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4월 들어 건조한 대기로 산불이 잇달아 발생했다. 서울 인왕산은 축구장 21개 면적이 단번에 타 버렸다. 산림청은 4월 1일까지 지난 세 달간 발생한 산불이 380건으로, 최근 10년보다 53.5% 높다고 발표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은 대표 격 재난으로 진압이 쉽지 않다. 산불이 일어나면 해당 지역 생물들이 모두 죽어 다시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기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열돔 현상으로 지구 온도가 높아져 산불, 가뭄, 홍수, 폭풍으로 기상이변이 재난에 가까워졌다. 더 빈번하고 더 광범위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멈출 수 없다. 

산불이 지나간 자리가 검은색으로 변하고 커다란 상처를 남기듯이 우리 경제도 연이은 적자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벌써 올해 1분기 적자가 지난해 연간 적자의 50%를 넘어섰다.

주력 수출품목 중 자동차와 2차 전지를 빼고 모든 품목에서 수출이 대폭 줄어들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내내 적자였는데, 올해 1분기에 벌써 지난해 적자의 절반을 넘어서는 것을 보니 남은 분기가 두려워진다. 수출 효자 상품이었던 반도체 제품 가격 하락으로 수출이 줄었다. 반도체 수출 둔화는 8개월째 이어지고, 여타 제품들도 1년 전보다 수출이 줄었다.

수출하면 반도체를 떠올릴 만큼 주력 상품이었는데, 주력 상품의 가격이 떨어지고 수출량이 45% 가까이 감소하니 타격이 꽤나 강력하다.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이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 우리나라의 타격이 커진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경제의 전망이 어둡고,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무역수지 적자를 극복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리고 어려움에 더해 석유수출기구가 석유 감산을 결정해 국제 원유가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원자재 확보도 쉽지 않고, 공급가격은 올라가고, 완제품 판매는 난항이고, 코로나 트랩에 걸린 경제가 쉽게 난국을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세계가 코로나가 올려놓은 물가 상승으로 2차 재난을 겪는다. 우울한 경제에 침체된 경기가 점점 범위를 넓히며 산업과 기업은 물론 국가에도 어둠이 덮인다. 기업 유지비용이 높아진 기업들은 대내외 여건이 나빠지는 추세에 경황이 없다. 커지는 적자 폭에 손을 놓아 버리는 기업도 있다. 크고 작은 기업들이 버티지 못하고 손을 놓아 버리면 산불처럼 우리 경제에 일파만파 영향을 미친다.

연간 최대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무역적자의 절반을 1분기에 넘어설 만큼 상황이 좋지 못하다. 2050년이 되면 우리 경제 규모가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보다 더 떨어진다는 전망이 나올 만큼 낙관적이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소상공인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다. 한계기업들은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에 일부는 폐업으로 넘어갔고, 일부는 빚으로 기업 운영이 간당간당하다. 이러한 상황에 수출 고전을 겪는다. 편중된 교역에 한정적 판로로 춤추는 가격 변동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작은 규모의 기업이 재난을 버텨 내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역대급 재난 속에서 이들에게 힘을 줄 만한 것은 무엇일까. 중국의 경제활동에만 기대를 걸 일이 아니다. 중국도 세계적인 불확실성에 성장 속도가 대폭 줄어들었다. 미국 은행들이 연이어 파산을 겪은 것처럼 유동성으로 인한 위험도 불시에 들이닥칠 수 있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고 경기 침체 골이 깊어지면 성장은커녕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 년이 넘게 지속되는 무역수지 적자에 1분기 만에 다시 경고등이 켜졌으니 더 이상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 됐다.

국가적 차원에서 재난 수준의 관리가 시작돼야 한다. 무엇보다 자국우선주의로 세계화에 반하는 행태가 이어지고, 패권에 따라 경제구역이 새로이 구축되면서 공급과 수출도 제한을 받는 만큼 국가적 파워도 중요해졌다.

에너지 확보, 식량자원과 희소자원 확보를 놓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러야 하니 과거보다 비용 투입은 늘고 위험은 높아질 것이다. 패권국들 사이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는 등 생각지도 못했던 위험이 닥칠 수 있다. 따라서 신냉전 시대, 나라와 기업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고립되지 않으려면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외교적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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