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취업준비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구직 정보를 공유한다. 정보 제공에 그치는 대형 구직사이트와 달리 댓글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다. 그 중 단골 댓글을 꼽자면 "처우가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이다. 급여와 복지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 주는 기업은 많지 않다. 오히려 "처우부터 궁금해하는 태도가 한심하다"는 투의 댓글이 달려 논란이 커지기도 한다. 먹고사는 일의 핵심인 처우 문제가 금단의 영역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지난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폐과를 선언했다. 소청과는 국내 의료수가 체계상 비급여 항목이 거의 없고, 환자가 어린이라서 진찰 말고 추가로 할 만한 처치와 시술이 거의 없다. 진찰료로만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한 사람 앞에 평균 진료비는 30년간 1만7천 원가량으로 제자리걸음이다.

저출생 흐름에다 인턴의 소청과 지원 기피 현상이 심화해 인력난까지 더해졌다. 이러한 의사회 호소를 두고 일부 언론은 보수단체 말을 인용해 "국민을 볼모로 잡는다"고 비판했다.

기사에는 "진료권을 가지고 국민을 볼모로 잡고 자기들 요구나 주장을 관철하려는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소청과가 겪는 어려운 현실이나 종사자들의 처우에 대해서는 어떠한 사실 검증이나 분석도 없었다. 그저 말을 빌린 손 쉬운 비판이다.

"국민을 볼모로 삼았다"는 비판 뒤에는 이들의 직업윤리로 낮은 처우를 희석하고 정당한 양 꾸미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소청과는 폐과를 선언하며 "아픈 아이들을 고쳐 주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살아왔다"고 했다. 그동안 사명감으로 처우 문제를 감내해 왔을 뿐이다. 거기다 "계속 사명을 다하라"고 강요하는 이들은 다시금 우리 사회 처우 문제를 금단의 영역으로 만든다.

며칠 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총파업을 향한 시각도 마찬가지다. 급식과 돌봄 업무에 종사하는 학비노조는 지난달 31일 총파업을 했다.

이들은 정규직과 임금 차별 해소를 요구하면서 교육부, 17개 시도교육청과 지난해 9월부터 7개월 넘게 집단 임금교섭을 진행 중인데 합의점을 찾지 못해 파업했다. 이들이 파업할 때마다 언론은 돌봄과 급식대란이 일어난다는 기사를 쏟아낸다.

소청과의사회에 그랬듯 "아이들을 볼모로 삼는다"는 해묵은 비판도 함께다. 손가락질을 반복하는 동안 정작 중요한 질문들은 답을 찾지 못한다.

아이들이 빵을 든 모습에만 초점을 맞추기에 앞서 왜 파업이 일어났는지, 처우 개선 방안이 없는지를 마땅히 물어야 하지 않을까. 금단의 영역을 넘어 공론장이 열리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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