惟憂月落酒杯空(유우월락주배공)/惟오직 유/憂걱정 우/月달 월/落떨어질 락/酒술 주/杯잔 배/空빌 공

살구꽃은 주렴에 날아들어 남은 봄마저 흩어 버리고, 밝은 달은 방에 들어 숨어 사는 이를 찾아주네. 옷을 걷고 달빛 아래를 거닐며 꽃 그림자를 밟으니, 밝기가 흐르는 물에 푸른 마름 잠겨 있는 듯하다오. 꽃 사이에 술자리 베푸니 맑은 향기 풍기는데, 긴 가지 휘어잡으니 향기로운 꽃눈처럼 떨어지네. 산성의 나쁜 술은 마실 만한 것이 못 되니, 그대에게 권하노니 술잔 속의 달이나 마시라. 퉁소 소리도 끊기고 달빛만 밝은데, 오직 달이 져서 술잔을 비추지 않을까 걱정이라오. 내일 아침 땅을 말아올리는 듯한 봄바람 사납게 불면, 푸른 나무 잎 속에 쇠잔한 붉은 꽃 깃드는 것 보리라.  <鹿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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