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청이나 각 구청, 행정복지센터에 전화를 하면 귀에 쏙 박히는 ‘수능금지곡’이 될 법한 신나는 통화연결음이 들린다. "수원에 기부하자! 고향사랑기부제! 수원, 수원, 기부제로 고향 지원! 수원, 수원, 기부하면 내 맘 시원! 수원, 수원, 향한 너의 마음 응원!"이라는 가사의 랩 스타일 CM송이다.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한 달, 수원시민은 물론 수원을 고향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향사랑기부제 모범 사례를 만든다.
# 수원에 기부하자!
강희구(76)씨는 고향사랑기부제를 실시한 지 보름여가 지난 1월 16일 인근 농협은행을 찾아 수원에 10만 원을 기부한 외지인이다.
충청남도 청양군 출신인 강 씨는 오랜 서울 생활을 마무리하고 5년 전 고향으로 귀농해 수원시와 특별한 인연은 없었다. 그런 그가 수원시에 고향사랑기부금을 낸 까닭은 다름 아닌 ‘자녀들’ 때문이다.
다양한 매체에서 고향사랑기부제를 접한 그는 자녀들이 터를 잡고 살아가는 도시 수원이 더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부처를 수원으로 정했다.
강 씨는 "고향사랑기부제로 자녀들이 사는 도시에 도움이 된다니 기쁜 마음으로 기부했고, 주변에 아는 이들에게도 추천하는 중"이라며 "수원시에서 좋은 사업을 하도록 잘 쓰길 바란다"고 했다.
20대 청년 김남은(25)씨도 1월 13일 수원시에 10만 원을 기부했다. 용인시민인 그는 수원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인연으로 수원시를 기부처로 선택했다.
일본인 친구에게 들어 기부제도를 익히 알았던 만큼 기부 결정과 실행에 막힘이 없었다. 프로야구 kt 위즈의 팬인 그는 "야구 경기를 본 뒤 인근 맛집에서 친구들과 밥을 먹을 때 쓰려고 답례품으로 수원페이를 선택했다"며 "친구들을 만나러 자주 가는데, 더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기부금을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한 1일 이후 수원시에는 30일 동안 160여 명의 기부자가 1천500만 원 상당을 기부했다. 연예인 같은 유명인 고액 기부는 없지만 수원을 사랑하는 소소한 마음이 만들어 낸 십시일반이다. 가족과 친구가 사는 도시 수원의 발전을 응원하는 기부금이 차곡차곡 쌓인다.
# 수원이 기부하자!
지역에서 다양한 복리사업을 진행하는 데 시민의 기부를 활용하는 고향사랑기부제는 사실 인구 감소와 유출이 심각한 ‘소멸위기지역’에 더 절실하다.
122만 명 이상이 사는 전국 최대 규모 지방자치단체인 수원시는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할 ‘잠재 기부자’가 가장 많은 셈이다. 수원시민들의 참여가 소멸위기 지방도시에 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진주시 1호 기부자 강진영(32)씨는 이 같은 수원시민의 가능성을 잘 보여 준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2015년 말부터 수원시 장안구에 사는 그는 1일 오전 9시께 고향사랑e음 사이트로 진주시에 10만 원을 기부했다.
강 씨는 명절에 그리운 마음으로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점점 작아지는 고향의 모습이 항상 아쉬웠다. 아이들이 줄어들고 상권 규모가 줄어들어 안타까웠던 그는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소식을 들은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기부를 결정했고, 빠르게 실행에 옮겼다.
강 씨는 "세액공제 혜택이 있는 만큼 해마다 꾸준하게 기부하고, 기부금 사용에 따라 기부액도 늘릴 예정"이라며 "한부모가정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 들에 가난의 대물림을 끊도록 활용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기부를 하고 싶지만 기부금 운영이나 활용에 대한 고민으로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고향사랑기부제가 하나의 방법"이라며 "공공기관이 기부금을 운용하는 만큼 믿음이 간다"고 추천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진짜 고향이 아닌 곳에도 기부 가능하다. 지역을 살리려고 시작한 고향사랑기부의 뜻을 적극 알리고자 기부에 앞장선 인물이 바로 수원시정을 꾸려 가는 이재준 수원시장이다.
이 시장은 11일 집무실에서 ‘고향사랑e음 시스템’을 활용해 5개 지자체에 각각 10만 원씩 기부했다. 고향인 경상북도 포항시를 비롯해 소멸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손꼽히는 연천군, 전라북도, 태안군, 해남군을 기부처로 선택했다.
이 시장은 "고향사랑기부제 목표는 대도시와 소멸위험 지자체의 상생이 돼야 한다"며 "소멸위험 지자체에 꾸준히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 수원이 성공한다!
수원시는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운영·안착에 행정력을 집중한다. 지난해부터 TF를 구성·운영하고, 시정연구원에 의뢰해 ‘고향사랑기부제도 활성 방안’ 연구를 진행해 일본의 사례 분석과 이를 수원에 적용할 만한 방안을 찾았다.
더욱이 고향사랑기부제 인센티브인 답례품 선정에 공을 들였다. 현재 1차 답례품은 지역화폐인 수원페이, 수원시만의 특성을 담은 관광기념품(수원화성 주석소주잔, 능행도 명함첩, 장안문 모형)과 공식 캐릭터 수원이 기념품, 수원호스텔 숙박권으로 구성했다.
또 플라잉수원, 화성어차 같은 관광상품도 터치수원 앱과 연계해 선택하게끔 준비 중이다.
답례품은 2월 중 큰 폭으로 확대한다. 수원시가 공모로 27일 2차 답례품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쌀(정다미)과 한우세트 같은 농축산물부터 참기름, 수원왕갈비통닭, 커피, 막걸리, 수원약과, 수원화성빵을 비롯해 수원의 특성을 더한 가공식품을 가격대별로 추가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캐릭터 상품 종류도 다양해지고 공예품목도 다수 추가한다. 더구나 교육 프로그램과 원데이클래스, 프로스포츠 시즌권, 기부자 표찰을 부착한 나무 심기 참여권을 함께 선정해 기부자들이 수원에서 경험하고 체험하는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수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고향사랑기금을 활용할 방법도 다듬는다. 지역 현안을 효과 있게 해결해 시민에게 도움을 주고, 수원을 기부처로 선택한 기부자들에게는 자긍심을 주도록 특별한 기금 사업을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보기로 수원시가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지원하는 ‘셰어하우스 CON’ 입주자들이 사는 기간이 끝나 홀로 서기를 할 때 도움을 줄 만한 방안을 비롯해 수원시에 딱 알맞은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또 고향사랑기금 활용의 체감도를 높이려고 1월 기금 활용 사업 아이디어를 공모해 2월 중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반영해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 우리도 동참하기!
고향사랑기부제 장점은 누구나 쉽게 참여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거제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음성군), BTS 제이홉(광주광역시 북구), 손흥민(춘천시) 같은 셀럽의 기부 행렬에 평범한 소시민들도 동참하면 된다.
설날 받은 세뱃돈을 아직 묵혀 뒀다면 고향을 살리는 기부에 활용해 의미를 더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고향사랑기부제 기부처는 자신의 주민등록상 주거지가 아니어야 한다. 마음의 고향으로 삼은 곳이나 가족·친구가 사는 곳, 여행에서 행복한 추억이 남은 곳, 응원하고 싶은 곳, 그 밖에 어디든 가능하다.
다만, 다른 사람 이름의 가명으로는 참여하지 못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온라인으로는 고향사랑e음(https://ilovegohyang.go.kr/) 홈페이지를 거쳐야 한다. 회원가입을 한 뒤 로그인을 하고, 지자체와 금액을 선택해 납부하는 절차로 진행한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활용이 어려운 사람들은 농협은행과 농·축협에 방문해 서면으로 회원가입과 기탁서를 작성해 결제하면 된다. 기부금액은 연간 500만 원까지 가능하다. 횟수와 기부할 지자체 수는 제한이 없다. 연간 고향사랑기부제로 기부한 총 금액이 500만 원 이하면 된다.
기부액은 세액공제를 받게 되는데, 기부 정보가 자동 신고돼 별도의 등록 절차 없이 연말정산에 반영한다. 10만 원까지는 전액, 초과분은 16.5%를 공제한다. 기부금액 30%는 답례품으로 돌려받는다. 기부한 지자체에 포인트가 생성되고, 지자체별 답례품을 선택하면 된다.
개인이 10만 원을 기부한 경우 10만 원은 연말정산 세액공제로 전액 돌려받고, 3만 원의 답례품을 선물받아 결과로는 기부자에게 3만 원 상당 이익이 제공되는 셈이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을 넘어 소멸위기지역을 지키는 고향사랑기부제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신경철 기자 shinpd44@kihoilbo.co.kr
사진= <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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