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저녁을 먹다가 TV에서 우연히 한 연애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연예인 패널들이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의뢰인을 만나 사연을 듣고 재결합 기회를 주는 방송이었다. 의뢰인들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이별을 겪었는데, 어떤 사연은 옛 연인이 출연을 거부해 만남이 불발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운 좋게 마음이 맞아 재결합 소식을 알린 커플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연은 과거 항해사로 일했던 청년 A씨의 얘기였다. 이 청년은 3년 전 항해사로 일할 당시 사귀었던 여자친구를 잊지 못해 참여 신청을 했다. A씨가 타던 배는 아파트 한 채 크기의 천연가스 운송선이었는데, 한번 출항하면 다시 돌아오는 데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까지 걸린다. 휴가는 고작 1개월이고, 망망대해에서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아 영상통화는커녕 문자 한 통조차 보내기 힘들었다고 한다. 자연히 A씨는 여자친구와 멀어졌고, 허무하게 연애를 끝냈다.

현재 A씨는 항해사 일을 그만두고 트레이너로 전직했다. 이제는 바다에 갈 일도 없고 생활이 안정됐다 싶어 다시 한번 기회를 얻으려 했다. 나중에 다시 휴가를 나왔을 때도 미안함에 연락하지 못했던 부분도 사과를 하고 싶다고 하는데, A씨 옛 연인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현재 만나는 남자친구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해사대를 나와 해군장교로 만기 전역을 하고, 젊은 나이인데도 2등 항해사로 승급할 정도로 성실한 청년이었는데, 당시 상황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과 이어지지 못했다는 사연이 안쓰러웠다.

최근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기자가 평소 필요해 갖고 싶은 물건이 있었는데, 적은 돈이 들어가는 물건도 아니고 믿을 만한 판매처를 찾지 못해 시간만 보내는 중이었다. 그런데 평소 기자의 고민을 아는 친한 친구가 마침 적절한 물건이 있다며 혹시 살 뜻이 있는지 물었는데, 하필 지금 당장은 무언가를 소비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기자에게는 누구보다도 믿을 만한 친구인데다 물건도 정말 좋았지만, 그렇게 아쉽게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안타깝지만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할 듯하다"고 친구에게 알려 주며 기자가 한 말이 바로 ‘타이밍’이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듯 무슨 일이든 시기가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하게 느꼈다. 엄청난 선수는 아니더라도 그 시기에 해당 포지션이 귀해져 FA 대박을 친 경우라든가, 어렵게 대출을 받아 비싼 아파트를 샀는데 공교롭게도 그 이후 가격이 폭락하는 경우라든가. 타이밍의 중요함을 보여 주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 널리고 널렸다.

어떤 잡지에서 본 내용인데, 아이디어랩 창립자인 빌 그로스는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더라도, 탄탄한 자금력과 훌륭한 인재가 받쳐 준다고 해도, 시장에서 해당 서비스나 품목을 선호하는 타이밍이 맞아야 성공의 길로 향하게 된다는 뜻이었다.

뭐든 타이밍이 이렇게나 중요한데, 그 중요한 시기를 모른 채 흘려보내지 않도록 준비하며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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