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가 국가유공자들의 헌신과 희생이 담긴 현재를 더욱 가치 있게 빛내려고 ‘보훈 정책’을 강화하는 데 발 벗고 나섰다.

앞만 보고 달려온 대한민국이 잊었던 우리 영웅들에게 합당한 예우를 다하고, 그들의 고귀한 정신이 후세에 이어지도록 지자체가 먼저 나선 셈이다.

이에 기호일보는 13차례에 걸쳐 남양주시 보훈정책의 현주소를 톺아본다. 그 첫 편으로 취임 직후부터 ‘보훈에 진심’인 주광덕 시장을 만나 당연한데도 특이한 보훈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주 시장과 일문일답.

-시장 취임 이후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어떤 철학에서 출발했나.

▶국회의원 시절부터 질의를 많이 한 부분이다. 미국 사회를 보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분들에 대한 국가의 돌봄과 명예를 최고로 높이는 일을 국가의 중요한 사명으로 여긴다.

많은 미국인들이 해외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었고 국가의 경제손실도 막대하다. 하지만 전 세계 국민을 위해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켜내는 데 미국이란 나라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 미국인들에겐 자부심이고, 전 세계인들이 생각하는 미국인의 위치, 이를 통해 훨씬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모습에서 국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보훈’이라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정말 헌신하고 희생하신 국가유공자들을 국가가 무한 책임을 진다는 마음가짐이 절실히 요구된다. 보훈수당 같은 경제 지원도 늘려야겠지만, 더욱 중요한 부분은 국가유공자와 가족들이 무한한 자부심과 긍지, 명예를 누릴 만한 사회가 돼야만 한다. 남양주시만이라도 그런 도시가 되려고 한다. 

시민들의 절대 욕구인 교통이나 경제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 강화는 남양주의 ‘정신 바탕’을 세우게 되리라 본다. 이는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고, 우리의 최소한의 기본 도리다.

-최근 보훈과 관련해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지난 1월 ‘영웅’이라는 영화를 보며 감동의 눈물을 많이 흘렸다. 이걸 보고 나서 안중근 의사 일대기를 다시 알고,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안중근 의사는 젊은 나이에 노모와 아내, 자식을 뒀는데도 눈 내리는 만주벌판에서 결심을 한다. 우리 민족의 자유와 인권, 국권을 위해 이토 히로부미를 3년 안에 처단하지 못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말이다. 그 자리에서 손가락을 자르고 혈서를 쓰는 모습을 봤다.

조국에 대한 헌신과 사랑, 광복을 위해 결심하는 결연한 모습을 스스로 삶에 비춰 봤을 때 부끄러웠다. 일제에 타협하지 않고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 의기에 감동했고, 무자비한 일제의 사법살인에 법조인 출신으로 분개했다.

아직 묘소조차 찾지 못했다는 사실은 국가의 처지에서도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국가유공자는 모두 ‘대한민국 영웅’이다. 세월의 흐름 속에 우리 영웅들이 희미해져서는 결코 안 된다. 남양주 곳곳에 잠들어 계신 수많은 영웅과 유족, 그들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일은 지자체 의무다.

-남양주 보훈정책의 어제와 오늘을 진단한다면.

▶남양주 인구의 1%가량을 차지하는 7천500여 국가유공자를 전부 찾아 뵙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래서 시장 취임 전에 서둘러 보훈단체장 열한 분과 첫 간담회를 열었다.

국가유공자의 희생으로 남양주가 있기에 그들의 헌신과 희생에 예를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들의 가슴을 울리는 사연에 많이 아팠고, 후대에 좋은 교훈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 많았다.

간담회에서 들은 충격을 주는 사실은 시에서 행사를 하면 다른 사람들은 자리가 있는데 유공자는 지정석이 없다는 점이었다. "가면 어디에 앉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나이도 많아서…"라는 말씀에 눈물이 났다. 그래서 시에서 주관하는 행사는 항상 보훈단체장 자리를 앞자리에 마련한다. 이런 기본 예우도 지키지 않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시장 취임 뒤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었는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분명한 사실은 남양주시를 넘어 대한민국은 국가유공자들의 희생으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들의 헌신과 희생에 예를 다해야 한다.

취임 직후 보훈명예수당 인상을 주문했다. 올해부터 만 65세 이상은 7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만 65세 미만은 3만 원에서 6만 원으로 올려 지급한다.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예산을 고려해 길게 보고 계획을 수립해 인상할 계획이다.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유공자 대부분이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훈명예수당처럼 행정서비스도 편리하게 개편하는 중이다.

보훈명예수당을 모르거나 신청하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려고 국가보훈대상자 모두를 대상으로 3단계 안전망을 구축했다. 지난해에만 누락자 1천5명을 확인해 640명이 신청했다. 이처럼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해 당연히 받아야 할 예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철저히 개선하겠다.

일상생활에 대한 예우도 강화하는 중이다. 지난해 주차장 100면마다 1면을 기준으로 청사 부설주차장에 16면, 노외주차장 7면에 ‘국가유공자 우선 주차구역’을 조성했다.

지난해 광복절을 기념해 주차스티커를 발부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이를 보고 ‘예우 받는 느낌을 받는다’며 기분 좋아하실 때 더욱 감사했다.

앞으로 시에서 신설하는 주차장은 계속 설치할 생각이다. 보훈기념물 지도를 제작해 일제에 대한 항거와 광복, 한국전쟁 관련 기념탑·추념비를 아이들이 직접 찾아가 마음에 새기도록 조성할 방침이다. 역사가 제대로 이어지도록 관련 책자를 발간하고, 영상자료를 제작해 교육기관 들에 나눠 줄 예정이다.

-남양주를 대표하는 보훈 관련 역사는.

▶대한민국 역사처럼 남양주도 전쟁과 항쟁의 역사라 할 만하다. 남양주에서는 조안·와부·화도·진접·평내를 비롯해 거의 모든 지역에서 3·1운동을 전개했다.

한국전쟁의 치열한 투혼의 증거인 적 200여 명을 사살한 ‘일패동 해병대 전투’, 군번 없는 육사생도의 희생 ‘불암산 호랑이 유격대’, 미군 최초 ‘한강 도하작전(리퍼 작전)’도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신 한 분, 한 분이 남양주가 간직한 역사와 아픔이다. 절대 잊어선 안 될 가치여서 모두 중요하다. 후손들이 이를 기억하게끔 남양주에서 일어난 역사에 기록할 만한 사건은 올해 집중해서 다시 조명하겠다.

-시장이 아닌 국민 한 사람으로서 국가유공자분들께 진심을 담아 한말씀 한다면.

▶대한민국은 세계의 경쟁에서 이겨야만 했기에 발전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 과정에서 나라를 지킨 분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소홀했다. 진심으로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다.

이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가 국가유공자들의 정신·역사 가치를 체계 있게 정립하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다.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유공자들의 시대정신을 후대가 이어가게끔 하겠다.

국가도 보훈처를 보훈부로 격상했고, 모든 상황이 ‘현재가 적절한 시기’라고 가리킨다. 우리가 소홀했던 역사를 추스르고, 보존하고, 그 가치를 높여야 한다.

100만 도시로 발전하는 길목에 선 남양주가 앞장서겠다. 유공자분들이 계시지 않아도, 유공자분들의 역사와 정신을 이어갈 만한 사실을 이야기로 만들어 보존하겠다.

후손들이 바로 보고 이해하는 공간을 만들고 정신·문화 가치를 민선8기에 정립하겠다. 자랑스러운 유공자분들이 남양주의 역사라 말씀드린다.

독립과 전쟁에서 자유와 평화를 지킨 유공자분들께 최소한의 도리를 다하겠다고 약속드린다.

남양주=조한재 기자 chj@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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