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등의 불후의 명작을 남긴 헤밍웨이(1899~1961)는 미국 현대문학의 개척자라 불리며 1954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말년의 헤밍웨이는 심한 우울증, 알코올의존증으로 견디다 못해 결국 어느 날 새벽 지하 방에서 장총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베스트셀러(best seller) 작가로서의 명암이 엇갈리는 삶이었지만, 그는 후세인에게 교훈이 될 만한 삶의 법칙을 창조했다. 바로 헤밍웨이의 법칙이다. 이를 교육적 관점에서 사색해 본다.

어느 대학의 심리학 시간이었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풍선에 자기 이름을 써 넣고 바람을 빵빵하게 채워 모두 천장으로 날려 보내라고 했다. 한참 지난 다음 교수는 자기 이름이 든 풍선을 찾아보라고 했다. 정해진 시간은 5분이었다. 학생들은 자신의 풍선을 찾으려고 부딪히고 밀치다가 교실은 아수라장이 됐다. 5분이 지났지만 자기의 이름이 들어있는 풍선을 단 한 사람도 찾지 못했다.

교수는 이번에는 아무 풍선이나 잡아서 거기에 넣어 둔 이름을 보고 그 주인을 찾아주도록 했다. 순식간에 모두 다 자기의 이름이 들어있는 풍선을 하나씩 가질 수 있었다. 교수가 학생들에게 말했다. "지금 시험한 풍선 찾기는 우리 삶과 똑같습니다.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행복을 찾아다니지만 행복이 어디 있는지 장님과 같이 헤매고만 있습니다.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과 함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풍선을 찾아주듯 그들에게 행복을 나눠 주세요. 그러면 여러분도 행복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이를 헤밍웨이의 법칙이라 한다.

헤밍웨이는 행복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행복을 가꾸는 것은 자기 손이 닿는 데에 꽃밭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행복은 거창한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옆에 또는 바로 앞에 있고, 거의 매일 안부를 보내오는 친구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누가 행복을 찾아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바로 따뜻한 마음으로 항상 가까이서나 먼 곳에서나 나를 찾아주고 찾아가는 사람인 것이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혼자서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말이 바로 이런 의미다. 즉, 사람이 길이고 그 길이 바로 자기가 만든 꽃밭이다.

학교교육에서는 또래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드러났다. 그래서 각 교과시간에는 그 교과를 좋아하고 가장 잘하는 학생을 ‘교과 도우미’로 선정, 교사를 대신해 잘 모르는 학생이나 학력이 낮은 친구들을 돕는다. 이는 교과 담당 교사의 오랜 수업 기법이다. 실제로 대입 수시전형을 앞둔 학생들이 자기소개서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밝히는 것이 바로 또래들 사이에서 ‘학습 도우미’로서의 봉사활동을 꼽는다. 이는 자랑스러운 인성의 측면, 학교생활에서 가장 보람 있는 경험, 탁월한 리더십의 전형적 사례로 활용된다.

교육부는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과 맞물려 현행 대학수학능력시험의 9등급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면서 고1의 공통과목도 절대평가(성취도 평가)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이는 현재 교실에서 국시(國是)가 돼 버린 경쟁으로 인한 교육의 부작용을 ‘너도 살고 나도 살자’는 이른바 승승(win-win) 정책으로 전환하는 결정적 기회가 될 수 있다. 상호 영향력이 가장 큰 또래 간에 서로 성공하기 위한 상호작용의 주춧돌이 될 것이다. 

어느 철학자는 "당장 행복해지길 원한다면 타인을 도우라"고 했다. 그렇다. 우리 교육은 이제 경쟁보다 서로 나누고 배려하며 협력하는 연대(solidarity)의 정신을 가르쳐야 한다. 교육 선진국들은 초·중·고 과정에 ‘행복’ 교과를 설치·운영하면서 경쟁이 아닌 협력에 의한 민주시민을 육성한다. 현재 세계 최고의 청소년 자살률과 ‘헬조선’, ‘이생망’, ‘N포 세대’의 암울한 우리 청소년들에게 삶의 희망과 행복의 텃밭을 가꾸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청소년들의 행복교육에 이를 구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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