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바야흐로 전기차의 시대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 공급된 전기차는 1천만 대에 육박한다. 물론 고민도 많다. 전기차 가격이 생각상만큼 빨리 떨어지지 않다 보니 보조금이 더욱 중요한 동기부여가 됐기 때문이다. 2025~2026년 보조금이 점차 감소하면서 완전히 중단할 예정이었으나 전기차 가격 등 경쟁력 제고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그땐 보조금이 없어질까란 의구심이 글로벌 시장에서 생긴다. 

 중요한 요소는 역시 전기차와 더불어 보급되는 충전 인프라다. 우리나라는 전기차 선도 국가로서 현대차와 기아차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략을 가속화하는 실정이다. 이미 지난해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기아차의 EV6가 글로벌 시장에서 각종 상을 휩쓸 정도로 각광을 받는다. 가장 앞서 가던 테슬라 자체도 가장 경쟁력 높은 차종으로 현대차그룹을 지명할 정도로 높은 위상을 지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충전기 보급은 가장 어려운 조건을 갖고 있다. 도심지의 약 70%가 아파트 같은 집단 거주지 특성이 강하고, 빌라나 연립주택까지 포함하면 80% 이상을 점유할 정도다. 이 상황에서 한정된 공용주차장에 충전기를 설치하는 문제는 좁은 공간과 활용도 측면에서 가장 어려운 조건이다. 더구나 거의 모두라고 할 만한 지하 공용주차장은 더욱 폐쇄된 공간이어서 공간 확보와 안전성 측면에서 여러 난제가 있다.

 현재 국내 법적 조건은 새로운 아파트의 경우 전체 주차면수의 5% 이상, 기존 아파트는 일정 기간 내에서 2% 이상을 전기차 충전시설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은 지금과 같이 전기차 확대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선 그리 큰 의미가 없을 정도로 좁다. 그래서 있는 공간은 모두 동원하고 과금형 콘센트를 활용해 어떠한 주차시설에 전기차를 주차해도 주변 스마트 그리드형 콘센트를 이용해 용이하게 충전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최근 충전시설이 아파트 지하 공용주차장에 집중 설치된다. 문제는 안전성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에서 본 높은 열과 확산 속도 탓에 이용자들의 공포감이 커졌다. 전기차는 배터리 역할이 가장 중요하고 가격도 높은 만큼 제대로 활용하고 여러 수단으로 가격을 낮추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에너지 밀도 등 가장 장점이 많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높은 압력이나 충격을 받으면 배터리 열폭주 현상이 생겨 수초 안에 700~1천200℃에 이르는 열이 발생하고, 물속에서 불꽃이 일 정도로 심각한 폭발적 현상이 나타난다.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 화재 건수가 높지 않은 특성은 인지하나 문제는 확산 속도와 열적 특성이 내연기관차 대비 높다는 점이고, 탈출 등에 필요한 골든타임이 짧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전기차 화재는 운행 중은 물론 충전 중, 충전 후 등 다양하게 발생한다. 당연히 지하에 설치된 충전기에서도 발생 가능하다.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은 하면 할수록 좋다. 관련 기관에서 회의를 통해 안전시설 의무화 등 다양한 고민을 하는 상황이다.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지상에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방법이지만, 우리의 집단 거주지 특성으로 보면 결국 지하로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충전기와 안전시설 비용은 충전기 회사에 일임하기보다는 정부나 지자체가 보조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을 필연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현재 지하주차장에 있는 충전기의 안전시설은 지상과 다르지 않다. 미리부터 감지할 시설과 확인 장치 등 최소한의 안전시설부터 본격 준비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재산상 손실도 거대하고 인명 손실도 생각 이상으로 커지는 만큼 확실하게 준비하는 자세가 중요한 시기다.

 본격 보급되는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면서 충전시설 지하화는 더욱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하루속히 정부 당국과 관련 기관의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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