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길을 걷는 사람들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모습을 보니 정말 봄이 왔나 보다. 외국 속담에 "친절한 말은 마치 봄볕처럼 따사롭다"는 말이 있고, "낙관주의자란 봄이 인간으로 태어난 결과"라는 유명한 글귀가 있을 정도로 사계절 중 유독 ‘봄’은 따스함과 긍정을 의미하는 단어다. 또 돋아나는 새싹이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기도 하는 만큼 두근거림마저 가져다 준다.

그러면서도 봄은 괜스레 사람을 오락가락하게 만드는 고약함도 있다. 가을처럼 ‘봄을 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봄이면 한동안 기분이 싱숭생숭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홀로 시간을 보내고 싶다가도, 창밖을 보면 친한 사람들과 함께 드라이브나 나들이를 떠나고 싶어지는 변덕을 부린다. 학계에서는 햇빛이 많아지고 바람이 따뜻해지면서 생기는 호르몬 변화 때문이라고 원인을 굳이 설명하지만, 그냥 봄은 그렇다.

봄이어서 그런지 요즘 자주 듣는 노래가 하나 있다. 어느 걸그룹 노래인데, 제목이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크게 끌리지 않았는데, 우연히 최신 음악을 전체 재생했다가 귀에 꽂힌 노래다. 스스로를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라고 칭하는데, 삭막한 이 도시가 아름답게 물들 때까지 버티겠단다. 모두가 자신의 향기를 맡고 취해 웃을 때까지 말이다.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들을 만한 노래다.

그러고 보니 이번 봄은 코로나19 거리 두기 완화와 마스크 해제 이후 첫 번째 맞는 봄이기도 하다. 인천시는 다음 달부터 인천 꽃 전시회, 인천대공원 벚꽃축제, 푸른 인천 글쓰기 대회와 같은 다양한 행사를 예고하고 시민들에게 4년 만에 제자리를 찾아온 꽃 전시회를 선보이려고 준비 중이다. 시는 봄 햇살 아래 열 축제와 행사가 소박하지만 소중한 일상이 우리에게 돌아왔음을 알리는 뜻깊은 자리가 되리라고 기대했다.

우연인지 기자에게도 봄은 새로운 시작이 됐다. 또 다른 출발선을 앞둔 기대와 함께 떠나야 하는 헤어짐이 아쉽다. 누구나 사는 동안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을 반복한다.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일은 유독 그런 일이 잦았다. 떠나가는 이들을 보냈을 때도 슬펐는데, 떠나는 주체가 되다 보니 더 싱숭생숭하다. 그동안 얻은 추억과 배움을 뒤로한 새로운 시작에 후회가 없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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