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부천송일초등학교 교장
이미숙 부천송일초등학교 교장

올해는 유난히 봄을 더 간절하게 기다렸다.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힘들게 지났기 때문일까? 겨울 동안 김장김치 먹다가 산뜻한 봄동 겉절이를 찾는 입맛처럼 상큼한 봄맛이 필요하다.

봄은 사전적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계절로, 기간으로는 입춘에서 입하까지의 절기 혹은 3~5월을 이르며, 천문학상으로는 춘분에서 하지 전까지로 본다.

여러 의미로 활용하기도 하는데, 생명력을 불어넣는다고 해 희망찬 앞날이나 행운에 비유하기도 하고, 부활이나 인생의 가장 찬란 때를 비유하기도 한다.

봄은 어디에서 어떻게 올까? 흔히 봄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온다고 표현한다. 기후나 지형 탓이기도 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남부에서 중부지방으로 올라오고, 산 아래부터 매화 향기 지나가면 진달래 다투어 피고 산 정상의 산철쭉 꽃잎 질 때까지 지역마다 특색을 살린 봄축제를 연다. 나무를 비롯한 지상의 식물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기후 요소인 기온, 습도, 강수 외에 바람이라고 알고 있다. 늦가을 강해진 바람을 못 이기고 진 낙엽이 머물던 자리에 매서운 겨울 지나 새순이 돋기 시작하면 매화를 선두로 봄꽃이 차례대로 피며 봄의 절정을 알린다.

봄의 색깔도 다채롭다. 흔히 여인들의 옷 색깔에서 봄이 왔음을 먼저 느낀다고 하는데, 다양한 빛깔의 봄꽃과 향기가 번질 때 비로소 완연한 봄이라 할 수 있다. 희거나 연한 분홍의 매화나 벚꽃, 진분홍색 진달래, 노랑 빛깔의 개나리와 산수유, 연한 녹색을 띤 갓 태어난 새싹들…. 그래서 봄의 색은 화사하고 따뜻하다. 밝은 기운을 준다.

봄과 관련된 음악을 들어도 봄기운을 받을 수 있다. 클래식 음악 중 우리나라 국민들이 좋아하는 비발디의 바이올린협주곡 ‘사계’ 1악장 ‘봄’을 방송에서 자주 들려주면 몸이 반응하고, 대중 가수의 ‘벚꽃 엔딩’을 들어야 끝나가는 봄이 아쉬워 더 부지런히 둘레길을 걷게 된다.

음식에서도 우리는 봄을 맛본다. 요즘에야 계절 상관없이 하우스에서 키운 냉이며 쑥을 접하기도 하지만 제철에 나는 봄나물에 비할까? 추위가 걷힐 즈음 스르르 녹은 땅 위로 삐죽 고개 내민 냉이를 찾아 들판을 쏘다니거나 봄볕에 이끌려 야외로 놀러 갔다가 지천에 올라 온 쑥을 캐느라 손톱이 흙색으로 변한 적이 한 번쯤 있으리라. 전통시장 귀퉁이에 이른 아침부터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전날 캔 냉이며 달래, 원추리 여린 잎, 쑥을 파는 할머니들의 봄나물도 사 봤으리라. 쑥이 들어간 도다리국을 생일상처럼 한 번은 꼭 먹어 줘야 일 년을 버틴다는 지인도 내 주변에 있다.

일 년에 한 번씩 봄 몸살을 앓는 나는 시골 장날 사 온 냉이를 데쳐 된장과 고추장을 섞어 무친 나물과 콩가루를 섞은 쑥 버무림, 된장을 풀어 끓인 쑥국을 먹어야 기운이 난다.

학교의 봄 풍경은 좀 색다르다. 평소 계획하던 개인별 연수와 휴가를 마친 교원들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각종 설문조사 결과와 전 교육가족의 성찰회를 통해 모은 자료들을 분석해 학년·담임이 결정되면 1년 동안 실천할 교육과정과 학급에서 진행할 특색 있는 교육활동을 동학년 중심으로 계획하고 준비하기 바쁘다.

몇 번의 추위에 찬바람을 이겨 내고 생채기를 낸 다음에야 봄꽃이 피듯 전년도 분석과 여러 번의 협의회를 통해 신학년도 교육과정 계획을 수립해 아이들을 맞이해야 비로소 학교는 봄이 시작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배움이 쑥쑥 일어나는 학교는 매일매일이 봄이다. 자연, 음악, 음식 등 오감을 통해 각자에게 맞는 방법으로 우리는 봄을 느끼면서 건강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듯 긍정적인 시선으로 타인을 따뜻하게 대하면서 아이와 같은 마음을 지니는 한 인생은 언제나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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