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덕 동두천시장
박형덕 동두천시장

"생각은 바이러스처럼 질기고 전염성이 강해 아주 작은 생각의 씨앗이 자라나 한 사람을 규정하거나 망가뜨릴 수 있지." 영화 ‘인셉션’ 중의 대사다. ‘타인의 꿈속에 침입해 생각을 심어서 그의 행동까지 조종한다’는 설정의 이 영화는 머릿속에 자리잡는 생각의 시초가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를 잘 보여 준다. 뇌리에 찰싹 고착된 이미지는 끈질기고 떨쳐 내기 어렵다. 한 도시에 관한 일반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파리는 에펠탑, 안동은 하회마을, 제주는 돌하르방. 그리고 동두천은….

모 대도시 출신인 동기의 이야기다. "중학교 3학년 때였어. 전학 온 친구가 한 명 있었지.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데 별명은 잊지 않았지. ‘동두천’. 보통 그 나이 때는 이런저런 특징들로 별명을 붙이곤 하잖아. 생각해 보면 별명거리가 될 만한 게 많았던 친구였는데, 축구를 꽤 잘하고 곱슬머리에 얼굴이 주근깨 투성이었던 녀석의 별명은 딱 동두천! 그거였어. 거기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듣는 순간 당혹감 속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별명이 동두천이었다는 그 아이도 그러했으리라. 한참 먼 도시의 중학생들조차 조롱 섞은 별명으로 삼을 만큼, 이미 그때 동두천은 기지촌의 남루함을 걸친 낙후와 소외의 대명사였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안보를 위한 소리 없는 희생 속에 동두천이 입은 그 상처는 전혀 치유되지 않았다. 누구를 위한 희생이고 상처였단 말인가. 따뜻한 아랫목 밥상에 옹기종기 둘러앉은 가족들의 화목한 저녁 식사를 위해, 사시사철 눈보라와 비바람을 뒤집어쓰며 집을 지켜야 했던 파수꾼에 동두천을 빗대도 과장이 아니다. 분단과 전쟁의 상흔을 지워 낸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이면에는 남북 대립의 최전선에서 정상적인 도시 발전 기회를 포기하고 시 면적의 절반을 미군에게 내어주며 나라의 울타리이자 방파제 노릇을 도맡았던 동두천이 있었다.

희생의 상처는 지역총생산, 재정자립도, 사업체 수와 실업률과 같은 숫자에만 남겨진 게 아니다. 미군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던 기형적 산업구조와 그마저도 주둔 미군 병력 감소로 상권이 몰락하며 불황에 빠진 지역경제만이 문제가 아니다. 손상된 도시 이미지, 국가와 국민을 위한 희생의 대가로 남은 기지촌의 주홍글씨를 이제는 지워 내야만 한다. 반전(反戰)과 평화의 기운이 한반도를 휘감는 이 시점에서 동두천을 위한 반전(反轉)이 그래서 꼭 필요하다. 그 반전은 정책으로 응집되고 동두천 골목 구석의 거리 풍경이 변해 시민 표정을 밝게 만드는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북한의 장사정포에 맞선 미2사단의 막강 화력이 지금도 주둔하는 군사 대립의 땅에서 새로운 시대를 여는 동두천 발전을 위한 작은 밀알을 심는 마음으로 GTX-C노선 연장, 국가산업단지 99만㎡ 확대 개발, 문화예술의전당 건립, 제생병원 조기 개원과 의대 설립, 청년일자리 창출과 지원 등 민선8기 핵심 공약사항을 이미 제시한 바 있다. 이는 동두천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 되는 사업인 만큼 시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다. 국내 최대 미군 주둔지를 평화의 공간으로 바꾸고, 낙후된 접경지역의 균형발전을 촉진한다는 당위성이 현실이 되도록 치밀하게 차곡차곡 준비해 나가고 국가에 요구할 부분은 당당히 요구하겠다.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은 자명하고 당연하다. 그 시작은 도시 이미지 전환이어야 한다. 그 시작은 새로운 동두천 재건을 위한 우리 시만의 고유한 복지, 교육, 기업, 문화, 예술, 체육 등의 사업으로 시민이 빠르게 체감할 만한 정책 실현에 있다. 영화 제목 ‘인셉션(Inception)’의 사전적 의미는 ‘시작’이다. 반전(反戰·反轉)의 시작, 그 중심에 동두천이 우뚝 서도록, 동두천을 살리고 경기북부를 일으키며 한반도 평화번영의 시작을 선언하는 변화의 상징 도시로 거듭나는 새로운 동두천 시대를 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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