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석 인천 안골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김선석 인천 안골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지구상의 도시는 시끄럽습니다. 자동차 소음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동차가 없는 도시가 있습니다. 바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Venezia)입니다. 이 도시에서는 보트가 승용차 구실을 합니다.

세계적인 ‘물의 도시’라 일컬어지는 베네치아는 5세기께 만들어졌습니다. 북유럽에서 밀려 들어온 이민족(고트족)에게 쫓기던 피난민(라틴족)들이 만든 인간의 작품입니다. 육지에 발을 붙일 수 없었던 그들이 석호(모래와 갯벌로 된 바다 호수) 위에 말뚝을 박아 세운 도시, 이곳을 전 세계인이 즐겨 찾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갯벌 위에서 탄생한 도시가 있습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입니다. 20년 전에는 주민들이 무릎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바지락을 캐던 천연 늪지대인 갯벌이었습니다. 베네치아가 통나무 기둥을 바다 위에 박아 도시를 만들었다면, 송도는 첨단 기법으로 콘크리트 파일을 사용했습니다.

송도는 2003년 우리나라 최초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 베네치아가 관광도시라면 송도는 바이오산업으로 승부를 걸고 있습니다. 세계에 내놓을 만한 대기업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송도가 미래에 ‘뜨는 도시’로 성장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뜨는 도시가 갖춰야 할 세 가지 요소를 영국의 도시계획가인 게데스(P. Geddes)의 말을 토대로 설명합니다.

첫째는 ‘생산(경제)’입니다. 그동안 반도체와 조선 그리고 전자제품이 한국 산업을 이끌어 왔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분야는 바이오산업입니다. 송도는 바이오산업을 통해 전 세계에서 관심 높은 치료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바이오기술은 우리 생활에 매우 밀접합니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에 오랫동안 재직했던 유영제 교수는 저서 「바이오 산업혁명」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의 주요 단백질 치료제 생산 거점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바이오산업은 송도를 미래 도시로 성장하게 만드는 지름길 노릇을 할 것입니다.

둘째는 ‘생활(주거)’입니다. 다시 말해 편익시설이 중요합니다. 도시는 사람들이 모여서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서울에 인구 집중 현상은 일자리가 많고 편익시설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편익시설은 우수 인력을 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송도는 편익시설을 갖추는 데 애써야 할 부분입니다. 현재 유명한 외국 대학 등 교육환경이 상당히 좋아지고 있으나 대학병원 등 갖춰야 할 것들이 더 있습니다.

셋째는 ‘위락(여가)’입니다. 현대인들은 주거, 경제와 함께 삶의 질을 높이는 여가활동을 매우 중요시합니다. 

송도에는 트리플 스트리트, 아트센터, 트라이볼, 센트럴파크가 있습니다. 이 밖에도 가슴이 확 트이는 솔찬공원에서는 바다를 바라보며 행복한 휴식을 즐길 만합니다. 해변과 맞닿은 이곳은 수많은 갈매기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 주위를 돌며 먹이를 찾습니다. 사람들이 갈매기를 향해 손에 든 과자를 치켜세우면 여름철 잠자리처럼 날개를 좌우로 기울이다 부리로 가볍게 물고 하늘로 날아갑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아이들은 신나서 환호성을 지릅니다. 이곳에 연인이나 가족들이 사진을 찍을 만한 멋진 상징물을 만들어 놓는다면 추억의 공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세계는 점점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넛지(Nudge)란 단어가 있습니다. 본 의미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입니다. 이에 대해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시카고대 경제학과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교수는 "사람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도시도 선택의 연속으로 진화와 쇠퇴를 거듭합니다. 올바른 선택을 돕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정책입니다. 생산과 생활 그리고 위락을 위한 창의성 있는 정책이 미래 도시를 만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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