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장군 홍범도

이동순 / 한길사 / 2만5천200원

이 책은 홍범도 장군의 생애를 문학으로 재조명한 기념비 같은 평전이다. 시인이자 국문학자인 이동순은 역사성과 문학성이 일치하는 글을 써냈다.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고의로 소외하고 폄훼해 온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 일대기를 역사에 상상력을 부여해 장군의 육성으로 부활시켰다.

서문에서 저자는 자신의 문학적 바탕은 조부 이명균 선생의 일대기를 들으며 자란 것이라고 했다. 집안 어른들의 회고담, 유품과 시작품, 서찰, 옛 신문기사를 읽으며 국문학자로서 가치관을 정립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그 뜻이 강해져 홍범도 장군 일대기를 정리하는 일에 다다르게 됐다고 말한다. 지난날 홍범도 장군이 보여 줬던 불굴의 투지와 용기가 이 책을 통해 현재 우리에게 어떻게 되살아날지 기대한다.

이야기는 굶주린 조선 민중들이 국경을 넘고 홍경래가 난을 일으키는 때부터 시작된다. 홍경래의 부하 중 곽산 사람 홍이팔이 있었는데, 홍범도의 증조할아버지다. 거기서부터 홍범도 부모의 만남과 홍범도 출생으로 내용은 이어진다. 그가 성장하고, 결의를 다지며 첫 봉기를 일으키고, 아내와 두 아들을 잃는 이야기 들이 문학가 이동순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진다.

중반부터는 본격 항일무장 투쟁을 하는 홍범도 의병대가 등장한다. 봉오동 전투, 청산리 대첩에서 홍범도 부대가 활발하게 전투를 치르는 모습이 홍범도 장군의 시점에서 세밀화처럼 그려진다.

책 후반에는 흑하사변(자유시참변)과 분열 그리고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서 경비원, 정미소 노동자로 일하다 생을 마감한 홍범도 장군의 모습을 만난다. "1943년 계미년 10월 25일, 하루해도 저물고 사방에 어둠이 깔린 초저녁 8시, 장군의 숨소리가 그쳤다.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공화국 크즐오르다 스체프나야 거리의 춥고 어두운 집, 그 가난한 단칸방에서 홍범도 장군은 굴곡 많은 민족사의 숨 가빴던 생애를 접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2021년 장군의 유해가 크즐오르다에서 인천공항으로 봉환되는 장면은 가슴 뭉클하다. 홍범도 장군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꿰뚫는 넓고 깊은 평전이 탄생했다.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

김대식·챗GPT / 동아시아 / 1만4천400원

이 책은 ‘인간 VS 기계’의 도식을 넘어 어떻게 기계를 잘 활용해 인간 지성의 지평을 넓혀 나갈지를 보여 주는 모범 사례다.

2022년 말 출시와 동시에 전 세계를 충격과 혼란에 빠뜨린 챗GPT에게 카이스트 교수이자 뇌과학자인 김대식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공지능, 메타버스와 같은 첨단 이슈에 항상 귀를 기울여 오던 저자가 이번에 챗GPT에게 눈을 돌린 건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가 챗GPT와 나눈 열두 개의 대화는 그야말로 놀라움 그 자체다.

1장에서는 챗GPT가 자기 입으로 자신의 작동 원리를 설명해 주는 것을 시작으로 사랑이나 정의, 죽음, 신 등 사람도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형이상학적인 주제들에 대해 온갖 자료를 바탕으로 한 폭넓은 논의를 이어 나간다. 하지만 그보다 놀라운 점은 엄격한 윤리 기준 아래에서 두루뭉술하고 애매하게 얘기하도록 제한이 걸린 듯 보이는 챗GPT를 상대로 이야기를 끌어내는 저자의 기술이다.

프롤로그에서 에필로그까지 책의 모든 콘텐츠를 챗GPT와 함께 만들어 나가면서 저자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부족한 부분을 찌르면서 이야기를 촉발시킨다. 흔히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는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생성 인공지능의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그보다 중요한 건 ‘AI와 대화하는 기술’이라는 점을 직관으로 보여 준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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