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2023년, 올해는 누구나 코로나 이전의 안전과 평화의 일상으로 회귀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에 교사는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남겨야 하는가? 구체적으로는 교사 스스로 자신이 아끼는 수업, 좋아하는 수업, 만족하는 수업, 남이 아닌 자기가 존재하는 수업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교사는 자기 삶과 교육 행위가 분리되지 않도록 일치하는 방식으로 진짜 전하려는 메시지를 찾아야 한다. 왜냐면 교사는 가르치는 자로서의 메시지가 분명해야 비로소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는 시대를 막론하고 늘 중요한 메신저로 살아간다. 어느 시대든 ‘시대정신’을 교육에 반영해 고독한 순례자의 길을 걷는다. 여기엔 교사의 삶의 철학과 가치관이 작동한다. 오늘도 교사들은 수업에서 그리고 학급에서 무엇인가를 말한다. 그런데 그 수많은 말속에 교사 자신의 생각과 진심을 얼마나 담고 있느냐는 점에서는 각자 다르다. 필자는 묵묵히 자기 내면으로 들어가서 겉으로 꾸미는 직업적 메시지가 아닌 한 명의 동시대인이자 교사로서 진정으로 담아내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찾아야 살아있는 교육이 될 수 있음을 느낀다.

잠시 최근의 우리 교육 현실을 보자. 지난 3년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속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면서 디지털 기술과 형식에 매달렸다. 그러면서 온라인 수업을 힘겹게 듣는 학생들의 마음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교사들이 큰 혼란을 겪었듯이 학생들도 무척 힘들어했다. 늘 그러하듯이 상급 학교 입시와 내신성적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코로나19 기간에 교과 간 융합 수업을 시도하는 수업이 늘었다. 예컨대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학교에 따라서는 문학을 가르치는 국어 교사들이 함께 모여 시(詩)로 아픈 학생들의 마음을 위로하자면서 시 처방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학생들의 고민을 듣고 이 고민에 대해 교사들이 시로 처방을 내려준 것이다. 물론 학생들의 높은 호응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다른 교과도 이와 비슷한 시도가 가능했다. 이렇게 해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수업에서 매번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예전과 다른 혁신적 변화를 도모하는 시대가 열렸다.

교사는 메신저다. 일 년 동안 학생들에게 의미 있게 던질 메시지가 없으면 교사의 수업은 현실주의에 물들어서 학생들에게 경쟁과 지나친 효율만을 강조하게 된다. 교사가 자기 삶에서, 자기 교육에서 메시지를 찾지 않는다면 수업은 표류하게 되고 화려한 형식으로 포장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사례를 우리는 예술활동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천재 조각가였던 도나텔로(David di Donatello 1386~1466)는 고대 그리스 조각에서 완벽한 인체의 비율을 연구하고 용에 잡혀 가는 공주를 구해 온 성 게오르기우스 조각상을 만들었다. 

그러나 도나텔로는 문득 "내가 표현하고 싶은 조각상이 이렇게 외모가 멋진 사람들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의도적으로 조각상을 멋지지 않은 고통의 모습으로 조각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막달라 마리아상이다. 치아가 빠지고 허름하고 주름진 옷을 입었지만 삶의 본질을 놓치지 않았던 막달라 마리아상은 인간의 본질을 말해 준다. 그는 이렇게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확실히 할 수 있었다.

교사는 예술가의 삶을 산다. 즉, 수업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이는 검사가 기소로, 판사가 판결로 말하는 것과 같다. 중요한 점은 교사 스스로 원하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이 어떤 삶을 사는지를 수업으로 표출해야 한다. 교육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위대한 예술이다. 

우리 교육은 너무 기계적이고 표준화된 매뉴얼로 ‘교육은 이래야 한다’는 정형화된 방식을 좇는다. 이제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진리와 정의,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시대정신을 품은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수업으로 전환하자.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교육은 그렇게 아름답게 구현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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