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새 학년도를 맞이하면서 지금 학교는 기간제 교사 구하기 전쟁 중이다. 기간제 교사란 대학교에서 교직과목을 이수하고 교육 실습을 거쳐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였으나 임용고사를 거치지 못해 정식 교사로 발령받지 못한 채 일시적인 계약으로 시간제 강사, 또는 전일제 계약직 교사로 근무하는 신분을 일컫는 말이다. 매년 학년(기) 말이나 학년(기) 초가 되면 휴직이나 병가 등으로 자리를 비우는 정규 교사들을 대신해 근무하는 기간제 교사는 학교에서 차지하는 역할이나 중요성이 날로 증대한다.

기간제 교사는 중·고등학교의 담임 교사 3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할 만큼 그 책무성이 크다. 따라서 각급 학교는 비슷한 시기에 기간제 교사 채용에 가히 전쟁이라 칭할 만큼 힘든 시기를 겪는다. 기간제 교사의 입장은 정규 교사와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라 불릴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들이 겪는 비애(悲哀)는 상당히 큰 편이다. 하지만 최근에 채용 시기에 오히려 갑질을 할 만큼 그들의 역할이 바뀌면서 소위 도덕성 문제에 학교로서는 당황스럽고 골머리를 앓는다.

최근 중학교 교장들의 단톡방에 올라 온 애로 사항을 보자. 어느 교장은 "요즘 기간제 교사 구하기가 너무 어려운 교과 중에는 일부 기간제 교사들이 이미 계약을 하고 담임 및 업무분장 발표까지 마친 이후에 다른 학교로 가는 경우가 있어 학교 업무 및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빈발합니다. 계약 이전이라면 모르지만 계약한 이후라면 채용하는 학교에서도 이를 확인하고 상도의에 어긋나지 않게 서로 배려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교과 기간제 교사를 새로 채용하는 학교는 교장 단톡방에서 다른 학교 계약 사항을 확인 후 채용하기를 건의드립니다"라고 메시지를 올렸다.

다른 교장은 "기간제 교사를 잘 뽑고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우리 학교도 ○○교사를 4번이나 뽑았어요. 일찍 뽑아놨다가 다른 데로 가는 바람에 4번 채용 끝에 계약 체결했어요"라고 경험담을 공유하기도 했다. 또 다른 교장은 "근평이나 복무 태도가 바르지 않은 기간제는 꼭 전임교에 확인 후 채용해야 합니다. 채용 후에도 기간제 교사들은 수시로 학교장과 면담 시간을 갖고 애로 사항 파악도 하고 근평도 엄격하게 주어야 합니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본교는 업무분장 발표 날 아침에 교감 선생님이 ○○교과 기간제 교사에게 "업무가 많아 근무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고 짧은 전화를 받았다. 바로 교장실에서 숙의한 후 차 순위의 다른 후보에게 전화를 했으나 "담임을 맡는가요? 업무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라고 물으며 업무의 경중을 저울질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확인한 바로는 이 교사도 다른 학교에 이미 계약을 마친 상태였다. 이처럼 업무분장이 연쇄적으로 차질을 초래하는 것에 매우 당황스럽다. 이런 일이 본교만의 문제가 아닌 전체 학교에 보편적인 상황으로 번진다. 이제 기간제 교사 구하기가 아닌 모시기에 온 네트워크를 동원하고 있다. 이로써 많은 교육력을 낭비하고 새 학년도 맞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기간제 교사를 차별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타 학교의 운영에 조금이라도 편들고 싶지는 않다. 모두가 소중한 교사 업무를 담당하며 상호 이해하고 존중하며 동료애를 바탕으로 학생 교육에 매진해야 한다. 그리고 혹시 업무에서 받는 불공정과 차별이 있다면 이는 바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일단 계약은 학생과의 무언(無言)의 약속이다. 이를 어기는 것은 교사의 품위 유지 및 도덕성에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다. 이번 본교의 사태는 심히 우려스러웠다.

약자를 보호하고 지켜야 한다는 것은 그들이 정당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6개월 근무 후 실업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조건 등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단것은 삼키고 쓴 것은 철저히 뱉는 이해타산적인 행위는 용인하기 어렵다. 신학년도에는 기간제 교사와 교육 동료로서 동고동락하면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즐겁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를 함께 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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