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2022년 새로운 정부가 등장하면서 국정 운영의 3대 중점 사항으로 노동, 연금, 교육 개혁을 내세웠다. 어느 것 하나 가벼이 할 수 없는 국가의 중대사다. 

하지만 교육입국(敎育立國)을 지향하면서 오늘날 이 나라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은 교육이다. 역사적으로 산업화, 정보화, 디지털 문명의 대전환 시대를 거치면서 교육은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의 축으로 글로벌 인재를 키우고 국가의 동량(棟梁)을 길러 낸 주역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라 안팎에서 많은 교육자, 경제인, 지식인들은 이 나라의 교육 개혁 필요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때에 맞춰 더 늦기 전에 현 정부가 교육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고 이를 국정 운영의 톱3 정책으로 내세운 것은 다행스럽다. 그렇다면 어떻게 교육 개혁을 이룰 텐가? 여기엔 국민적 합의를 이뤄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겠지만, 필자는 인류의 영원한 자산인 고전(古典) 읽기 교육에서 또 하나의 축을 찾기를 제안하고자 한다.

잠시 시야를 나라 밖으로 돌려보자. 미국의 세인트존스 칼리지의 ‘더 프로그램(The Program)’은 과감하고 도전적인 혁신 사례로 꼽힌다. 입학 후 졸업 시까지 100권의 고전을 의무적으로 읽고 소그룹의 학생들이 수없이 많은 토론을 한다. 1937년 이 프로그램을 전격 도입해 탄탄한 명문 대학으로 성장한 이 대학의 특징은 인문, 역사, 철학, 과학, 즉 문사철(文史哲)을 교육과정의 핵심으로 삼은 점이다. 이는 세상의 모든 요소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하고, 매우 다른 요소 간 융합을 통해 창의의 깨달음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고전 읽기는 현인들의 지혜와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력을 통해 현실을 진단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최상이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1997년에 "지금으로부터 30년 후 대규모 대학 캠퍼스는 유물이 될 것이다. 대학들은 생존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처음 책이 인쇄됐을 때만큼이나 큰 변화다"라고 큰 화두를 던졌다. 그가 말한 30년이 되려면 아직 4년이 남았다. 다른 여러 산업과 달리 대학이라는 독특한 산업은 어떻게 계속 생존해 나갈 수 있을까? 그 해법은 대학 내 최고 지성인들이 집단지성을 모아 고전 읽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필자는 그 전초전으로 중·고교에서부터 고전 읽기를 체계화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 한때 중고등학교는 ‘서울대학교 추천 고전 100권 읽기’를 마치 경쟁하듯이 제시한 적이 있었다. 이를 기초로 대학별 논술고사 및 중고교의 서술형 시험을 주도했다. 이젠 대학 예비 과정으로 학년별, 수준별로 20~30권의 고전 읽기를 장려하고 이를 대학에서의 취득 학점으로 반영하는 연계 정책이 필요하다.

필자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소속 학교에서 학교장의 책마차를 운영해 매주 1회씩 각 학년별 복도를 순회하고 있다. 이는 학교장의 과감한 의지로 시행한 것으로,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쉬는 시간 10분 만에 학교장이 직접 선정한 책 20권 정도가 순식간에 대출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독서 습관 정착으로 이어진다. 물론 책 선정의 기준은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고전의 문사철 영역을 위주로 한다. 학생들은 "교장선생님이 추천하는 책이니 신뢰할 수 있습니다"라고 고백한다.

철학자 베이컨은 "독서는 완전한(full) 사람을, 토론은 준비된(ready) 사람을, 쓰기는 정밀한(exact)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이제 우리의 중등교육부터 고전 읽기를 공식적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교육부가 주도하고 교사와 학교장의 의지와 철학이 가미되면 충분히 가능하고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된다. 

"오늘의 나를 키운 8할은 동네 도서관이다"라고 했던 빌 게이츠의 말처럼 학교 도서관이나 교과시간에 고전 읽기를 검증하고 체계화함으로써 우리 교육 개혁의 또 하나의 축으로 작동하길 기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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