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4 

액션 / 청소년관람불가 / 169분

인기 액션 시리즈 ‘존 윅’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은 ‘규율’이다. 무법천지일 듯싶은 킬러들의 세계에도 공고한 규칙과 체계가 존재한다는 설정은 언뜻 단순해 보일지 모르는 스토리라인을 풍성하게 만든다.

4년 만에 네 번째 시리즈로 돌아온 ‘존 윅 4’도 마찬가지다. 규율을 어겨 킬러 세계에서 추방당한 존 윅(키아누 리브스 분)은 자신을 옭아매는 제도에서 벗어나려고 최후의 반격을 시작한다.

전편에서 존 윅은 12개 범죄조직 수장이 결성한 지도부 ‘최고회의’ 장로와 약속을 깨고 윈스턴(이안 맥셰인)을 살려줬다는 이유로 모든 킬러의 표적이 됐다. 최고회의의 새로운 권력자로 등극한 그라몽 후작(빌 스카스가드)은 존 윅을 없애려고 은퇴한 킬러 케인(전쯔단)을 끌어들인다. 케인은 딸을 죽이겠다는 후작의 협박에 굴복해 오랜 친구인 존 윅을 죽이려고 나선다.

오로지 규율 때문에 서로를 죽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두 친구의 관계는 남을 짓눌러야만 살아남는 사회 시스템 속 개인을 연상시키며 철학과 관련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번 작품의 러닝타임은 전작보다 40분가량 길어졌지만, 이런 설정으로 더 탄탄해진 이야기가 영화를 받쳐 주면서 전편보다 한층 높은 완성도를 보여 준다.

액션도 더욱 화려해졌다. 시리즈 전편을 연출한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새로운 도구와 촬영 기법을 활용해 지루할 틈 없는 액션 시퀀스를 선보인다. ‘존 윅’ 시리즈 시그니처라고 할 만한 권총뿐 아니라 검·활·쌍절곤 들 다채로운 도구를 사용했고, 천장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오버헤드 프레임으로 촬영한 파리 아파트 내부 총격 장면을 비롯해 파격에 가까운 구도도 돋보인다.

더구나 영화 마지막 1시간 동안 펼치는 액션은 말 그대로 장관이다. 개선문 앞 자동차와 바이크를 활용한 체이싱 장면, 파리 사크레쾨르 대성당 앞 ‘222계단’에서 벌이는 난투, 일출과 함께 펼치는 마지막 전투는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각 지역 랜드마크를 아름답게 담은 배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 속에는 요르단·일본·독일·프랑스를 비롯해 다양한 로케이션이 등장한다. 와디 룸 사막, 도쿄 국립 신 미술관, 베를린 성심 성당, 파리 에펠탑과 개선문 앞에서 펼치는 액션은 영상미를 한껏 끌어올린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