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관습과 조직·방법을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한다는 뜻의 ‘혁신(革新)’은 한자어로 ‘가죽(革)’을 ‘새롭게(新)’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사용하던 가죽을 다시 새로운 가죽으로 만드는 어려운 과정이 혁신이라는 뜻이다.

수원시가 공공기관을 혁신하려고 ‘무두질’(가죽 가공 공정)을 시작했다. 지방도시공사인 수원도시공사, 수원시정연구원을 비롯한 8개 출연기관, 수원시체육회를 포함한 4개 보조기관까지 13개 공공기관을 혁신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한다.

지난 5일 수원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 열린 ‘2023 수원특례시 공공기관 혁신방안 보고회’에서 수원시 13개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체질 개선을 다짐하며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지난 5일 수원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 열린 ‘2023 수원특례시 공공기관 혁신방안 보고회’에서 수원시 13개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체질 개선을 다짐하며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 공공기관 효율성↑

시는 민선8기 공공기관 혁신 방안으로 업무성과 향상, 인사관리, 예산 절감, 조직문화 4가지 방향성을 제시했다. 인력과 조직, 재정·예산, 사무·기능을 비롯해 모든 분야의 효율성을 높이고, 지역사회 공헌활동 같은 사회 책임도 강화하는 공공기관을 만든다는 의지다.

먼저 직원들이 능력을 발휘하도록 복수직급제를 추진하고, 경영평가를 비롯한 각종 평가 결과를 성과급과 연계해 새로운 업무 성과를 인정하는 제도를 마련한다.

인사관리 분야를 혁신하려고 2020년부터 공공기관 통합채용을 진행해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 시스템을 도입하고, 하반기에는 조직진단을 벌여 조직을 더 효율 높게 개선한다.

기관장 연봉을 동결하고 전용 관용차를 폐지한 뒤 업무용 차로 대체하는가 하면, 예산을 절감하는 방안도 고강도로 추진한다. 공공기관 간 활발하게 교류사업을 진행하도록 협업을 독려하는 조직문화 개선 노력도 기울인다.

이 같은 수원시 공공기관 혁신 계획은 지난 1월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지방공공기관 혁신 평가’에서 우수 사례로 꼽히는 원동력이 됐다. 2020년 공공기관 조직진단을 시작으로 사무를 조정해 효율성을 높이고, 민선8기 시작 이후 정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른 혁신 방안을 수립해 추진한 결과다.

더구나 시는 공공기관이 혁신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혁신 주체가 되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지난 3일 수원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 연 ‘2023 수원특례시 공공기관 혁신방안 보고회’에서 각 공공기관이 스스로 마련한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공유하며 그 의지를 다졌다.

보고회를 주재한 이재준 시장은 "수원시 공공기관들이 적극 소통하고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시민을 편리하게 돕는 혁신

각종 시설물을 관리하고 다양한 위탁사업을 수행하는 수원도시공사는 목표를 지향하는 업무시스템으로 전환하는 혁신 방안을 추진한다.

공사는 무인시스템을 확대하고 각종 시설물을 통합 관리해 비용은 절감하고 마케팅과 수익사업은 강화함으로써 수입을 확대한다. 또 단순 수탁의 대행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자율성과 전문성을 갖춘 작고 강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게다가 수원형 스마트 공유주차 시스템과 장묘문화 명소 만들기 같은 대행사업 서비스 질을 높이고, 중장기로는 시민들이 체감할 만한 공공SOC 설치도 추진한다. 탑동지구 개발사업 같은 다양한 개발사업 추진에도 속도감을 더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도시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원도시재단은 시민이 체감하는 조직 혁신을 위한 3대 중점과제를 마련했다. 도시와 경제, 지속가능경영으로 기관 정체성을 강화하고, 유사 업무를 융·복합하고 핵심 기능을 강화해 업무를 다시 설계하며 기능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더구나 마을리빙랩, 집수리 지원, 통합주거지원과 같은 일상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사업을 추진해 도시 활성을 위한 기능을 강화한다.

# 시민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혁신

예술과 역사, 전통문화 진흥과 문화복지를 구현하는 수원문화재단은 수원지역 예술인과 시민들이 중심이 되는 사업을 추진하고, 상설형 프로그램을 강화해 문화가 시민의 일상이 되도록 혁신한다.

주민회·상인회·시민단체·예술인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주체들이 상생하는 사업과 인접한 도시의 문화기관과 다자간 협의체를 구성해 교류사업을 벌이는 협업도 구상 중이다.

수원시가 세계에서 이름 난 마이스(MICE)산업 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만드는 수원컨벤션센터는 마이스산업 활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국제회의 전담조직 기능을 확장하고 전시홀과 회의실 대관 마케팅 수준을 높이는 한편, 지역을 특화하는 기획을 확대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수원지역 관광·문화자원과 연계해 광장과 야외전시장을 활용하는 방안도 새롭게 찾는다.

시와 세계 도시들 간 교류와 친선을 도모하는 국제교류센터는 정부 공모사업에 활발히 참여해 국비 같은 재원을 확보하면서 공공외교 기능을 수행하는 방안을 내놨다.

캄보디아 수원마을과 시민 교류를 줄곧 추진하고, 세계 각지 자매도시 시민들과 수원시민들이 활발하게 교류하는 기회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작은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도록 길게는 유사 기관과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수원시가 지난 1월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지방공공기관 혁신보고대회’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조청식(오른쪽) 수원시 제1부시장이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기념촬영를 했다.
수원시가 지난 1월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지방공공기관 혁신보고대회’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조청식(오른쪽) 수원시 제1부시장이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기념촬영를 했다.

# 시민이 즐거워하는 혁신

‘시민구단’ 자부심을 K리그에서 빛내는 수원FC는 클럽 경쟁력을 향상하고, 인재를 육성하고, 재정을 확대하는 3대 혁신목표를 세웠다.

해마다 자체 수입을 늘려 재단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회원제와 스토어 운영 같은 마케팅도 강화한다. 학생과 생활체육인을 위한 지역 밀착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민과 더 친근해지는 시민구단을 만든다.

스포츠 도시 수원의 중심축 구실을 맡은 전문 체육기관인 수원시체육회는 공공체육시설 운영시스템을 권역별로 조정해 운영 비용의 효율을 꾀한다. 직장운동경기부 선수의 재능기부를 확대해 엘리트 학생선수 들 우수한 스포츠인재의 성장을 지원하고, 수원독립야구단 지원 같은 생활체육인 무대도 확장한다.

이와 함께 수원시장애인체육회는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을 조성해 저변을 확대하고, 장애인 체육을 활성해 인재를 양성하는 데 힘쓴다. 지역 기업과 연계해 장애인체육인 고용 기회를 늘리고, 찾아가는 생활체육 서비스를 확대해 장애인체육이 복지로 확장하도록 혁신한다.

# 시민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혁신

수원시민의 활동을 지원하는 공공기관도 예외 없이 혁신한다.

지역 인재를 육성하는 수원시장학재단은 대학생, 사회배려층, 다자녀 들 시민 눈높이에 맞는 장학금 지원을 확대한다. 지정장학금 제도 같은 기부자 맞춤형 장학사업을 활성하고, 기부자 발굴과 장학금 들 연계사업을 확대한다.

수원시 청소년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수원시청소년재단은 사업 영역을 청년으로 확대 개편하는 혁신 방안을 구상 중이다. 당초 청소년 사업 중 유사 사업을 통합하거나 일몰 사업을 폐지하고 핵심 특성 사업을 발굴해 집중 추진한다.

자원봉사의 힘으로 지역사회 변화를 이끈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시민과 환경단체, 자원봉사를 연계한 ‘V-DAY 우리동네 하천살리기 캠페인’을 계획했다. 자원봉사자 활동을 예우하는 간병비 지원제도를 신설·운영하고 협업기관과 협력도 확대한다.

지역사회 복지자원을 효율 높게 활용하는 수원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해 지역 복지 현안과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위기상황에 대응하게끔 민관 협력 거버넌스 활동을 강화한다.

시 싱크탱크(Think Tank) 구실을 담당하는 수원시정연구원은 수원시와 시 공공기관의 혁신을 견인하도록 주요 정책을 앞장서 연구한다. 지역 네트워크, 공무원과 연구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현장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한다. 게다가 쉽게 이해하고 체감할 만한 연구성과물과 홍보물을 발행해 시민과 거리를 좁힌다.

시 관계자는 "공공기관 스스로 혁신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시민들에게 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안경환 기자 jing@kihoilbo.co.kr

사진=  <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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