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효림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채효림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로 온갖 사이비 종교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JMS, 오대양,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 들.

해당 종교 교주들은 수많은 신도를 강간하거나 착취해 재산을 불렸다. 그런데도 신도들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았다. 

만민중앙교회 신도들은 자신의 종교를 사이비라고 방송하는 상황을 막으려고 1999년 MBC 사옥을 찾아가 장비를 부수고 직원들을 폭행했다. JMS 실체를 폭로한 김도형 교수 아버지는 괴한에 습격 당해 얼굴 뼈가 함몰되는 끔찍한 사건을 겪기도 했다. 

잘못된 믿음으로 공익을 침해하고 부도덕한 모습을 보이는 종교인들의 모습을 우리는 자주 봤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 거리 두기 제한을 하던 당시에도 국가 지침을 어기고 정치 집회를 열었던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나 꿋꿋이 모여 예배를 하던 신천지예수교 따위가 그 예다.

왜 사람들은 사이비에 빠질까. 한 발짝만 떨어져 보면 사욕을 채우려는 교주 모습이 빤히 보이는데 말이다. 문득 떠오른 질문은 타고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인간이 신을 믿고 종교에 의존하는 이유는 뭘까. 무종교인 관점에서 고찰해 봤다. 

"하나님은 당신을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하십니다." 길에서 받는 종교 전단지에서 흔히 보는 글귀다. 나에게 무엇도 바라지 않고 주기만 하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낳은 부모조차 자식에게 아무런 바람이 없다면 거짓말일 테다. 의지할 곳 없이 몰린 극한 상황에서 조건 없는 사랑과 나눔은 너무나도 매력 있는 동아줄일 듯싶다.

마찬가지로 신의 뜻을 따르려고 조건 없이 애정을 주고 빈대떡이나 붕어빵 따위를 베푸는 따뜻한 교인 모습 역시 힘든 이들의 마음을 파고들기에 충분하다. 나 살기 바빠 남 돌보는 일은 사치인 현대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종교는 조건 없는 나눔뿐 아니라 선행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교내 기독교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선배에게 물었다. "신이 선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는 답을 하는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고등학생 때 신을 믿게 된 뒤 ‘죄’에 해당하는 생각과 행동을 알게 됐고, 자신이 죄를 행하면 신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꼈단다. 이후 선한 말과 행동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며 산단다.

착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 해답이 곧 신이 된다면 선행을 베풀 동기는 뚜렷해진다. 더불어 세속의 삶에서 벗어나 삶의 방향성과 자신의 존재 이유 같은 철학다운 고민을 하도록 돕는다. 때로는 그에 대한 답을 주기도 한다. 고난이 닥쳤을 때 믿음으로 평안을 얻을지도 모른다. 

‘터널에도 끝은 있다’고 한다. 종교를 가진 이들은 나쁜 상황이 닥쳐도 그 역시 신의 뜻이요, 고통이 자신을 강하게 만든다는 확신으로 이겨 낸다. 그런데도 종교가 가진 한계점을 극복하기는 어렵다.

전지·전능·전선을 전제하는 종교 교리와는 모순되게도 이 세상에는 무수한 악과 고통이 존재한다. 인간 시각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앞서 말했듯 자신을 신이라 칭하고 믿음을 악용해 사욕을 채우는 교주들의 존재 역시 신의 뜻일까. 게다가 사이비가 아닌 정통 종교라도 부도덕함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또 모든 행위와 결과를 신의 뜻에 따랐다고 보기에 살면서 수동적 태도를 취하는 경우도 있다.

종교가 가진 장점을 부정하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동전에 양면이 있듯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분명한 점은 종교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내 삶의 주인은 나다. 그러므로 행위 주체는 나고, 그 결과도 나로 말미암아 일어난다. 종교는 안정을 찾거나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도구일 뿐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종교에 의존하고 모든 해답을 종교에서 찾으려고 한다면 꼭 부작용이 생긴다. ‘나’를 다잡지 않으면 종교에 매몰돼 어느 순간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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