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병과 긴 투쟁 끝에 찾아온 계묘년 설 명절은 특별하다. 그리웠던 누군가를 만나고 두려움 대신 반가움으로 마주해도 좋은 시간이 찾아왔다.

명절 연휴는 멀리 여행을 가기보다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자리다. 그동안 멀리 떨어졌던 친지들과 추억을 나누고, 아이들에게는 과거의 생활을 전수하는 소중한 기회로 뜻깊다. 수원특례시가 시민들이 특별한 명절을 보낼 만한 장소와 즐길거리를 소개했다.

수원화성 방화수류정과 용연의 겨울.
수원화성 방화수류정과 용연의 겨울.

# 박물관·미술관에서 취하는 역사와 예술의 향기

수원시 3개 박물관에서 역사의 향기에 취할 만한 전시를 펼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개방해 연휴 기간을 활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연휴기간 휴관은 하지 않지만 해설이나 체험 프로그램, 어린이 체험실은 운영하지 않는다.

수원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내 삶의 기록 역사가 되다’를 감상해도 좋다. 가까운 이웃이자 친지를 비롯해 수원 사람들이 사용하던 삶의 흔적이 ‘역사’로 남아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수원의 근현대와 수원 사람들의 삶의 변화를 보여 주는 자료들이 전시됐는데, 2011~2020년 10년간 96명의 기증자가 기증한 1만511점의 유물을 선별해 친숙함을 더했다. 일제강점기 산업 발전에 사용하던 방적기(오국환 기증), 대한제국 군복(오일환 기증)처럼 오래된 영화를 뚫고 나온 듯한 유물부터 1950년대 추시계(염상덕 기증), 1980년대 마라톤 타자기(김영숙 기증), 긴 안테나가 있는 1983년 칼라텔레비전(정지선 기증) 같은 생활물품도 눈길을 끈다.

수원광교박물관은 수원 토박이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틈새 전시를 진행 중이다. 광교호수공원의 옛 모습을 추억하는 ‘기억나니! 수원 원천유원지’다.

현대 건축물과 아름다운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현재의 광교호수공원은 광교신도시 개발 이전에 ‘원천유원지’였다. 1980~1990년대 원천호수 주변에는 다양한 행락시설과 놀이기구가 가득해 시민들이 여가를 즐겼다.

수원지역 학교의 단골 소풍 장소이자 가정의 나들이 장소로 사랑받았던 만큼 당시의 사진을 보면 자연스레 추억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함께 오리배를 탔던 가족, 데이트를 하며 노를 젓던 연인, 잔디밭에서 도시락을 먹던 친구까지 모두 기억에서 소환할지도 모른다. 그 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는 사진으로 수원의 변화를 가늠해 봄직하다.

수원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 ‘내 삶의 기록, 역사가 되다’ 포스터.
수원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 ‘내 삶의 기록, 역사가 되다’ 포스터.

수원화성박물관은 수원을 설계한 정조대왕의 자취를 만나는 기획전시 ‘독서대왕 정조의 글과 글씨’로 설 연휴기간 시민들을 맞는다.

지난해 정조대왕 탄신 27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특별전시가 오는 29일 끝나니 전시를 볼 막바지 기회다. 책 읽기를 좋아했던 정조대왕의 일화에서 책에 대한 사랑을 엿보고 일기 쓰기로 다진 다양한 글짓기,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 글씨를 보면서 문예 부흥을 이끌었던 성군의 흔적을 만난다.

예술의 향연을 펼친 거리에서 연휴를 보내도 좋다. 수원시내 4곳의 공공미술관 중 수원시립미술관이 설 당일을 포함해 4일 동안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수원시립미술관에서는 ‘에르빈 부름:나만 없어 조각전’이 한창이다. 최근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가 관람할 정도로 명성을 얻은 전시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저명한 조각가 에르빈 부름이 한국에서 최대 규모로 연 개인전이다. 61점의 작품을 3개 섹션으로 구성해 예술 감각을 자극한다. 

1부에서는 분홍색 돼지를 연상시키는 고가의 컨버터블 자동차, 녹아내리는 빌딩, 옷과 양말을 겹쳐 입은 마네킹, 무려 11m 높이에 이르는 대형 니트 스웨터가 사회를 풍자하는 작가의 유쾌함을 보여 준다.

2부 전시는 관객이 직접 참여하며 조각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가이드에 따라 냉장고에 머리를 넣는 아이스헤드를 비롯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들과 개막식 행사에서 진행한 퍼포먼스로 만든 작품도 자리잡았다.

3부는 평면을 조각의 범주로 확장한 작가만의 시도를 보여 주는 ‘사진조각’, ‘스킨조각’을 감상하면서 현대미술에서 조각의 뜻을 고찰하기에 제격이다.

수원시 영통구에 개장한 영흥숲공원.
수원시 영통구에 개장한 영흥숲공원.

# 추위도 잊게 하는 아름다운 관광명소

눈이 오면 하얀 옷을 덮은 듯한 고궁의 설경이 새해 선물처럼 느껴지는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일대는 겨울에도 빼놓아서는 안 되는 명소다.

설 연휴기간에도 날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하는데, 이용료를 받는 화성행궁의 경우 설 당일엔 무료다. 수원화성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만한 방화수류정과 용연 일대 성곽을 거닐다가 추워지면 다시 마을로 돌아와 마음에 꼭 드는 아기자기한 카페에서 따뜻한 음료 한 잔 마시며 몸을 녹여도 그만이다.

종합안내소 3곳과 해설사안내소 7곳, 국궁장, 화성어차, 타종 체험 같은 체험시설은 설 당일에만 쉰다.

장용영 군사들이 무예를 연마하고 훈련하던 곳에서 국궁 활쏘기 체험을 하고, 연무대 너른 잔디밭에서 연을 날리며 바람과 한몸이 되는 경험이 가능하다. 수원화성의 주요 관광 포인트를 편안하게 볼 만한 화성어차도 운행해 특별한 추억을 간직하기에 좋다.

팔달산 정상에 오르면 타종 체험도 가능하다. 부모님과 가족의 건강을 빌고, 자신의 소원도 이뤄지길 바라며 종을 치면 설날의 뜻을 더욱 깊게 한다.

광교호수공원 개발 전 원천유원지로 활용된 원천저수지.
광교호수공원 개발 전 원천유원지로 활용된 원천저수지.

지난해 말 개장한 영흥숲공원도 가 볼 만하다. 영통구 영통동 20의 1 일원에 자리잡은 영흥숲공원은 새로 조성해 깔끔할 뿐더러 산책로가 잘 관리됐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둘러볼 만한 곳이어서 명절에 친지와 함께하기에 제격이다. 조성 중인 수목원을 중심으로 30분가량 둘레길을 천천히 걸으며 맡는 맑은 공기는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해 준다.

숲길 정상에는 전망데크를 마련해 탁 트인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입구 쪽에는 조금 더 짧은 숲길산책 코스와 참나무이야기 코스도 있으니 노약자와 함께하는 경우 이용하면 수월하다.

수원시가 지난해 7월 출시한 ‘터치수원’ 앱은 이번 연휴기간 수원관광을 제대로 즐기는 데 도움을 준다. 수원화성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관광 정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수원시내 주요 관광지와 공원 들의 정보를 손 안에서 쉽게 검색한다.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들을 지원해 외국인도 편리하게 이용 가능하다. 이달 말까지 숙박이나 모빌리티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설 명절을 맞아 수원을 찾은 지인에게 숙박이나 교통수단을 안내해야 할 때 이용하면 비용을 절약한다.

터치수원 앱으로 호텔·펜션·게스트하우스 같은 숙박시설 요금을 결제할 때 최대 23%(최대 5만 원), 모빌리티(공항 이동 교통수단, KTX) 요금도 쿠폰코드를 입력하면 최대 23% 할인받는다.

수원시립미술관 ‘에르빈 부룸:나만 없어 조각展’에 마련된 팻 카.
수원시립미술관 ‘에르빈 부룸:나만 없어 조각展’에 마련된 팻 카.

외국인 신규 가입자에게 3만 원을 할인하는 행사도 2월 말까지 진행한다. 터치수원 앱으로 수원화성 관광특구 내 맛집이나 카페·공방·체험 이용료를 결제할 때 쓰면 되니 아는 외국인에게 알려 수원에서 설 명절을 즐기도록 도와주면 된다.

이와 함께 시는 명절 기간에 시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쉽게 찾게끔 ‘설 연휴 종합 안내(https://holiday.suwon.go.kr/sw-holiday/)’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선별진료소 운영부터 병·의원과 약국 안내 같은 의료 정보를 비롯해 전통시장과 공영주차장, 교통, 청소, 안전대책을 제공하니 필요한 정보를 언제든지 찾아보면 된다. 

 신경철 기자 shinpd44@kihoilbo.co.kr

사진=<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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