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동물의 세계에서 최고의 사냥꾼은 누구일까? 가장 빨리 달리는 동물일까, 아니면 가장 힘이 센 동물일까?"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면서 생각에 잠길 때면 가끔은 어린아이와도 같은 이런 궁금증이 들곤 합니다.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글이 「고전혁명」(이지성)에 나옵니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살아가는 동물 중 최고의 사냥꾼은 시속 120㎞로 달릴 수 있는 치타도 아니고 동물의 왕인 사자도 아니라고 합니다. 긴 시간을 그렇게 빠른 속도로 계속 달릴 수는 없을 테니까요. 최고의 사냥꾼은 의외로 리카온이라고 합니다.

초원에서 긴 주둥이에 크고 둥근 귀를 가진 리카온 한 마리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영양 한 마리를 쫓고 있습니다. 쉽게 잡히지 않고 시간만 흐르자 리카온은 지쳐 버립니다. 그때 다른 방향에서 오던 리카온 한 마리가 다시 그 영양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영양은 혼자서 뛰지만 리카온은 혼자가 아닙니다. 한 마리가 지치면 다른 녀석들이 어김없이 차례로 나타나니까요. 드디어 영양과의 거리가 좁혀지면 대장 리카온이 명령을 내립니다. 그때 한 녀석이 지쳐 버린 영양의 앞쪽을 들이받습니다. 영양이 쓰러지면 리카온 무리 모두가 달려듭니다. 이제 사냥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아프리카 초원의 최고 사냥꾼인 리카온이 사냥을 한다고 해도, 그때마다 성공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들의 성공률은 절반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만약 사냥에 실패하면 굶어야만 합니다. 최고의 사냥꾼인데도 실패가 거의 절반이라는 사실이 무척 놀랍습니다.

리카온만 그럴까요? 우리네 삶도 성공 확률보다 실패 확률이 훨씬 더 높은 게 사실일 겁니다. 그런데 매체를 통해 우리가 보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성공한 모습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실패를 견디지 못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실패는 스스로가 실패라고 여길 때 실패한 거니까요. 리카온처럼 사냥에 실패해도 다시 사냥감을 기다리며 견뎌 내면 되는 겁니다. 성공으로 가는 과정에는 항상 수많은 실패가 존재한다고 여긴다면 실패는 더 이상 실패가 아닙니다. 성공으로 가는 길목에서 누구나 겪어야 할 과정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이렇게 생각을 바꾸면 실패의 아픔도 조금은 더 잘 견뎌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실린 글이 실패의 고통 앞에서 슬퍼하는 우리에게 큰 위로를 줍니다.

비바람 없이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상처를 받으며 성장하는 꽃과 같습니다. 비바람을 맞지 않고 자라나는 나무는 없습니다. 살아가는 길에는 수많은 비바람이 다가옵니다. 때로는 비바람에 가지가 꺾이는 아픔을 겪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아픔으로 인해 나무는 더 단단해짐을 압니다. 내가 가진 한때의 아픔으로 인생은 깊어지고 단단해집니다.

비와 바람은 언젠가 멈추게 됩니다. 인생이 매번 상처만을 받지는 않습니다. 비바람은 지나가는 한때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비와 바람을 견디고 핀 꽃이 아름답습니다. 사는 게 매번 아픈 게 아니라 아름답게 피어나는 날도 있습니다.

오늘 또 하루가 지나갑니다. 사는 게 상처를 위해 사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의 아픔은 나를 더 깊고 아름다운 삶의 꽃이 되게 하는 과정입니다. 하루를 소중히 사는 사람은 내일의 기약을 믿고 삽니다. 아름답게 꽃을 피우며 살아가게 될 그날들을 위해!

리카온이 두드러진 재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사냥꾼으로 거듭날 수 있는 지혜가 무척 돋보입니다. 치타처럼 빠르지도 않고 동물의 왕인 사자의 용맹함도 부족한 리카온이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협업하는 태도였습니다. 정치·경제의 위기를 목전에 둔 우리에게 리카온의 협업하는 태도는 실패를 성공으로 바꿔 내는 기적 같은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정치도, 경제도, 노사도 상대에게 겨누고 있던 칼을 칼집에 넣고 서로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너그러움이 그 기적을 만들어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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