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온 세상을 꽁꽁 얼려 버릴 기세로 유난히도 추웠다. 잠시 봄이 왔나 싶을 정도로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곧 불어닥친 늦겨울 추위 속에 지난 18일 양평군 양평물맑은시장(5일장)이 열렸다.
 

저마다 손에 든 장바구니에는 가족과 따뜻한 음식을 나누려고 고르고 고른 물건이 가득 담겼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물건을 고르다 보니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추위에 너도 나도 귀가를 서두른다.

집으로 데려다 줄 버스가 정류장에 곧장 도착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으련만, 애석하게도 알림판이 안내하는 도착 예정 시간은 한참이나 남았다.

칼바람을 피해 정류장에 설치한 방풍막 안으로 들어가니 인상 좋은 여성이 옆자리를 손으로 두드리며 앉으라는 눈짓을 한다. 얼떨결에 앉은 정류장 의자에서는 온기가 느껴졌고,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추위를 녹이기에 그만이었다.

양평군은 2016년 1월 양평물맑은시장과 김동우내과, 김란산부인과, 양평가축병원 버스정류장 4곳에 온열의자를 설치해 시범운영했다. 지역 특성상 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 겨울철에 버스를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려고 기획했다. 현재 전국에서 정류장에 온열의자를 설치하는 지자체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군은 7년 전부터 설치·운영 중이다.

온열의자는 탄소발열체를 적용해 탄소섬유에 전기를 공급하면 열을 내면서 38℃까지 온도가 오른다. 버스 운영시간을 고려해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외부 온도가 18℃ 이하일 때 자동으로 작동한다.

군은 온열의자를 설치한 뒤 군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자 차츰 사업을 확대했다. 올해 2월 기준 양평군에 온열의자를 설치한 정류장은 모두 60곳이다. 읍·면별 이용객이 가장 많은 곳 중심으로 우선 배치했고, 지역 균형에 맞춰 12개 읍·면에 고르게 설치하는 중이다.

양평군청사거리 버스정류장에서 온열의자를 이용하던 이나연(10)양은 "엄마와 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지루할 때가 있는데 이곳 정류장 의자가 따뜻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추위를 녹였다. 추운 날씨에는 온열의자를 설치한 정류장에 앉아 친구를 기다리기도 한다"고 했다.

이승수 양평군 교통시설팀장은 "버스를 이용하는 군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교통편의를 증진하려고 올해 온열의자 설치 예산 3천만 원을 편성했다. 지난달에는 예산 절반을 들여 양평읍과 지평·양동·청운면을 비롯해 8곳에 설치했고, 올해 12월 남은 예산으로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정부 공모사업에 꾸준하게 참여해 예산을 확보한 뒤 군민 편의를 증진하는 데 쓰겠다"고 덧붙였다.

양평=민준석 기자 bgmi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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