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덕 농협 안성교육원 부원장
임창덕 농협 안성교육원 부원장

흔히 현대사회를 불안과 두려움이 많은 시대라고 한다. 이러한 것들이 지나치게 많으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전혀 필요없는 감정은 아닌 듯싶다. 어떤 면에서는 좀 더 각성하거나 긴장도를 높여 직면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불안이나 두려움은 동물도 갖고 있다. 건전한 불안이나 두려움은 인류의 성장과 발전에 순기능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새로운 신경망을 구성하며 ‘외상 후 성장’으로 이어지기도 하며, 우리의 적응기제로서 환경적 압력에 적응하기 위한 유전적 특징이자 진화심리학적인 관점에서는 생존이나 번식에 유리했다.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책 「불안」에서 불안은 현대의 야망의 하녀라면서,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늘 불안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 사랑 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을 꼽기도 했다. 인간은 이러한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위험을 회피하기도 하고 자기계발에 전력을 다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두려움과 불안의 차이는 뭘까. 독일 신학자 폴 틸리히는 두려움과 불안의 차이를 생물학적 논의로 풀어냈다. 두려움은 대상을 갖지만 불안은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지, 아니면 두려움을 느끼는지 보면 알 수 있다. 막연하고 대상을 특정할 수 없을 때는 불안 때문이다. 불안이 구체화되면 두려움이라는 뜻이다. 

한편, 19세기 영국에서는 조합원 28명, 출자금 28파운드로 자발성, 자조성, 자율성을 기치로 현대 협동조합 시초라 할 수 있는 로치데일 공정 선구자 협동조합이 탄생한다. 이러한 새로운 사조의 탄생 배경에도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들의 불안이나 두려움이 있었다. 외부 세계에서 오는 위험 때문에 느끼는 실제적 불안(reality anxiety)이었다. 18세기 영국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본격 접어들면서 공장을 중심으로 부르주아 세력이 생겨났다. 이들은 귀족 중심 사회를 자본주의 사회로 바꿨다. 일터에서는 자본가들의 횡포와 노동자 소외 현상 등 많은 부작용이 심했다. 이러한 상황은 소외된 노동자 계층을 중심으로 형제애적 연대와 협력을 가능케 했다. 당시에는 노동자들에게 밀가루에 분필 가루를 타서 팔기도 하고, 우유에 물을 섞어 양을 속이기도 했다. 

인구론으로 유명한 토머스 맬서스는 인구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로 인한 식량 부족은 신의 섭리로, 가난한 자들은 모두 굶어 죽게 내버려 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진화론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고난과 죽음이 사회 전체에 유익하다고 보기도 했다. 심리학자 매슬로는 불안을 삶과 자기 존재에 대한 인지 방식의 변화를 통해 성숙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인간의 존재를 일깨워 주는 계기로 봤다. 불안과 두려움의 긍정적인 효과다. 

챗GPT 등 인간의 역할과 미래에 대해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효율과 합리성만을 강조하지 않으며, 물질적 풍요만이 아닌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 등 지역사회 관계망을 튼튼히 얽어 주는 다양한 형태의 더불어 사는 협동하는 문화가 조성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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