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전 경인지방환경청 환경지도과장
한정규 전 경인지방환경청 환경지도과장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안전불감증,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화학공장이 많은 산단 지역 또는 화물선박이 많이 드나드는 항구에서는 더욱더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대부분 사람들은 설마하고 지나친다. 일을 그르치고 나서야, 생명을 잃고 재난을 당하고 나서야, 미리 조심했어야 했다며 후회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그리고 또 망각한다. 정부나 국민 모두가 매한가지다. 이제 그런 의식을 바꿔야 한다.

2010년 전후 매년 전국 곳곳에서 화학물질에 의한 폭발사고가 그치지를 않는다. 2012년 구미에 있는 ㈜휴브글로벌사에서 불산 유출, 2013년에는 1월 삼성전자 수원공장에서 불산 유출, 3월 LG실트론에서 불산이 포함된 혼산 유출, 이후 구미케미칼 염소가스 유출,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염소가스 누출, 포항제철 용광로 폭발사고 등등 계속 발생했다.

지금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곳곳에서 뇌관만 슬쩍 건드려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물이 도사린다. 지하에는 거미줄처럼 도시가스관이 매설돼 있고, 하늘에는 화재와 인명을 위협하는 전류가 흐르는 전선이 널려 있으며, 또 작은 실수만 해도 풍비박산이 나는 비행기가 날고, 도로에는 스치기만 해도 살아남지 못할 자동차와 전동차가 질주하고, 바다 또한 파도에 널뛰기를 하며 침몰 위험이 도사리는 선박이 있으며, 공장을 포함한 각종 사업장·주택 할 것 없이 사람이 있는 곳이면 폭발로 유독가스와 화재를 일으키는 화학물질 제조공장·보관시설·운반시설·사용시설이 곳곳에 어지럽게 있다.

특히 지하에 매설된 가스관도 위험하지만, 설치 후 25년이 경과하면 대규모 개·보수가 필요한 화학물질 제조공장 등 관련 시설 대부분이 1970년대 중·후반 설치돼 이제 개·보수를 하지 않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시기가 도래했다.

그 점을 감안해 화학물질 관련 시설에 의한 대형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안전전문가가 시설 점검을 철저히 하고 개·보수를 서둘러야 한다.

경기도내에 울산이나 여수처럼 화학산단이 있진 않지만, 그렇다고 화학물질에 의한 사고 위험이 없는 건 아니다. 도내에도 시화·반월산단을 비롯해 도처에 화학물질 혼합 제조 또는 다량 사용하는 시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유독가스와 악취를 다량 발생하는 시설도 적지 않다. 만에 하나 그런 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를 면키 어렵다는 점과 동절기·해동기에 화학물질에 의한 안전사고가 빈번한 점에 미뤄 점검을 강화하는 등 철저한 예방이 필요하다.

중앙·지방정부는 화학물질 등 환경시설에 의한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특별한 대책을 서둘러 강구할 때가 아닌가 싶다. 다행히 경기도는 "안전한 경기도를 만들겠다"며 관심을 보이고 안전 관련 공무원 정원도 대폭 늘려 안전 취약 요소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보여 든든하다.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을 무엇보다 중시하겠다는 경기도의 뜻을 좇아 시·군에서도 안전에 특별한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화학물질 등 각종 환경 관련 시설과 위험물 취급시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사전 예방을 위한 안전교육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주민을 대상으로, 특히 위험물을 취급하는 사업장 종업원과 각급 학생을 대상으로 홍보·안전교육을 철저히 시킬 것을 촉구한다. 화학물질 등 환경시설에 의한 안전사고는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화학물질로부터 안전은 물론 보다 쾌적한 환경으로 살기 좋은 곳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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