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덕 농협안성교육원 부원장
임창덕 농협안성교육원 부원장

170년 전인 1853년 3월 30일, 고흐는 네덜란드 준데르트에서 태어났다. 타고난 정신병력과 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하고 조울증에 시달리는 등 삶 자체는 평범하지 않았다. 생애 단 한 점의 그림이 팔리는 좌절을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가난을 풍부한 예술혼으로 승화시켰다. 하늘의 별을 보며 뜨거운 가슴으로 꿈을 그릴 때 주위 많은 사람들은 그를 차갑게 대했다. 그러나 그가 떠난 오늘날, 차가운 땅속에 동생 테오와 나란히 묻혔지만 농부나 노동자를 향한 조건 없는 마음을 기억하며 그림에 대한 열정을 오마주(hommage)하려는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그를 뜨겁게 부른다.

이렇게 고흐가 알려지고 그의 작품이 인정을 받은 데에는 고흐의 제수(弟嫂)씨, 요한나 봉허의 기여가 상당히 컸다. 요한나는 고흐의 회고전과 정기 전시회를 개최했으며, 여러 점의 작품을 유명한 미술관에 파는 노력을 다했다. 고흐에 대한 우호적인 신문 기사를 게재하게 하는 등 고흐를 알리는 일을 숙명으로 여겼다. 1914년에는 고흐와 남편인 테오 사이에 주고받은 편지나 서신을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고흐는 사후에 예술가로서의 명성과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림 그리는 것을 구원으로 여겼던 고흐였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보면서 구원을 받는다. 마음의 상처들을 고흐의 상처로 덧대며 우리는 치유받는 것이다.

한편, 성공이나 유명세를 치르는 데는 노력이라는 요인만 작용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인 과학자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가 쓴 책 「성공의 공식 포뮬러」에서는 5가지 성공 공식을 위한 조건을 제시한다. 그 중 첫 번째 원칙은 성과는 성공의 원동력이지만, 성과를 측정할 수 없을 때는 연결망이 성공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실력을 갖추거나 노력하면 모두 성공한다고 하지만, 정작 성공은 우연히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뛰어나지 않은 사람이 높이 평가되고, 나중 개발자가 첫 개발자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예술 분야와 같이 성과 측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연결망이 성공을 좌우한다. 이 책에서는 미술가로 성공하려면 유명한 화랑에서 전시하라고 조언한다. 명성에 대한 인식과 동경을 심으라는 얘기이며, 일정한 조건에서는 결과보다는 성공을 알리는 노력이 더 중요할 수 있음을 말한다. 

또한 우리가 한 대상을 동경하는 이면에는 욕망이 작용한다. 프랑스의 문학평론가 르네 지라르(Rene Girard)는 모방 이론에서 인간 삶의 대부분이 욕망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의 말처럼 우리는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말인데, 우리 스스로 욕망이 자율적이라고 판단하지만 그것은 욕망의 환상에 불과하다고 본 셈이다. 모방의 대상(objet)을 모방하려는 욕구가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누가 무엇을 좋아한다고 하면 파노플리 효과(Panoplie Effect)가 작용해 심리적으로 막연히 따라서 좋아하게 된다고 이해할 수 있다.

고흐는 세상을 떠난 1890년, 그해에 그림을 시(詩)라고 표현하며 존경하던 밀레가 그린 첫걸음(First Steps)이라는 제목의 그림을 따라 그렸다. 한 아이가 어머니 손에서 아버지를 향해 막 첫발을 내딛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아이가 가진 넘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 첫발의 설렘이 연상되는 그림이다. 넘어지지 않고는 걸을 수 없다는 고흐의 마음을 그린 듯싶기도 하고, 37년이라는 짧은 삶을 돌아보며 겪은 일들, 연인과의 이뤄지지 못한 사랑, 화해하지 못한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상하며 다시 태어나면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담은 듯해 마음이 찡하다. 

평소 고흐는 위험한 가운데 안전이 있다고 생각했다. 진정한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세상과 당당히 마주할 용기를 주는 그는 지지 않는 별이 돼 하늘에서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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