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국 인하대 교수
백승국 인하대 교수

유난히 더웠던 지난해 여름, 프랑스 피쟉(Figeac)시의 ‘상폴리옹 세계문자박물관’을 탐방했다. 프랑스에서 기호학을 전공하던 학생 시절인 1990년 박물관을 처음 방문한 이후 30년 만에 찾아가는 설레는 여행이다. 프랑스 중부에 자리잡은 피쟉시는 중세 도시의 숨겨진 보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산과 숲에 숨겨진 중세의 도시가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진 계기는 1986년 ‘상폴리옹 세계문자박물관’을 개관하면서다. 인구 9천 명의 작은 마을에 중세 건축양식과 세계 문자를 체험하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이 매년 5만 명을 넘어서 문자 콘텐츠로 도시 브랜딩에 성공한 역사문화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상폴리옹 세계문자박물관’은 이집트 상형문자가 새겨진 비문 로제타석을 해석한 천재 언어학자 상폴리옹이 수집한 문자유물 700점을 다양한 문자 콘텐츠로 재구성해 전시한다. 박물관 외벽은 프랑스의 유명한 그래픽디자이너 시올로가 천 개의 세계 문자를 유리와 구리로 디자인해 문자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관광객들은 신비한 중세 도시 골목길을 누비다가 문자광장에 배치된 로제타석을 발견하면서 박물관 체험을 시작한다. 4층 건물의 7개 전시실에 연출된 콘텐츠를 체험하고, 세계 문자가 인류 문명사를 기록하고 전파하는 지식의 도구임을 인식하게 된다.

송도센트럴파크에도 인류 문명사를 체험하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오는 5월 개관을 앞뒀다. 2019년 개관을 준비한 박물관은 종이가 펼쳐진 형상의 흰색 2층 건물의 독특한 건축양식으로 자태를 뽐낸다. 인구 300만 명을 자랑하는 인천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필요한 시점에 프랑스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만들어진 문자박물관 개관은 좋은 소식이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휴식과 산책의 놀이문화 장소인 센트럴파크에서의 박물관 개관은 차별화된 입지 조건이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국내외 방문객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인천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려면 다음과 같은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장소 마케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각인시키는 공간 체험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공원의 기능과 박물관의 기능을 융합하는 테마파크 형식의 공간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박물관 전경이 아름답게 보이는 문자 포토존을 만들어 MZ세대가 촬영한 사진을 SNS에 끊임없이 노출하도록 유도하는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길게 펼쳐진 종이 모양의 박물관 외벽을 미디어 스킨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독창적이고 다양한 세계 문자의 조형미와 상징적 의미를 미디어아트로 연출해 박물관 건축의 차별성을 홍보하고 각인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체험 마케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차별화된 문자 콘텐츠를 체험하는 전시 기획이 중요하다. 네이버나 구글에서 자주 접하는 정보 검색으로 구성한 전시 콘텐츠는 MZ세대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 사라진 문자, 디지털 문자, AI 문자 등 흥미로운 주제로 구성한 콘텐츠를 요구한다.

세 번째는 미학 마케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박물관의 정체성이 뚜렷해야 한다. 인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서울 ‘국립한글박물관’의 분원이 아니다. 한글보다는 50개 세계 문자를 체험하는 박물관이다. 세계 문자의 다양한 콘텐츠를 체험하고 인류 문명사의 과거·현재·미래를 사색하고 상상하는 창의적 공간이다. 문자 정보만을 일방으로 전달하는 전시 공간이 아니라, 문자의 미래를 그려 보고 생각과 휴식이 공존하는 정서적 기능이 작동하는 박물관으로 차별화해야 한다.

끝으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의 성공은 인천시민의 적극적 참여가 관건이다. 300만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할 박물관의 정체성 구축과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인천시민이 주체가 되는 박물관 정체성만이 인천시민의 문화 자부심과 인천의 도시 브랜딩 가치를 높이는 열쇠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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