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사람에게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면 사람에 따라 각자 생각과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생계 유지가 힘든 사람은 돈 벌기가 가장 힘들 것이고,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은 공부 잘하기가 가장 힘들 것이며, 이성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사람은 남녀관계가 가장 힘들 것이고, 몸이 아파 병원에 자주 가는 사람은 건강관리가 가장 힘들 것이다. 또한 운전하기 등 기계 작동을 잘못하는 사람은 기계 다루기가 가장 힘들 것이고, 비만해서 체중을 줄이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사람은 살 빼기가 가장 힘들 것이다. 그 밖에 어떤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느냐에 따라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그것이 가장 힘들다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자기 자신을 다스리고 통제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 있을까?

자신을 다스린다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타인은 규정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서 다스리면 어느 정도 통한다. 그러나 스스로를 다스리기는 많은 인내와 절제 그리고 용기가 필요하다. 자기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강한 것이 인간의 특성이다. 타인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자기를 냉철하게 바라보고 비판하기는 어렵다.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기 때문이다. 역사상 영웅으로 등극한 사람은 이를 극복한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이 많다. 타인에게는 약하고 부드럽게 보이지만 자신을 한없이 채찍질하며 통제하기는 범인(凡人)으로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수도원의 수도자들을 보자. 혼자 있을 때, 유혹받을 때는 가차 없이 쇠 채찍으로 자신의 등을 내리치고 마음의 유혹을 물리치며 자신을 다스리려고 한다. 또 불가의 수도승들을 보자. 면벽수행을 하면서 끊임없이 명상하고 자기와의 싸움이자 가장 고독한 시간을 다스린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인내하고 독경하며 참선하는 그 처절한 수행은 과연 어디서 오는 걸까?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발레리나 강수진은 「한 걸음을 걸어도 나답게」에서 "어느 세계에서 일하건 가장 힘든 것은 나를 다스리는 일이다. 발레단을 책임지는 내가 나를 다스리지 못하면 그 영향이 다른 단원과 직원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내 안이 완전하지 않으면 일이나 관계에서 균열이 일어난다. 리더가 존경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조직이 하나로 똘똘 뭉쳐 발전한다. 그래서 이전보다 더 나를 돌보는 일이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그녀는 세계적인 발레리나로 성장하기 위해서 어려서부터 이국땅에서 혼자 온갖 고통과 시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성공의 길을 차곡차곡 걸어온 자수성가의 산증인이다. 그런 그녀 역시 자신을 다스리기가 가장 어려웠다는 고백이다.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 우리는 그 중에 자신을 다스리기 위해 얼마나 시간을 할애할까? 하지만 사실은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된다. 더 감사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먹는 것,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 더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것, 자기의 감정과 정서와 기분을 약이나 술이 아닌 명상으로 조절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자신을 다스리는 시간이다. 가장 쉬울 듯해도 가장 어려운 일, 이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필자는 정년을 몇 개월 앞둔 평생에 걸쳐서 학생들의 일탈 행동이나 잘못을 보고 듣더라도 우선 야단치지 않고 그 연유를 알아본 후에 한 단계씩 과정을 밟아 지도하는 교육력을 키웠다. 이것이 바로 교사로서 가장 어렵고 힘든 업무다. 청소년은 우발적인 행동으로 인한 사고가 다반사다. 아직은 혈기가 왕성해 무작정 행동부터 하고 생각은 나중에 하기 때문이다. 이에 교사가 감정으로 대응하거나 섣불리 지도하는 것은 자질 부족이다. 호흡을 고르며 자신의 마음을 먼저 다스린 후에 접근하고 처리해야 한다. 학교에서 마음 다스리기, 이처럼 지속적으로 인내와 끈기의 학습이 요구되는 고독한 수행(修行)이자 가장 힘든 도전(挑戰)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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