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과거 인기 절정 코미디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가 있었다. ‘웃으니까 행복하다’는 원리다. 흔히 생각하는 ‘행복해서 웃는다’의 정반대 원리다. 이는 사람들의 몸과 정신은 서로 연계돼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주목할 수 있다. 즉, 인간의 몸과 정신은 하나라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은 일찍이 깨달음을 얻었던 선각자들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강조했던 것과 맥을 같이한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일화 한 토막에서도 말한다. 중국 유학길에 비를 피해 들어간 산속의 움막과 같은 곳에서 잠결에 해골바가지에 담긴 썩은 물로 갈증을 풀었던 원효가 아침에 깨어나 이 사실을 알고 먹었던 물을 토함으로써 한순간 감각을 통한 깨달음을 얻고 한 말이 바로 이것이다.

요즘 학교는 대학입시철이 되면 면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실전 면접 연습을 통해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키워 주고자 한다. 매년 학생들은 평소에 알던 지식도 면접관 앞에 서기만 하면 머리가 하얗게 돼 생각이 떠오르지 않거나 몸이 굳어져 부자연스러운 행동으로 고전했다고 고백한다. 평소 또래들 사이에서 또는 친숙한 교사 앞에서는 말을 제법 잘하던 학생들도 한순간에 입이 닫힌 채 얼음이 돼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한다. 이는 지나친 긴장감이 가져온 부작용으로, 몸과 마음이 서로 연계돼 있음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학교에서는 이런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실전 훈련을 제공하는가? 

먼저 학생들의 몸의 감각을 따뜻하게 유지하게 한다. 면접 연습장에 따뜻한 물이나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해 주면 일부 학생들은 몸을 데워 긴장을 풀기도 한다. 이는 아무것도 마시지 않고 몸이 긴장한 상태로 참여하는 학생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여 준다. 

또한 면접 사항을 입실 전에 알려 주고, 사전에 연습장에서 생각을 정리하게 한다. 종이 위에 생각을 기록함으로써 신체 감각을 안정되게 유지하는 것으로, 실제 체험 효과는 크게 나타난다.

이는 실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련한 백화점 판매원들은 어떻게 해서든 고객이 직접 상품을 만지게 한다. 잠시라도 터치하면 감각을 자극해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2배나 높다는 결과 보고의 적용이다. 

또 다른 판매 전략도 있다. 어느 유명한 수입 자동차 딜러는 추운 겨울날 아침에 출근해 헤어드라이어를 챙겨 영하의 날씨에 찾아오는 고객들을 위해 차 문 손잡이를 사람의 체온 정도로 데워 놓는다고 한다. 차를 보러 온 고객이 차 문을 열 때 사람의 손을 잡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하기 위해서다. 결국 고객은 따뜻한 감촉을 느끼면서 좋은 인상을 받아 판매로 이어진다는 전략이다.

감각은 생각을 좌우한다. 즉, 물리적 환경이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요즘 각급 학교는 공간 혁신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른바 그린스마트스쿨(선진형 교과교실제)에 따른 시설과 공간을 개선하는 국가적 교육사업이다. 이는 일찍이 ‘공간이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북유럽 국가들의 학교 건축물 디자인에서 얻은 교훈이다.

이제 학생들에게 ‘체화된 인지’ 현상을 활용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과거 우리의 학교 공간은 감시와 통제 기능에 치우쳐 실생활과 유리된 채 학생들의 감각을 무디게 하고 배움의 동기를 충실하게 제공하지 못했다. 요즘은 학교에 따라서 엎드리거나 누워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 안락하게 좌우 회전하는 의자에서 책 읽기, 편안한 조명과 책상 배치를 구상함으로써 ‘느낌적인 느낌’을 제공하는 스터디카페가 유행하고 있다. 바로 신체 감각을 통해 정신과의 일체감을 체험하는 효과다. 

이처럼 교육은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루는 체화된 방식이 필요하다. 옛 선비들이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을 삶의 원리로 삼았던 것도 당당하게 가슴을 편 채로 넓은 길을 걷는 모습에서 품격을 유지하려는 방책이었다. 

결국 교육은 감각의 힘을 깨워 몸과 마음의 일치를 꾀함으로써 바람직한 성과를 거두는 것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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