박과 육탄방어, 공격으로의 포인터 전환은 최고의 기량을 보여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감독이나 언론을 통해 들은 두 선수의 장점은 늘 팀을 위한 헌신, 희생으로 궂은 일도 마다치 않는 정신자세라고 한다. 

이 두 선수에게 평점을 내렸다면 과연 그만한 합리적 평가를 얻어낼 수 있었을까? 아니다. 수비수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것이다.

공격수는 도움(어시스트)이나 패스 같은 직설적 표현으로 남의 것을 빼앗아 가며 자기 것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수비수는 온전하게 자신의 역할, 임무에 집중해야 한다. 

물론 골 넣는 골키퍼도 있고 수비수도 있지만 비교적 빛나지 않으면서 이기는 길을 찾아야 하는 포지션이다. 

그런 의미에서 두 선수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명성 자자한 포지션과 역할, 성과 포장으로 빛나지 않더라도 팀이 이기는 길을 찾아 헌신하고 물꼬를 틔운다는 것은 스포츠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자기주도경영의 산물로서 인정 받아야 마땅하다고 본다. 멸사봉공(滅私奉公) 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얼마 전 언론사와 학계, 컨설팅사에서 개발한 한국형 ESG 평가모델을 활용해 ‘2022 대한만국 ESG경영대상’ 참가 기업을 평가했다. 

산업별로 평가지표를 다르게 적용한 것은 물론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에 따라 128개 지표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환경 관련 45개, 사회 분야 49개, 지배구조 34개다. 공통의 지표, 변별력, 업종별 가중치의 차별화 등 과학적·합리적 지표가 총동원됐을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다만, 기업의 역할은 급속하게 바뀌었고, 기후변화는 오늘날 인류 생존 기반에 관한 문제다. 

사회적 경제정의, 미래가치, 정도경영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사업성 확보인 셈이다. 

여기에 ‘혁신적인 사고’와 ‘파생가치’를 계산하면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한 완전한 ESG 경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애플은 공급망과 제품을 탈(脫)탄소화하겠다며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호주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라오틴토(Rio Tinto)와 협력하며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은 알루미늄 용액을 공정에 도입했다고 한다.

공통의 문제 해결을 위한 파트너십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도 파악했다. 

인도네시아의 팜유 생산은 세계 4대 벌채국가로 낙인 찍힌 바 있다. 

여기에 영국의 ‘유니레바’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팜유를 구입하는 기업이지만 실제로 지구환경, 사회적 가치를 달성하려고 ESG 평가에 대해 사활을 건다.

이런 기업 경영의 현실을 보면 결국 넘치면 들어내고 모자라면 채우는 상생과 공존의 각자도생적인 파트너십, 독자적 모델이 우선이고, 그러한 개별 기업의 자기주도경영이 보이지 않고 빛나지 않지만 묵묵하게 자리를 잡으며 제 역할을 해 줘야 한다. 그렇게 하면 지식이 부가되고 배움이 성장이 된다.

CEO가 주도하는 기업의 설립목적, 경영철학부터 궂은 일까지 도맡아 처리하는 ESG의 자체 평가지표가 나와야 한다. 

자가생산한 고유·독자적 ESG 평가지표를 만들어 이 중 몇 개는 정부나 기관에서 정보를 얻고 또 업계의 기본 모델을 지원받으면 된다. 

등급으로 빛나고 지표로 반짝이는 보고서 작성이 전부가 아닌 셈이다. 

일단 현재 기업의 상태부터 파악해 보라. 

기후환경과 사회적 가치 창달, 경영의 정도, 이 세 가지로 현재 기업이 가진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기를 파악, 분석해 보는 것이다. 기본 중에 기본인 SWAT기법이다. 

그 위에 내 몸에 맞는 옷을 입고, 내 몸에 맞는 치료제를 찾아야 한다. 

"ESG 다음은 무엇이냐?"고 던진 답은 "반드시 ‘자기주도경영’이 될 것이다"라는 것이다. 

빛나려고 하지 않고 조바심하지 않으며 내가 갈 길 올바르고 똑바로 가는 것이 지속가능성을 열어 주는 ESG 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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