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를 뛰고 있는 흥국생명 김연경.
‘배구 여제’ 김연경(35·흥국생명)이 올 시즌 V리그에 복귀한 배경에는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국내 무대에서 찍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2020-2021시즌 흥국생명에 잠시 돌아왔을 때 우승하지 못했던 한도 풀고, 은퇴 이후 꾸려 나갈 제2의 인생을 차근차근 준비하겠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김연경은 지난해 7월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서도 "은퇴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3년 전만 해도 너무 힘들어서 방송이나 다른 쪽으로 가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은퇴를 하더라도 배구 쪽에 몸담으며 도움이 될 만한 일들을 하려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제가 가진 경험을 토대로 많은 유소년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V리그에 돌아온) 선택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언제 은퇴할지는 몰라도 국내 팬들 앞에서 고별전을 치르고, 그 이후엔 코트가 아닌 다른 위치에서 한국 배구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을 밝힌 셈이다.

그로부터 약 7개월이 흐른 시점에서 김연경의 ‘은퇴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흥국생명은 지난 15일 페퍼저축은행전 승리로 승점 63(21승7패)을 쌓아 현대건설(승점 61·21승7패)을 106일 만에 제치고 리그 1위에 올라섰다.

올 시즌 팀을 이끌어 온 김연경은 이날도 팀 내 최다 득점(19점)에 가장 높은 공격성공률(63.33%)로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시즌 6위였던 팀이 우승까지 노리게 되자 아이러니하게도 ‘박수받을 때 떠나야 하나’라는 생각이 고개를 든 것으로 보인다. 또 우승한다면 다음 시즌에도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거나 그 이상을 보여 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김연경이 경기를 마치고 "예전부터 가장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내려놓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당시 취재진이 질문을 하면서도 민감한 내용임을 고려해 ‘답변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그는 솔직한 심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고민의 깊이를 가늠해 볼 만한 지점이다.

이제 김연경은 자신이 코트 안과 밖 중 어디에 있어야 한국 배구에 더 기여할지를 고민하며 결론을 내리라 예상된다.

배구계 안팎에서는 그가 은퇴한다면 국가대표팀 지도자 길을 걷거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도전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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