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

드라마 / 12세 이상 관람가 / 108분

영화 ‘카운트’는 박시헌 선수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복싱 라이트미들급 결승전. 한국의 박시헌과 미국의 로이 존스 주니어가 금메달을 놓고 마지막 승부를 펼쳤다.

혼신의 힘으로 예선을 뚫고 결승에 오른 박시헌이었지만, 로이 존스 주니어의 주먹은 매서웠고 경기 내내 고전했다. 경기가 끝나고 금메달 주인공이 가려지는 순간, 심판은 로이의 손을 들어올리리라 예상됐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박시헌은 한국을 종합 4위로 올려놓는 금메달을 목에 걸지만, 동시에 판정시비에 휩싸이며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그는 결국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그렇게 사라졌다.

박시헌이 갖은 비난 속에 링에서 내려온 뒤 지난 20여 년간을 어떻게 지내왔는지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낙향한 그가 체육교사가 돼 학생들을 가르쳤고, 국가대표 감독으로 뛰었던 일이 드문드문 전해졌을 뿐이다. ‘카운트’는 판정시비 이후 고향 진해에서 체육교사가 된 ‘시헌 쌤’(진선규 분)을 중심으로 하나둘 링 위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다.

가난과 반칙패에 좌절했지만 다시 링 위에 서는 윤우(성유빈), ‘양아치’가 되지 않으려고 복싱에 나선 환주(장동주), 시헌의 곁을 꿋꿋이 지키는 아내 일선(오나라), 과거 시헌을 제자로 뒀던 교장(고창석)이 티격태격하며 서로에게 배우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작품에서 단연 주목할 만한 배우는 진선규다. ‘카운트’를 통해 첫 주연으로 발돋움한 그는 ‘시헌 쌤’으로 작품 전체를 안정적으로 끌어간다. 고향이 진해인 진선규는 어린 시절 꿈이 ‘체육교사’, 취미가 ‘복싱’이라고 밝혀 왔을 만큼 실제 인물인 박시헌 선수와 닮았다.

복싱을 전면에 내세운 ‘카운트’에는 링 위에서 벌어지는 타격 장면이 많다. 글러브가 상대방의 얼굴과 복부에 연달아 꽂히며 ‘퍽퍽’ 터지는 소리는 일종의 쾌감을 선사한다. 링 위의 타격 장면은 배우들의 고된 훈련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복싱을 가르치는 체육교사 진선규는 물론 고교생 복서 역을 맡은 성유빈, 장동주는 촬영을 시작하기 두 달 반 전부터 주 3회 이상, 하루 4∼5시간을 권투 훈련에 집중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