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와 파도

강석희 / 창비교육 / 1만3천50원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인 강석희 작가의 장편소설 「꼬리와 파도」가 출간됐다. 폭력 앞에 무력했던 청소년들이 연대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위기를 극복하고자 분투하는 내용의 성장소설이다.

축구 선수를 꿈꾸는 중학생 무경은 같이 운동하던 단짝 친구가 성폭력 사건을 겪고 좌절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한다. 무경은 친구의 피해를 알려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지만 주변의 차가운 시선에 낙담하고는 축구를 그만둔다. 다른 도시의 고등학교로 진학한 무경은 친구들 사이에서 약자로 지내는 예찬, 데이트폭력으로 상처받은 서연, 교사의 폭언에 상처받은 친구를 도우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는 현정을 만나 서로 속내를 털어놓고 위로를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모범생 서연은 남자친구와 담임교사에게 연이어 당한 갖은 폭력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중 현정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고, 현정은 무경, 서연, 예찬과 함께 지역 유등 축제 때 유등에 꼬리를 달아 자신과 친구들이 겪었던 일들을 세상에 알린다.

마침내 K여고 졸업생들이 ‘지켜줄게’라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동안 알음알음 자행됐던 교사나 친구들의 만행이 알려진다. 넷은 같이 커 갈 미래는 지금보다 밝으리라는 확신을 가지며, 아픔을 간직한 채 헤어져야 했던 옛 친구들을 만나러 떠난다.

「꼬리와 파도」는 고질적인 학교폭력은 물론 운동부 사제 관계 간 폭력, 데이트폭.력 등 다양한 폭력의 양상을 섬세하면서도 밀도 높게 다룬다. 아울러 이에 맞서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경쾌하면서도 힘 있게 그려 내 이들의 미래를 긍정으로 전망하게 한다. 10대가 감당하기 버거운 문제들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유연하게 풀어가는 무경, 예찬, 서연, 현정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낼 작은 용기의 위력을 실감하는 동시에 내적으로 한발 성장할 테다. 

러시아 지정학 아틀라스

델핀 파팽 / 서해문집 / 2만4천300원

이 책은 ‘르몽드’ 최고의 저널리스트, 전문위원 20인과 함께 러시아와 유라시아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지정학적 지도를 제공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국가이자 막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자원대국, 세계 제2의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의 과거·현재·미래를 150개의 숨 막히는 지도와 인포그래픽, 날카로운 해설로 만난다. 1991년 소련 붕괴부터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의 지정학적 문제를 낱낱이 해부하는 이 책을 통해 오늘날 러시아가 나아가는 방향, 아울러 전 세계의 향방을 이해하게 된다.

르몽드는 날마다 국제 시사를 보고하고 분석한다. 이곳의 최고 기자들과 전문위원, 기고가들이 이제 러시아를 세계 차원에서 조망하는 가장 포괄적이고 최신의 지정학적 지도를 만드는 데 뛰어들었다. 델핀 파팽이 이끄는 인포그래픽+지도팀은 데이터 시각화 분야의 세계적 리더로 손꼽힌다. 이들은 매일같이 기자, 논설기자, 전문위원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뉴스를 판독하고, 이들이 만든 인포그래픽은 수많은 해외 언론에도 널리 인용됐다.

평온한 날

김보희 / 마음산책 / 1만7천100원

몇 해 전 여름, 서울 금호미술관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섰다. 화가 김보희의 개인전 ‘Towards’를 보기 위한 관람객들이었다. 팬데믹 탓에 전시를 찾는 사람들이 줄었던 상황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전시를 다녀온 사람들의 감상 글이 줄을 이었다.

이 책은 김보희의 첫 그림산문집이다. 책에는 92점의 대표 그림과 화가가 쓴 글들이 실렸다. 그동안 그림으로만 말해 왔던 화가는 반려견과 가족의 일상부터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 내려갔다. 김보희의 산문을 만나 보는 첫 책이자 예술가로서 그의 면모를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한 권이 됐다.

24년간 이화여대 동양화과 교수로 제자를 길러 낸 김보희 화가는 2003년 제주도로 내려가 정착했다. 자연이 화폭에 담기게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책에는 웅장한 자연뿐 아니라 초기 인물화도 실렸다. 인물들을 그렸던 당시 상황에 대한 화가의 글을 읽는 행위는 신선한 즐거움이다. 보는 이들의 마음을 늘 평온하게 물들이는 김보희의 작품들과 함께 그의 삶을 이뤄 온 것들을 이해하게 되는 글을 통해 제목처럼 ‘평온한 날’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된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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