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우 ㈜알프래드 대표
권순우 ㈜알프래드 대표

수원시가 1천억 원 규모의 ‘수원기업새빛펀드’를 조성한다고 한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필자의 처지에서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부터 불어온 스타트업계의 찬바람은 많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에 큰 어려움을 줬다. 2021년 7조6천802억 원이었던 투자액은 2022년 6조7천640억 원으로 11.9% 감소했다. 들리는 얘기로는 지난해 몇몇 투자사의 경우 아예 투자를 무기한 보류하는 곳도 많았다고 한다. 경제 불황에도 눈부신 성장을 해 온 스타트업에게는 무척이나 혹독한 겨울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자체의 출자로 조성되는 펀드는 자치단체와 스타트업이 상생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수원시는 ‘수원기업새빛펀드’로 지역에 스타트업을 유치하고, 스타트업 기업은 투자 겨울을 이겨 낼 안정적인 투자를 받는 일석이조의 사업이다. 물론 지자체는 대기업 유치를 통해 세수 확보와 일자리 창출이 우선일 수 있지만, 대기업은 덩치가 큰 만큼 대규모 이동과 신규 채용이 쉽지 않을 테다. 반면 성장 단계인 스타트업은 주로 지역에서 신규 고용을 하기 때문에 기업 유치와 고용이 훨씬 유동적이다. 따라서 펀드를 통한 스타트업 유치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즉각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여기에 성공한 스타트업이 지역을 이탈하는 일을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기업을 위한 펀드 조성 사업은 수원시가 빠른 편은 아니다. 경기도는 1990년대부터 펀드를 조성해 탄소중립 등 정책적으로 육성이 필요한 산업에 투자해 왔다. 기초지자체 중에서도 성남·부천·안양·구미·양산 등 많은 도시에서 이미 펀드를 조성해 지역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2009년부터 1세대 펀드를 조성해 10년 만인 2019년 회수까지 완료했고, 연이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2세대 펀드를 3조2천억 원 규모로 조성해 투자 중이다. 게다가 올해는 2026년까지 5조 원 규모의 서울 vision2030 펀드를 새로 조성하고 있다.

물론 시 예산을 들여 펀드를 조성하기 때문에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결과적으로 예산 낭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생기는 오해다. 정부가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목적은 원금을 보전하기 위해서라기보다 투자한 기업 중 소수 기업만이라도 눈부신 성장을 이루는 ‘유니콘기업’으로 만드는 데 있다. 유니콘기업 한 곳이 일자리 창출, 경제 선순환 등 국내 경제에 미치는 긍정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청산한 한국모태펀드의 경우 평균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새롭게 조례를 정비하고 체계를 구성해야 하는 펀드보다는 기존에 시행한 지원을 더 늘리는 편이 더 수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지금의 방법을 고수하면 수월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발전된 수원시의 미래나 수원지역 기업의 성장을 기대하는 건 어려울 테다. 그래서 지금까지와 다르게 기업에 투자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펀드는 진행 과정부터 후속 지원까지 전체적인 속성이 정부 지원 사업과는 다르다. 우선 지원금은 지자체에서 사업화, 연구, 마케팅 분야를 한정해서 지원한다. 기업은 금융적·비금융적 지원을 포괄적으로 받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선정되면 지원금을 바로 받는 게 아니라 지출 증빙 등을 위해 많은 서류 작업을 해야 한다. 부수적인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반면 펀드는 사업의 성장 가능성과 미래 가치에 대한 수익성을 가시적으로 준비해 IR(investor relations:기업이 주식 및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홍보활동) 자료를 투자자에게 발표한다. 이어 투자를 받게 되면 계약에 맞춰 투자자에게 주식을 발행하고, 앞서 발표했던 계획대로 투자금을 활용해 성장하게 된다.

스타트업 처지에서 투자와 지원은 모두 필요하다. 다만, 지원을 통해 기반을 다질 수는 있지만 지원사업만으로 기업이 성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국 기업이 J커브를 그리며 성장하고 발전적인 미래를 그려 나가려면 투자, 즉 ‘펀드’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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