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일이다. 방과 후 활동으로 수영부에 가입해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마침 친한 친구들도 함께 활동해 아주 즐거웠다.

 처음에는 요령을 몰라 물에만 들어가면 몸이 가라앉았는데, 처음으로 긴장을 풀고 물에 몸이 떴을 때 느낌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당시 수영용 보조도구인 킥판만 있으면 자유형 자세를 유지하며 25m를 헤엄쳐 갈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힘든 상황도 있었다. 휴식시간에 선생님께서 맘껏 놀라며 유아용 풀장에 여러 놀이기구를 띄웠는데, 기자는 헤엄 대신 친구와 함께 숨 참기 대결을 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둘이 동시에 잠수를 시작해 숨을 참다가 먼저 물 밖으로 나가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었다. 역시나 우리는 승부욕에 불타 마지막까지 숨을 참으며 이기려고 했다. 친구가 워낙 숨 참기를 잘 했던 터라 한 번은 이겨 보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일은 숨을 더 이상 참기 힘들 때쯤 벌어졌다. 물 밖으로 올라가려는데 웬걸. 선생님이 가지고 놀라며 물에 띄워 둔 커다란 보트가 바로 머리 위에 있었다. 게다가 빈 보트가 아니라 친구들이 여럿 탄 채였다. 보트를 피해 물 밖으로 나가려고 용을 썼지만 야속하게도 보트는 눈이라도 달린 듯 기자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왔다. 보트를 아무리 밀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숨이 모자라 눈앞이 하얘질 무렵 친구가 손을 잡아 끌어줬고, 간신히 밖으로 나왔다.

 그날 이후로 수영부를 관뒀다. 몸이 다시 물에 뜨지 않았고, 괜히 물속으로 들어가면 가슴까지 답답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영은 재밌었지만, 발이 바닥에 닿지 않으면 그냥 불안한 마음에 물에 들어가기가 싫었다고 기억한다. 그 이후로도 스스로 "물에 들어가는 데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단정하고 바다나 수영장에는 굳이 나서서 가려고 하지 않았다. 이런 곳을 가더라도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허리 정도까지만 들어가는 정도였다.

 한데 최근에야 "나는 어쩌면 물을 무서워하지 않을지도 몰라"하고 느꼈다. 지난 주말 대학 동기들과 15주년을 맞아 수영장이 있는 호텔로 ‘호캉스’를 갔다.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사진을 찍어 주려고 수영장으로 따라 나섰다.

 얼마나 지났을까. 친구들은 기자가 심심해 보였는지 얕은 곳으로 놀러 가자고 했고, 친구들을 따라 물속에 들어간 순간 생각보다 수심이 깊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런데 가슴이 답답하기는커녕 정말로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아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어쩌면 기자는 어릴 때 단편 기억만으로 스스로 물을 무서워한다고 지레 단정하고 다시는 도전하지 않으려고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을 되돌려보면 번번이 물놀이에 따라 나서는 일은 정말 물을 싫어한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을 테다. 어릴 때 "수영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물을 무서워한다"는 방향으로 잘못 연결하지 않았을까. 이전에 용기를 내 물속에 한번 들어가 봤다면 의외로 물이 무섭지 않다는 사실을 일찍 깨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는 결국 ‘도전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도전은 인생을 흥미롭게 만들고, 극복은 인생을 의미 있게 한다"는 명언이 떠오른다. 이제부터는 무작정 두려워하기보다는 "일단 해 보자"는 마음가짐을 되살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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