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국 인하대학교 교수
백승국 인하대학교 교수

상대성 이론의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정형화된 학교교육에서 호기심이 만들어지기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며 학교교육을 비판했다. 또한 학교교육의 가치는 많은 사실을 배우는 게 아니라, 사고하는 정신을 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학교교육이 아니라, 인류가 당면한 크고 작은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사고 역량을 배우는 것이 학교교육의 진정한 가치라고 주장했다.

 최근 행정고시를 패스한 MZ세대 사무관들이 철밥통의 공무원 자리를 과감하게 버린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자발적으로 퇴직한 MZ세대 공무원 수가 2017년 1천559명에서 2021년 2천454명으로 크게 늘었다는 점도 충격이다. 앞날이 보장되는 공무원의 꽃길보다는 도전이 창창한 새로운 길을 걷겠다는 선택이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과감하게 철밥통 세계를 떠나는 이유일 테다. 그들이 공무원 대신 민간기업을 택하는 이유는 답답하고 경직된 조직문화 때문이다. 기성세대인 선배들이 구축한 틀에 짜인 조직문화에 순응하지 않고 거부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조직문화보다 더 경직된 조직문화가 교수들이 만드는 조직문화다. 꼰대 기질을 타고난 기성세대 교수들은 출신 학교를 중심으로 폐쇄적이고 독특한 끼리끼리의 조직문화를 구축하면서 철밥통의 정년 혜택을 만끽한다. 정년을 보장받은 그들은 논문과 교육 그리고 프로젝트 실적에 자유롭다. 정해진 강의 시간만을 채우면서 편안하게 폼을 잡고, 정년까지 교수 놀이를 하면 그만이다. 혹시 논문이나 취업 등 학과 실적이 부족하다면 후배 교수들을 닦달하면 쉽게 해결된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학의 정교수는 철밥통 중 최고 등급에 해당한다. 반면 젊은 교수들은 연봉제와 재계약 평가 수치를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게 현실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학과 운영에 관한 문제를 토론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결 원칙으로 결정하는 학과가 많다는 점이다. 기득권을 가진 선배 교수들이 학과의 교육 프로그램, 학과 운영, 신임 교원 채용 등의 학과 회의에서 다수결 원칙을 앞세우면서 밀어붙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가끔 자신들이 구축한 철밥통 정년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고 말을 듣지 않는 젊은 교수가 등장하면 상징적 폭력인 왕따 놀이가 즉각 작동한다. 다수결 원칙을 남용하면서 젊은 교수의 의견을 철저하게 무시한다. 한번 왕따가 된 젊은 교수는 선배 교수가 정년퇴임하는 날까지 고통의 우울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학과 학생들의 미래를 고민하고 걱정하는 시간은 허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2023년 교육개혁을 추진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시장에서는 앵무새처럼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직업을 설계하는 창의력 기반의 융합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다양한 강좌를 접한 MZ세대 학생들은 기성세대 교수들이 20년 동안 사용하는 강의 내용에 환멸을 느낀다. 일부 교수들은 강의가 시작되자마자 발표 수업으로 한 학기를 놀고먹는 강좌도 진행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학점을 따기 위한 강좌를 수강하고, 기업에서 활용할 수 없는 교육 내용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모습이 MZ세대 학생들의 현실이다.

 결국 정부에서 추진하는 교육개혁의 대상은 철밥통의 정년문화를 향유하고 창의적 융합인재를 양성하지 않는 기성세대 교수들이다. 대학 구조조정 차원에서 경쟁력이 약한 기성세대 교수들은 젊고 실력 있는 교수들이 능력을 발휘하도록 한발 물러나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들이 구축한 기득권을 내려놓고, 경직된 끼리끼리의 조직문화를 해체하지 않는다면 이번 정부의 교육개혁도 허무한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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