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 국악합창단 첫 정기연주회 ‘심청, 소리 꽃 피우다’ 공연.
인천시교육청 국악합창단 첫 정기연주회 ‘심청, 소리 꽃 피우다’ 공연.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한 해 동안 인천지역 특색을 살려 자체 국악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심청의 전설이 서린 백령도에서 시작한 자체 국악교육은 대한민국 최초의 범시민 국악합창단 창단으로 이어졌다. 

교육청은 학생 성공 시대를 여는 학생중심교육, 타고난 결대로 성장하는 교육으로 우리 문화의 뿌리교육을 강조한다. 우리나라 뿌리에 기반을 두고 진행한 전통국악교육 프로젝트는 국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악계 인사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 큰 호평을 받는다.

# 국악은 민족의 얼과 혼

2022년 한 해 동안 아이들의 교육과정에서 국악 교육과 관련한 논란이 참 많았다.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과정 개편 시안에 국악 용어가 빠지고 국악교육이 외면받는 문제로 국악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국악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문화제를 열고, 트로트 가수 송가인까지 나서며 국악교육을 수호하자고 호소했다.

결국 교육부는 국악계의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그야말로 현상 유지 수준에서 형식으로 끼워 넣은 교육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국악합창단 창단 연주회.
국악합창단 창단 연주회.

# 국악 전공 교사는 몇 명?

국악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문제는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실제 초·중·고 음악교사 중 국악을 전공한 교사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한 나라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전통음악이다. 즉, 국악은 우리의 근본, 뿌리를 지키고 이어 나가는 데 꼭 필요한 교육이다.

# 심청이의 고장 백령도

판소리 심청가, 효녀 심청이가 빠졌다는 인당수는 인천의 섬 백령도 인근으로 알려졌다. 백령도에 가면 인당수와 심청이가 환생했다는 연봉바위가 있고 심청전과 관련한 판소리, 영화대본, 도서 들을 전시한 심청각을 만나게 된다.

백령도 주민들과 함께한 국악 공연 현장.
백령도 주민들과 함께한 국악 공연 현장.

인천시교육청은 백령도가 심청이의 섬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를 바탕으로 자체 국악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백령도에서 국악교육의 시작을 알린 셈이다.

가장 먼저 진행한 프로젝트는 국악교육 영상 콘텐츠 제작이다. 심청의 전설을 품은 백령도를 배경으로 백령 명소 소개, 판소리와 창극 뺑파전 배우기, 심청전 애니메이션, 심청가 주요 눈 대목 감상으로 제작했다.

또 섬 지역은 육지와는 달리 문화예술을 직접 만날 기회가 적은 만큼 예술교육에 목마른 주민들을 위해 찾아가는 판소리 예술교육을 했다.

백령도 학생들이 수업시간 중 판소리 집중 교육을 받았고, 방과 후 마을교육과정에 판소리 교육을 담아 학생과 주민들이 어우러져 판소리를 배웠다.

20차시 수업을 진행한 뒤 교육 마지막 날에는 공연을 열었다. 주민들은 생소하기만 했던 판소리를 배우며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가고 학생, 어른 가리지 않고 한마음으로 어우러지는 문화 교감을 이뤄 냈다.

올해도 인천시교육청은 백령도 학생들과 주민들을 위해 찾아가는 국악교육을 계속 진행할 예정인데, 주민 모두가 참여할 만한 연주회나 예술교육을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찾는 중이다.

연습 중인 국악합창단 성인반.
연습 중인 국악합창단 성인반.

# 국내 최초 국악합창단

지난해 3월에는 대한민국 최초로 국악합창단 ‘인천광역시교육청국악합창단’을 창단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장년층까지 전 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시도교육청 산하 전국 최초 범시민 국악합창단이다. 

국악합창단을 처음 기획한 인천대중예술고등학교 최현주 교감은 대중에게 비인기 장르인 국악으로 합창단을 모집한다고 하면 큰 관심이 없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JTBC 풍류대장에 출연한 퓨전국악그룹 ‘토리스’로 활동하던 국악인 백현호 씨가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합류하며 예상 밖으로 큰 관심이 몰렸다.

백현호 씨를 지휘자로 위촉하고 연령과 지역을 모두 열어놓고 단원을 모집하자 예상과는 달리 450여 명이나 신청해 최종 오디션을 거쳐 단원 70명을 선발했다.

시교육청은 최초로 유튜브 실시간 방송으로 온라인 예비학교를 5주간 운영하고, 이후 초·중·고·성인부로 편성해 주마다 인천대중예술고등학교에서 연습을 진행했다.

국악합창단은 지난해 7월 창단공연을 시작으로 8월 창단 기념 음반을 발표하고, 9월에는 2022 대한민국 판소리 한마당에 초청받아 공연을 펼쳤다. 짧은 연습기간에도 전국전통국악경연대회에서 2번의 대상과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해 12월 6일에는 첫 정기연주회, ‘심청, 소리 꽃 피우다’를 공연했다. 인천의 자랑스러운 섬 백령이 간직한 효녀 심청의 이야기인 판소리 심청가를 유쾌하게 현대 감각으로 다시 구성한 퓨전국악 합창공연이다.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관객을 몰입시킨 도입 부분은 유난히 호평을 받았다. 판소리의 해학과 우리 전통 창법이 합창으로 어우러져 퓨전국악의 묘미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천시교육청 국악합창단 지휘자 백현호.
인천시교육청 국악합창단 지휘자 백현호.

# 최초 소리꾼 지휘자 백현호

백현호 지휘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원 출신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다. 현재 인천지역에 연고를 두고 한국국악문화진흥원, SGA아카데미, 전통문화예술진흥회 인천지회장, 문화체육관광부 2030 자문단 문화예술분과 위원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젊은 국악예술인이다. 또 한국 최초 국악 아카펠라 그룹 ‘토리스’ 활동으로 대중에게 익히 얼굴을 알린 바 있다.

2021년부터 인천시교육청 요청으로 국악예술교육 자문위원에 위촉, 인천형 판소리 특화교육과정 개발위원으로 참여해 활발하게 활동했다.

앞서 진행했던 백령도 판소리 교육영상 제작에도 참여해 강의와 판소리 공연을 비롯한 전체 국악교육 프로그램 제작에 이바지했다. 이러한 역량을 인정받아 인천시교육청에서 국악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위촉받았다.

국악합창단을 이끌어 온 백현호 지휘자는 "최초로 진행하는 큰 프로젝트를 맡아 인천지역 국악교육의 저변을 확대하고자 많은 고민을 했다"며 "크게 두 가지로, 첫째는 전통예술을 온전히 계승하며 학생들과 시민들이 전통국악을 즐겁게 경험하도록 하고, 국악에 새로운 옷을 입혀 퓨전국악으로 대중이 거부감 없이 즐기게 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의 국악교육으로 국악을 대중 속에 파고들도록 하고, 나아가서는 세계에서 인정받을 만한 많은 인재들이 나타나길 바란다. 지난해의 성과와 열정을 보태 더 의미 있는 작업을 많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체부 2030 자문단 문화예술분과 위원으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고, 국악합창단이 다른 시도에도 많이 생겨 전국 국악합창제를 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K-POP 댄스

국악합창단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심청가에 맞춰 덩실덩실 방송댄스를 춘다. 당초 전통국악의 틀을 벗고 새로운 퓨전국악으로 합창곡을 만들고 배운 아이들은 가요처럼 흥얼거린다.

대중이 국악을 낯설게 여기는 원인 중 하나는 클래식이나 대중음악에 사용한 서양음악 어법은 대부분 화성 중심이기에 우리 음악의 특징인 선율의 다양한 진행과 표현이 어색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착안해 판소리와 합창을 접목해 ‘국악합창’이라는 장르가 탄생했다.

인천시교육청이 제작한 판소리 교육 영상.
인천시교육청이 제작한 판소리 교육 영상.

국악합창단은 당초 민요와 판소리, 우리나라 전통음악을 현대다운 곡으로 편곡해 음원을 제작하고 녹음한다. 이렇게 새롭게 만든 합창 음원과 악보, 연주 음원들은 시교육청이 예술교사 온라인 네트워크에 공유하고 학교 현장에 확산한다.

국악은 우리가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우리의 정신이자 가치다. 더구나 국악교육은 우리 민족의 얼과 정서를 공유하는 숭고한 교육활동이다.

시교육청은 앞으로도 국악합창단을 운영함으로써 국악을 현대 감각에 맞게 발전시키고 대중에게 파고들도록 하려고 교재와 콘텐츠를 개발, 이를 체험교육과정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우리의 전통을 사랑하고 지키는 따스한 감수성으로 함께 노래하는 소중한 시간을 더욱 많은 인천시민들과 아이들이 함께하길 바라며 인천시교육청국악합창단은 올해도 새내기 단원을 선발해 합창단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영역을 넓힌다는 각오다.

 손민영 인턴기자 smy@kihoilbo.co.kr

사진=<인천시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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