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준 한국가스안전공사 경기광역본부장
유근준 한국가스안전공사 경기광역본부장

추운 겨울이 가고, 꽃이 하나둘씩 피기 시작하는 봄이 다가왔다. 마스크 착용이 해제되면서 3년이라는 길었던 코로나 팬데믹도 이제 끝이 보인다. 웅크렸던 몸과 마음이 풀리고, 야외활동에 대한 기대로 들뜨는 만큼 봄철은 안전관리에 소홀해지기 쉬운 계절이다. 해빙기는 매년 2~4월로 얼음이 녹아 풀리는 때를 의미하는데, 이 시기에는 따뜻해진 날씨로 인한 지반침하나 붕괴의 위험이 크다. 따라서, 옹벽, 노후 건축물 등 붕괴 가능성이 높은 위험시설은 인근 가스시설에 대한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발생한 가스사고 471건 중 해빙기(2월 15일~3월 31일) 사고는 57건(12.1%)이다. 주요 원인별로는 사용자의 취급부주의가 15건, 제품노후 13건, 시설미비가 12건 등으로 분석된다. 특히, 해빙기에는 얼었던 고드름에 의한 배기통 파손사고, 이사철 가스레인지 설치 및 철거시 막음조치 미비로 인한 사고, 타공사에 의한 도시가스 배관 파손 사고, 가스난로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사고가 자주 발생하므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가스시설을 철거하거나 설치할 때 배관이나 중간밸브를 막는 행위를 막음조치라고 하는데, 사용하던 가스레인지를 철거한 경우 가스배관이나 중간밸브를 반드시 플러그 또는 캡으로 막아 가스가 누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사 3일 전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가정은 지역관리소에, LP가스를 사용하는 가정은 가스판매점(공급업소)에 연락하면 된다. 막음조치가 제대로 안될 경우, 누출된 가스가 점화원과 만나 폭발할 수 있으니 이사를 갈 때에는 반드시 전문가에게 문의해 조치 받아야 한다. 

얼었던 땅이 녹는 해빙기를 맞아 3월부터 5월까지 굴착공사 계획 접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므로, 타공사로 인한 도시가스 배관 파손도 주의해야 한다. 도시가스사업법 제30조의3(도시가스배관 매설상황 확인) 등에 따라 굴착자는 굴착공사를 개시하기 전 유선(☎1644-0001) 등의 방법을 통해 굴착공사계획을 신고해야 한다. 신고 후 가스배관 유무와 위치 등을 확인받고 안전하게 굴착해야 한다. 또한, 해빙기에는 야외로 많이 나가기 시작하면서 이동식부탄연소기의 안전 사용방법을 지키지 않아 부탄캔이 폭발하거나 가스의 누출로 인한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동식부탄연소기를 사용할 때에는 안전수칙을 잘 지켜서 사용해야 한다. 가스레인지보다 큰 불판을 사용하거나, 가스레인지를 병렬로 두고 사용하는 경우, 부탄캔에 복사열이 가해져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부탄캔은 파열방지기능이 있는 제품을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더불어, 봄을 맞이해 차박이나 캠핑도 많이 떠나기 시작하는 가운데, 텐트나 차 내부에서 가스기기 사용으로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지난 3월 19일에도 강원 원주에서 홀로 차박을 하던 50대 남성이 차량 안에서 가스버너를 사용하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지난해 3월과 5월에도 각각 인천 영흥도, 영종도에서 캠핑 도중 가스난로를 켜고 자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총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은 사고가 있었다. 이처럼 일교차가 큰 3~5월 추운 밤, 밀폐된 공간에서 가스난로를 켜고 자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다. 일산화탄소는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연료가 탈 때 발생하는 무색·무취의 기체로 공기 중에 퍼져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의식불명이나 사망으로 이어지는 굉장히 위험한 물질이다. 따라서 밀폐된 공간에서는 절대 가스기기(석유난로, 숯 화로, 가스버너 등)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가스연소기를 사용할 경우, 공기 중 산소농도가 급격히 감소해 졸음과 어지럼증을 유발하고 사망에 이른다. 이에 이상 증세를 보일 경우 가스기기 사용을 즉시 중단해야 하며, 캠핑이나 차박을 할 때에는 주기적으로 환기를 시켜야 한다. 또한 일산화탄소 누출 여부를 알 수 있도록 ‘일산화탄소 누출 경보기’를 소지하고 다닐 것을 권고한다.

가스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으며, 어떤 식으로든 피해만 남을 뿐이다. 가스사고는 발생장소 뿐만 아니라 인근 이웃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주게 되므로, 가스사용자와 공급자 모두가 가스안전수칙을 철저히 지켜서 안전하게 올해 봄을 지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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