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선수들이 2021년 창단 첫 통합 우승을 달성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kt 위즈 선수들이 2021년 창단 첫 통합 우승을 달성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수많은 스포츠 가운데 한국에서 ‘프로’라는 이름이 붙은 종목은 딱 4개다. 야구·축구·배구·농구. 이를 두고 ‘4대 프로스포츠’라고 한다. 인구 100만 명이 넘는 수원특례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4대 프로스포츠를 모두 보유했다.

이 가운데 성적이 도드라진 종목은 프로야구 kt 위즈다. 창단 후 수년간 KBO리그 하위권을 맴돌던 kt는 ‘언더독의 반란’을 제대로 보여 줬다.

더구나 우승기까지 거머쥐며 이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강팀’이 됐다. 야구 시대를 이끄는 kt가 수원에 뿌리내린 시기는 벌써 10년 전이다. 2013년 1월 17일 창단 승인을 받은 뒤, 4월 1일 창단됐다. 10번째 생일을 맞은 kt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2013년 kt 위즈 탄생 그리고 2021년 통합우승

# ‘마법사 군단’ 탄생

2011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10구단 설립을 공식 선언하자 경기도와 수원시가 함께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수원시는 1989년 개장한 수원야구장을 리모델링하는가 하면 모든 부분에서 개선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이듬해 KBO가 10구단 창단 보류를 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2013년 1월 17일 KBO 이사회에서 ‘KT 프로야구단 창단’을 만장일치 승인했다. 이후 kt sports 독립 법인을 설립했고, 공식 구단 명칭으로 ‘kt wiz’를 확정했다. 초대 감독으로 조범현 감독을 선임했고, 애리조나 투산에서 첫 전지훈련을 했다. 물론 KBO리그에 바로 나서지는 않았다. 2014년 퓨처스리그에 출전했고, 2015년부터 1군으로 올라와 리그에 참여했다.

리그 전 시범경기에서 4승8패로 9위를 기록하며 ‘신생 구단’치고는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만, 개막 직후 11연패의 늪에 빠지는가 하면 1할대 승률마저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정규리그 첫 승,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를 상대로 첫 홈경기 승리를 장식했다. 최종 성적은 꼴찌로 아쉬웠으나 1할대 승률도 어렵다는 첫해 52승1무91패로 승률 0.364를 찍었다. 동시에 KBO 신생 구단 최다승 타이 기록도 세웠다.

# ‘강팀 구단’ 발판

막내 구단 특성상 선수층이 얕은 kt는 수년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3년 차에는 첫해보다 1승을 더 추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에 kt는 2대 사령탑으로 김진욱 감독을 선임하고 4년 차를 시작했다. 첫 3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하는가 하면 많은 팬도 끌어 모았으나 최종 성적은 50승94패로 또다시 꼴찌였다.

3년 연속 꼴찌를 기록한 kt는 2018년 59승3무82패를 기록해 창단 첫 4할 승률을 넘기며 아슬아슬하게 9위 도약에 성공했다. 이후 이숭용 단장과 이강철 감독을 불러오며 ‘반전’의 발판을 만들기 시작했다. 

6년 차인 2019년 kt는 구단 창단 최초 9연승 달성, 외국인 선수 쿠에바스의 구단 최다승 경신(13승), 투수 배제성의 구단 최초 국내 선수 두 자리 승수 달성에 힘입어 창단 첫 5할 승률(71승2무71패)을 기록했다. 순위는 6위였다.

중간 자리에 오른 kt는 ‘반전 마법’을 부렸다. 2020년 스프링캠프 때부터 많은 관심이 쏠린 kt는 수년간 팀을 받쳐 온 멜 로하스 주니어·황재균·강백호·쿠에바스를 비롯해 새로운 외인 데스파이네와 소형준을 앞세웠다. 시즌 초반은 다소 아쉬운 모습으로 하위권이었으나 중반부터 치고 올라갔고, 5년 만에 81승62패로 정규리그 2위에 올라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다만,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데다 이런저런 이유로 두산 베어스에 패해 최종 순위는 3위였다.

# 이제는 자타공인 ‘강팀’

kt의 ‘언더독 반란’에 많은 구단이 주시했고, 마법은 계속됐다. 8년 차를 시작한 2021년 kt는 직전 시즌 하반기에 보여 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며 초반부터 2위를 달렸다. 시즌 중반이 채 다가오기도 전인 6월부턴 1위에 안착해 정규시즌을 마감하는 10월까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시즌 막바지 2위 삼성 라이온즈가 바짝 쫓아와 공동 1위를 허용했으나 삼성을 잡고 76승9무59패(승률 0.563)로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또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꺾고 첫 챔피언 트로피와 함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뤄 냈다.

이는 KBO 역사상 역대 최단기 통합우승이었다. 창단 14주년을 맞이한 8번째 구단인 키움 히어로즈보다 먼저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kt는 2022시즌 때도 80승2무62패로 정규 시즌 4위를 기록하며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022시즌 kt 위즈와 기아 타이거즈 와일드카드 1차전 경기를 찾은 kt 팬들이 열띤 응원을 했다.
2022시즌 kt 위즈와 기아 타이거즈 와일드카드 1차전 경기를 찾은 kt 팬들이 열띤 응원을 했다.

 

짧은 연혁에도 수많은 프랜차이즈 스타

창단멤버 고영표 완봉승 포함 ‘11승 6패’

심우준 유격수뿐 아니라 2·3루수도 커버

유한준·황재균·박명호 연륜으로 勝 리드

수원 kt 위즈가 KBO 역사상 최단기간 통합우승(7년)을 달성한 요인은 무엇일까. ‘레전드’ 이강철 감독이 이끌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탄탄한 코칭스태프진을 구축했기 때문일까.

모두 맞는 말이지만, 탄탄한 선수층 구축이 가장 컸다. kt는 짧은 연혁에도 다른 구단과 마찬가지로 많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보유했다.

국내 최고 외국인 타자였던 멜 로하스 주니어를 비롯해 ‘베테랑’ 유한준·황재균, ‘거포’ 박병호, ‘간판 타자’ 강백호, ‘에이스’ 고영표, ‘신인왕’ 소형준, ‘미스터 제로’ 김재윤, 간판 포수 장성우, 그 밖에 박경수·주권·심우준·엄상백이 그 주역이다.

로하스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kt에서 외국인 타자 성적 걱정을 단 한번도 시키지 않은 선수다. 더구나 2020시즌 홈런과 득점, 타점, 장타율, WRC 1위, 안타 2위, 타율과 타수, 출루율 3위를 기록했다. 또 KBO리그 사상 첫 스위치 히터로 홈런왕을 차지했고, 구단 창단 첫 리그 MVP를 수상했다.

2013년 kt 창단과 함께 입단해 ‘창단 멤버’로 불리는 고영표와 심우준도 빼놓아선 안 된다. 고영표는 하위권에 머물던 kt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고, 군 복무 이후에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복귀 첫 시즌인 2021시즌에는 26경기에 등판해 166⅔이닝을 소화했다. 완봉승 포함 11승6패,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했다.

심우준은 주 포지션인 유격수뿐 아니라 3루수와 2루수 수비까지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팀 내 최강의 수비력을 갖췄다는 평가는 물론 빠른 스피드와 괜찮은 타격 능력도 보유 중이다.

실력뿐 아니라 ‘베테랑’의 면모로 팀을 이끌어 온 프랜차이즈 스타를 꼽으라면 유한준과 황재균이다. 둘은 각각 2016년, 2018년 입단해 kt가 약체일 때부터 팀을 이끌었다. 실력은 물론 선수들과 화합, 리더십으로 ‘베테랑’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 줬다.

kt의 프랜차이즈 스타 중 가장 늦게 팀에 합류한 선수는 박병호다. 그는 2022시즌 입단했다. 당시 많은 나이 탓에 실력이 차츰 줄어든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kt에 입단한 뒤 3년 만에 홈런왕과 1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kt의 대표 간판 타자이기도 하다. 2022시즌 두 번의 큰 부상을 당했으나 그해 마지막 경기였던 준PO서 포스트시즌 데뷔 첫 홈런을 때리면서 활약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소형준은 2020시즌 스프링캠프부터 파급력이 대단했다. 고교 시절 말도 안 되는 실력을 선보였던 그는 역대 8번째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을 기록했다. 이후 좋은 실력을 발휘해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통합우승 팀의 팬 자부심 크다" 변함없는 팬심

9년 팬 방정수 씨 "수원 연고라 더 마음 가"

"제 인생에서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우승팀의 팬이 되게 해 줘 감사합니다."

수원 kt 위즈가 창단한 지 10주년, 이 중 9년을 kt와 함께한 팬이 있다. 바로 방정수(29)씨다.

방 씨는 "10년 동안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우승,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 낸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들 모두 정말 고생이 많았다"며 kt 10주년을 축하했다.

그가 kt를 응원하게 된 시기는 2015년 어느 봄이다. 다른 구단 팬이었던 그는 원래 응원하던 팀과 kt가 경기하는 모습을 본 뒤 kt에 반했다.

kt 위즈가 2022시즌 종료 후 수년 만에 연 팬페스티벌.  <kt 위즈 제공>
kt 위즈가 2022시즌 종료 후 수년 만에 연 팬페스티벌. <kt 위즈 제공>

방 씨는 "고군분투하는 kt의 모습이 멋졌다"며 "사는 지역에 연고팀이 없어 가장 가까운 수원을 연고지로 하는 팀이기에 더 마음이 갔다"고 회상했다.

9년의 시간,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뭐니 뭐니 해도 2021 정규시즌 1위 최종 결정전이다. 당시 kt는 시즌 초·중반부터 1위를 달리다 연패에 빠졌고, 2위 삼성 라이온즈에 공동 1위를 허용했다. 1위 자리를 둔 마지막 싸움이었다.

방 씨는 "살면서 보기 힘든 1위 결정전이었다. kt가 짜릿하게 1-0으로 승리해 기뻤다"며 "그날 흥분하면서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그는 kt와 선수단에 "지난 시즌은 선수들 부상과 빈자리가 많이 느껴진 해였지만 팬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며 "올 시즌 부상 없이 건강한 시즌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김재우 기자 k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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