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오늘날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고 어찌지 못하는 무력감에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은 노인들의 높은 자살률과 함께 특히 청년들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누가 살아갈 시간이 구만리 같은 청년들에게 이런 고통과 죽음의 협주곡을 만들었을까. 우리는 그들의 고통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죽음으로 몰아넣는 고통을 함께 느끼고 이를 사랑으로 보듬을 수는 없는가.

 청년들이 흘리는 눈물은 다른 어떤 눈물보다도 고통 호르몬 분출이 과다해 훨씬 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이 흘리는 눈물이지만 그 성분의 차이를 현격하게 만들어 주는 요인에 우리는 주의와 관심을 집중해 지켜보고 적극 해결해야 한다. 청춘 세대를 한 사람이라도 낙오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그들이 약자로 살면서 더 이상 피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하는 게 기성세대의 책임이자 의무다. 말로만 그들을 이해하고 응원한다고 떠벌리기보다는 그들의 실제 삶에서 흘리는 눈물과 고통을 이해하고 닦아 주고 보듬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곧 ‘남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면 자기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는 인과성에 대한 지혜라 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 걸쳐 본교에선 ‘인권사랑 동아리’ 주최로 바자회가 열렸다. 평소 생활 속 기부와 학교 축제 기간에 집중한 바자회가 성황리에 종결됐다.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들의 참여 속에서 일상 용품을 기부받고 이를 판 수익금은 137만여 원으로 집계됐다. 전교 학생들의 희망을 취합해 최종적으로 지역사회 홀몸노인들을 위한 기부금으로 결정됐다. 위탁받은 주민센터의 기관장이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의 뜻을 격려하고 학교교육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 행사가 남긴 교훈은 무엇인가? 청소년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약자들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을 입증했다. 또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학교 차원의 교육은 충분히 설득력과 효과가 크다는 것을 보여 줬다. 이 행사는 약자들의 눈물을 닦아 주려는 인간 본연의 측은지심(惻隱之心)과 학교교육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미담으로 남게 됐다.

 사실 우리 사회는 그렇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냉정하지만은 않다. 인간의 고통과 시련의 눈물은 누구나 공감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단지 사람에 따라서는 그 기회를 적시에 살리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마음을 움직이는 동력인가? 바로 어려서부터 이를 일깨우는 교육의 힘이 필요하다. 학창시절 우리는 배운다. 영어 속담에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A friend in need is a friend indeed)"라고 말이다. 친구(이웃)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 사랑이 최고의 사랑임을 인류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성경에서도 가르친다. 어느 철학자는 "지금 당장 행복해지고 싶거든 타인을 도우라"고 했다. 타인과 이웃에 관한 관심과 봉사, 사랑은 인간교육 초기부터 맘껏 키워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약자는 서러워도 눈물을 잘 흘리지 않으려 한다. 몇 해 전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그 후 유사한 각종 빈곤 가정사의 비극, 홀몸노인들의 고독사를 보라. 이제는 우리 사회의 행복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누구나 혼자서는 절대로 행복할 수 없다. 타인도 잘 살고 행복해야 나도 진정으로 행복하다는 의식이 먼저여야 한다. 북유럽 국가들(덴마크·스웨덴·핀란드)의 행복지수가 세계 1~3위를 달리는 것은 그들이 나눔, 배려, 상호존중의 의식을 생활화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도 학교에서부터 경쟁보다는 나눔, 배려, 협력을 통한 연대의 정신을 최우선으로 교육해야 한다. 우리 주변 약자를 향한 관심,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보듬으며 마르지 않게 인간 본성을 일깨우는 마중물 교육이 필요하다. 2023년을 디지털 시대의 교육개혁과 함께 그 원년으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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