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폐암이 전이돼 30일밖에 못 산다면 약을 먹어 봐야 소용없다고 여긴 그는 자신처럼 병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도 살아난 1만5천 명을 만나 연구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모두 이 지상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 꼭 살아야 하는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다."(김용옥, 「몰입의 법칙」)

 이 글에 따르면,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들에게는 간절한 꿈이 있었습니다. 꿈이 간절할수록 그것을 이루기 위한 행동 또한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이 그가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먹는 것이 꿈일 것이고, 어린아이에게는 갖고 싶은 장난감이 꿈일 겁니다. 이렇게 사람마다 꾸는 꿈은 다르지만, 그 꿈이 있기에 순간순간을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내 영혼의 산책」(박원종)에 한국전쟁 때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나옵니다. 1950년 12월,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북진한 미 해병 1사단은 개마고원 장진호에서 중공군 대병력에게 포위됐지만 사투를 벌이며 가까스로 함흥으로 철수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미국 ‘라이프’지 종군기자가 초췌한 모습으로 길가에 앉아 꽁꽁 언 통조림을 포크로 파먹는 해병대원에게 다가가 "지금 가장 절실한 게 뭡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병사는 몹시 지친 표정과 충혈된 눈으로 이렇게 한마디를 툭 던졌습니다. "내일이오."

 자신이 여전히 살아 있는 ‘내일’이 그에겐 꿈이었을 겁니다. 꿈을 잃었을 때 사람들은 심신이 나약해지고 무기력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사람들은 꿈을 향해 거칠고 사나운 광야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누구나 꿈을 꿀 텐데, 어떤 사람은 이루지만 어떤 사람은 왜 이루지 못하는 걸까요? 만약 그들이 꾼 꿈이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면, 꿈을 이루려고 열심히 노력까지 했다면 그 궁금증은 더욱 커집니다.

 ‘와호장룡’, ‘색계’, ‘라이프 오브 파이’ 등을 만든 타이완의 영화감독 이안의 사례에서 그 궁금증을 풀 수 있습니다. 부모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미국에서 연극영화과를 다녔고, 졸업 후 6년 동안 촬영 현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꿈에 도전했지만 현실은 참담했습니다. 직접 쓴 시나리오를 들고 영화사들을 찾아갔지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생활이 얼마나 어려웠으면 장인이 영화 제작을 포기하고 장사라도 해 보라며 돈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의 아내가 돈을 돌려보냈습니다. 어느 날, 쉽게 직장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컴퓨터 기술을 배우려고 집을 나설 때 아내가 말했습니다. "절대 잊지 마. 당신 가슴속 꿈!"

 이 말에 발길을 돌려 다시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얼마 후 그의 시나리오가 어느 재단의 후원으로 촬영에 들어갔고, 그 작품이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그때 아내가 말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필살기를 갖고 있지. 당신의 필살기가 영화라는 걸 난 믿었어.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은 많아. 당신이 필살기를 포기하면서까지 뛰어들 일은 아니지. 이참에 당신의 꿈을 확실히 증명해 봐."

 이렇게 영화감독 이안은 멋지게 성공했습니다. 이방인이 이루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꿈이었지만 그가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아내의 응원과 지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각자가 꿈을 이루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한다는 전제 하에 주변의 강력한 지지와 응원이 더해질 때 어느 누구라도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사람들에게 강력한 지지와 응원을 받는 ‘나’, 또한 독자 여러분 역시 누군가의 꿈을 향한 쉽지 않은 여정에 열렬히 지지하고 격려를 보내는 새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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