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국내 중고차 시장은 연간 250만 대 이상이 직접 거래될 정도로 큰 시장이다. 신차 시장이 연간 약 170만 대라 생각하면 1.4배가 넘는 약 30조 원 이상의 시장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선진 시장이 신차 시장의 2배가 넘을 정도로 더욱 활성화된 사실을 미뤄 보면 우리는 아직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렇게 선진 중고차 시장이 큰 이유는 투명성이 높아 신뢰감이 거래 문화에 녹아들면서 성숙됐기 때문이다. 선진 시장은 거래상 각종 문제가 없고 보증이나 인증 등 다양한 제도적 기반이 갖춰졌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선진 시장과는 거리가 먼 게 현실이다. 허위·미끼 매물은 물론 위장 당사자 거래 문제, 성능점검 미고지나 주행거리 조작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문제점이 존재해 소비자가 심지어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문제로 비화될 정도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최근 정부가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진출을 허가하면서 본격적으로 인증중고차가 곧 시작된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중소기업이나 개인기업의 피해가 우려되기에 앞으로 3년간 제한적인 기간을 뒀다. 

국내 중고차 시장을 선진형으로 개선하고자 각종 노력을 기울이는 현 시점에서 최근 중고차 거래 시 가격조사산정제도를 소비자에게 고지하는 법 개정이 진행됐다. 현재 중고차의 허위·미끼 매물은 가장 심각한 소비자 피해 문제다. 있지도 않고 유사하지도 않은 중고차를 온라인 등에서 소비자에게 불법 고지해 유혹하고, 부정확한 중고차를 판매하는 허위·미끼 매물 문제는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시정해야 할 과제다. 현재 각종 플랫폼 온라인 중고차는 30% 이상이 허위·미끼 매물일 정도로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판매하는 중고차의 정확한 가격이다. 개정된 중고차 가격조사산정제도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특히 중고차 가격을 상태에 따라 정확하게 산정하는 방법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중고차의 연식과 주행거리는 기본이고 사고 유무와 정도, 침수와 접합 여부, 색상, 지역, 운행 특성 등 각종 핵심 정보를 종합 판단해 가격을 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20년간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는 일본의 자동차사정협회와 연계해 한국형 성능점검제도와 가격 산정을 위한 노력을 진행했다. 초기부터 진단평가사 자격증 관련 제도 도입과 시험 방법 등에 관여한 필자로서는 더욱 의미 있는 자격증이다. 이러한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가 가장 객관적인 중고차 기준액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면서 체계적인 산정기술로 책정한 중고차 가격은 소비자에게 더욱 중요한 객관적 자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중요한 과정이다. 

정확하게 이 제도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리고, 필요하면 소비자가 거래하는 중고차의 기준가격을 안다는 것은 허위·미끼 매물로 인한 부정확한 정보를 바로잡는 계기가 된다. 소비자는 물론이고 매매사원도 더욱 정확한 중고차 가격 정보를 알리면서 투명성을 제고하고, 시장에서 낮게 평가되는 매매사원이라는 직종에 대한 자부심을 올리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당당한 직종으로, 의미 있는 미래 일자리로 탄생하는 계기도 된다. 그래서 최근 진단평가사 취득의 약 30%가 현장에서 일하는 매매사원이라는 점도 의미 있는 결과다.

앞으로 중고차 가격조사산정제도의 게재 의무를 진전시켜 중고차 거래상의 비대칭 정보가 투명하게 균형을 잡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 미래의 투명한 국내 중고차 문화가 더욱 구축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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