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남자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에서 대한항공 점보스 선수들이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를 누르고 우승한 뒤 모자를 던지며 자축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의 3년 연속 통합우승을 계기로 남자 프로배구 구단이 외국인 감독을 적극 영입할지 시선이 쏠린다.

핀란드 출신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대한항공 조종간을 잡고 2년 연속 팀을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KB손해보험을, 올해는 현대캐피탈을 차례로 격파하고 축배를 들었다.

더욱이 3일 끝난 2022-2023시즌에는 프로배구 컵대회, 정규리그, 챔프전을 석권하는 ‘트레블’(3관왕)을 이루며 대한항공을 명실상부한 최강 반열에 올려놨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한국 사령탑의 자존심을 걸고 대한항공의 우승을 막아 보겠다며 배수진을 쳤지만, 이미 정상의 경지에 올라 개인 기량과 조직력에서 남자부 6개 팀을 능가하는 대한항공을 돌려세우기엔 힘에 부쳤다.

대한항공은 2020-2021시즌을 앞두고 남자 구단으로는 최초로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를 맡겼다.

이탈리아 출신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이 V리그에 새바람을 몰고 온 주인공이었다. 그는 대한항공 통합우승의 초석을 깔았다.

박기원 전 감독이 대한항공 비상의 기틀을 닦았다면 배턴을 받은 산틸리 감독과 틸리카이넨 감독이 우승이라는 성과로 열매를 맺었다.

선수 파악, 리그 적응 등 적지 않은 걸림돌에도 산틸리, 틸리카이넨 감독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팀을 정상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발휘했다.

1년 만에 한국을 떠난 산틸리 감독의 경우엔 ‘어쩌다 한 번’, ‘운 좋게 한 번’으로 볼 수 있지만 틸리카이넨 감독의 2년 연속 통합우승 달성은 외국인 사령탑을 바라보는 우리 인식 자체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국내 4대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도 리그를 2년 연속 제패한 감독은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과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조제 모라이스 전 감독 정도다.

외국인 감독을 일찌감치 영입한 프로축구에서는 세르지오 파리아스 전 포항 스틸러스 감독, 넬로 빙가다 전 FC 서울 감독이 한 번씩 리그를 제패했고 모라이스 감독이 2019년, 2020년 전북 현대를 리그 1위로 이끌었다.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배구와 달리 프로축구에는 포스트시즌이 없다.

프로야구에서는 트레이 힐만 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감독이 2018년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고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역전 우승해 최초의 외국인 우승 이정표를 세웠다.

프로농구에서는 그간 두 명의 외국인 감독이 팀을 이끌었지만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종목을 막론하고 외국인 감독의 장점은 한국인 지도자와는 다른 기준의 선수 기용, 세계 조류에 근접한 전술과 팀 운용이 꼽힌다. 세계화 시대에 언어 장벽은 큰 걸림돌이 아니다.

게다가 배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외국인 감독 연봉도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틸리카이넨 감독의 연봉은 가장 많은 돈을 받는 국내 감독의 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프로배구는 한 팀당 1명씩 기용하는 외국인 선수 제도를 유지하면서 아시아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아시아쿼터’ 제도도 다음 시즌에 도입한다. 한국 국적이 아닌 선수 두 명이 같은 팀 동료로 한 코트에서 뛰는 새로운 변화를 앞두고 외국인 감독에게 체질 개선을 맡길 팀이 늘어날지 궁금해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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