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락기 전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
김락기 전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

요즘 한국은 롤러코스터 사회라 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극명한 우열(優劣) 상황이 번갈아 돋보이기 때문이다. 10대 선진국 진입, 한류문화 확산, 초고속 인터넷 보급, 편리한 대중교통은 나은 점이다. 반면 최저 출산율, 최고 자살률, 최하위권 삶의 질은 못한 점이다. 심한 기복이 함께한다. 

문제는 일반 국민이 얼마나 나은 점들을 향유하고, 못한 점들을 극복하느냐에 있다. 여기 ‘일반 국민’은 우리나라 전체 국민 중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민층을 말한다. 제목의 ‘봉’은 알다시피 이용해 먹기 좋은 사람을 이른다. 예부터 ‘민심은 천심’, ‘백성을 하늘 같이 받든다’거나 헌법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 한다. 이때의 ‘민’과 ‘백성’과 ‘국민’은 다 일반 국민이라 해도 되겠다. 과연 그런 대우를 받는가. 아니다. 그러면 누가 일반 국민을 봉으로 보는지, 어제오늘의 일들을 들춰 본다.

먼저 연금 개혁 문제다. 연일 신문지상을 달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노동 개혁, 교육 개혁과 함께 연금 개혁을 3대 국정 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연금에는 가장 운용 규모가 큰 국민연금 말고도 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같은 직역연금이 있다. 이 중 마치 국민연금만 문제인 양 주로 보도된다. 

지난해 구성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아직 초안도 만들지 못한 채 정부로 책임을 떠넘기는 형편이다. 민감한 사항이라 부담을 느낀 정부와 정치권은 결국 내년 총선 이후 본격화하리라 보인다. 이에 일반 국민의 처지에서 생각해 본다. 

현행 상태로 가면 국민연금은 2055년 기금이 고갈된다고 한다. 고갈까지는 30여 년이 남았다. 장래 대비를 나무라는 게 아니다. 직역연금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연금 중 둘은 이미 자체적으로는 지급력이 부족해 매년 수조 원의 국고금이 지원된다. 여기엔 일반 국민이 내는 세금이 들어 있다. 직역연금의 개인별 지급 액수는 국민연금액보다 높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1960년 제정 당시에는 봉급이 일반 직장보다 적었기에 보완 차원에서 지급액을 늘렸다고 한다, 지금은 오히려 대우 좋은 인기 직종으로 취급된다. 결국 상대적으로 더 적게 받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보태 주는 모양이니 불공평하다. 오히려 이들 중에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는 이도 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반 국민은 봉이 아니다. 

그런데 연금 개혁은 이익집단 간 갈등 타협 등 실행하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과연 ‘누가 호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이쯤에서 전체 연금 개혁 방향을 짚어 본다. 김상균 교수의 대책이다. 수동 방식에서 자동 조절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앞엣것은 주로 거론되는 모수 개혁 방식이다. 즉, 보험료율·소득대체율·수령 개시 연령 등의 수치를 필요시마다 조정하는 것인데, 흐지부지되기 십상이다. 뒤엣것은 이런 수치의 변동값을 인구변수, 경제변수 등 주요 변수의 변화에 따르는 방식이다. 매번 법 개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물가상승률에 따라 연금액이 자동 조절되는 것과 같다. 다수 선진국이 이 자동 방식으로 갈아탔다. 여기에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처럼 모든 연금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구조 개혁으로 일반 국민이 공평한 대우를 받는다면 금상첨화다.

다음으로 국회의원 증원 문제다. 국회의장은 선거구 개편에 300명인 의원정수를 50명 더 늘리자고 했다. 기가 차다. 줄여도 시원찮은 판에 늘리자니 일반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국민은 봉이 아니다. 비리혐의자 체포동의안을 올해 2번이나 부결시킨 국회다. 그들이 받는 세비는 서민이 납부한 국고에서 지급된다. 이 밖에도 특정 인사나 의원들에 대한 법원의 재판 지연, 성남 대장동 50억 클럽 수사, 학교폭력 관련 법 기술자의 고위직 임명 취소, 부정선거 관련 선관위의 행태와 대법관의 선거재판, 귀족 노조 간부 뇌물·간첩설 등에서 일반 국민은 분노하고 좌절한다. 이른바 이 나라 고위 지도층의 비리·일탈·특권의식은 스스로 국법 위에 군림하는 큰 도둑들이나 다름없다. 큰 도둑들 밑에서 바르게 살아야 하는 국민만 서럽다. 일반 국민은 봉이 아닌지, 암담할 뿐이다. 시조로 달랜다. 

- 비원(悲願) 세상 - 

비정상이 정상인지
정상이란 무엇인지
 
헛갈리는 이내 몸을
봉 아니라 할 수 있나
 
저 하늘
무서운 줄 아는
정상사회 언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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